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팝콘나무

by 김도형



혹시 팝콘나무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사실 조금 전에 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제 곁을 지나가다 붙여준 이름이랍니다



저는 3월이면 이렇게 흰 꽃으로 가녀린 몸을 가득 장식하고 봄의 축제에 참가합니다
이때에는 평소에 무심했던 이들도 걸음을 멈추고

한 번씩은 눈여겨 바라보지요



이 시절엔 저보다 화려한 꽃의 요정들도 맘껏 자태를 뽐내며 향기를 발산합니다
그러나 저는 허리께에 슬쩍 감길 정도의 높이에서 물방울 크기의 작은 흰 꽃들로 계절을 축하하지요

저만의 소박한 표현 방법이랍니다



어젯밤 저희끼리 회의한 끝에 제가 먼저 축포를 활짝 피어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매년 치르는 축제이지만 그 선봉에 서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답니다
다행히도 한 예쁜 아기가 저의 흰 드레스를 알아보고는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팝콘이 나무에 달렸어



아이 엄마는 바쁜지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금 서운했지만 오후에는 여기저기서 싸락눈처럼 꽃들이 연이어 열리기 시작할 테니 외롭지 않을 거예요



멀리 산에서 꽃 피우는 친구들에 비해 강남 대로변에서 꽃싹을 내미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누군가 차창을 내리고 눈길을 주거나 사진이라도 찍어주면

힘써 꽃 피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의 담장을 두르지 않고

저를 심은 것은 참 현명한 일 같아요
혹시라도 꽃가지를 헤치고 지나기엔

마음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 우린 보는 이들이 없어도

봄마다 따뜻한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겨우내 준비했던 열정을 한껏 쏟아냅니다
봄바람이 귀에 대고 이젠 너희 차례야라고 속삭여주면 말이죠



오늘은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그네를 타듯 가볍게 흔들립니다
갓 핀 꽃각시들도 생글거리며

바람의 파도를 즐깁니다



내일모레쯤 울타리 전체가 하얗게 눈밭처럼 변하고
꽃 이파리가 하나씩 하늘로 날아오르면
축제는 절정에 이를 거예요



이제

새 봄의 축제이니

제 손을 잡고 맘껏 흔들어보세요

이런저런 근심 모두 내려놓고 말이죠

인생사가 그렇듯이

우리의 축제도 늘 잠깐이면 끝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