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by 김도형


얼음같이 두꺼운 중력을 깨뜨리고

솟아오르는 꽃봉오리.


그 날카로운 끝을 바람이 어루만지면
부드러운 꽃잎이 한 장씩 펼쳐진다.


동쪽으로 한 장, 서쪽으로 한 장,
남쪽으로 한 장, 북쪽으로 또 한 장.
지상의 모든 방향으로 차별 없이 연분홍색

손길을 내민다.

세상은 꽃이 만든 작은 원에 매여 팽팽하게 당겨진다.

그리고 꽃의 흔들림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늘의 해와 달도 보조를 맞추느라 호흡을 가다듬고 밤하늘의 별들도 미리 와서 눈여겨 가늠한다.

우주의 흐름을 한 번씩 리셋하기 위해

솟아오르는 봉우리.

사람들의 심장박동이 저절로 공명하고 꽃잎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가지런히 소리를 고른다.

꽃의 날개가 흔들리며 만든 진동은

동종 소리처럼 멀리 우주 밖으로 날아간다.

꽃은 한동안 피어서
모든 생명이 눈을 뜨고 깨어날 때까지
떨림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