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로 온 세상을 감싸도 좋으리
이슬비로 방울방울 맺혀도 좋으리
가랑비로 촉촉이 젖어들어도 좋으리
실비로 투명한 천을 덮어써도 좋으리
소낙비로 흠뻑 젖어들어도 좋으리
장대비로 아스팔트 낱낱이 튀어올라도 좋으리
억수로 마당 흙이 통째로 쓸려나도 좋으리
도둑비로 맑간 아침 풍경도 좋고
여우비로 햇살 가득한 빗방울은 더욱 좋으니
우산은 마지못해 펼치는 것
그렇게 쉽게 하늘을 막아서지 말아야 하리니
나의 아버지는 종종 비를 맞았고
나의 할아버지는 늘 비와 함께 했다
유월의 아침에 내리는 비단비
화사하게 웃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거리의 빌딩과 가로수와 사람들을 적셔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