비지장을 먹으며
느지막한 생에 비지를 먹는다
돼지비계 한토막조차 들어있지 않은
신 김치 비지장을 먹는다
고운 두부를 만들고 찌꺼기로 남아
비닐 봉지에 담겨
값없이 나누어지는 몸
둥근 주걱 속에서조차
그 몸을 가누지 못하고
덩어리가 잘게 부서져 내린다
어린 시절 추억을 위안 삼아
마침내 뱉어낼 수 없는 고초로 삼킨다
이제 그만이라는 혀뿌리의 막음도 사치라서 숟가락으로 욱여넣는다
너도 알잖아... 이런 것이 생이란 걸
내쉬는 숨 하나하나가
단 한나절이면 쉬어 버려지고 마는
막비지보다도 거칠고 역겨운 것을
분주한 할매집 손두부 식당 밖
낡은 고무 대야 속에는
저무는 생의 파편들이 식어가고 있다
으레
살아있는 것들의 결말은
모두 그러하다는 듯이
(아차산 둘레길을 내려오니 국산콩 손두부 집이 여럿 있었다. 먹어보니 고향 촌두부 맛은 아니었지만 어렴풋이 옛 추억이 떠오를 정도는 되었다. 식당을 나오는데 비지를 담은 그릇이 밖에 나와 있었다. 좀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주인이 심드렁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냉동실에 박아넣었던 비지를 꺼내 먹으며 생각했다. 참으로 거칠고 심심한 맛이 내 인생과
다를 바 없구나라고.)
비지와 같은 삶이라도 또 다른 골목길엔 작은 위안들이 존재한다. 다육이. 한 해 생으로 끝나지 않는다니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