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에 대하여

Epigram 29

by 김도형


모든 것은 사소하다.

동시에 의미심장하다.

사소한 것 하나가 내재된 소리를 울리면 뉴런처럼 연결된 다른 사소한 것들이 연쇄적으로 깨어 일어나서 빛을 발한다. 그러면 흙 부스러기처럼 가벼운 그 사소한 것의 발현은 바위처럼 커지고 강물처럼 모여 흐르다 바다처럼 깊어진다.

하루의 모든 시간도 사소함으로 가득 차 있다.

아침의 굵직한 스케줄도, 저녁의 쇼킹한 뉴스도 이 사소함을 넘어설 수는 없다.

매 순간 일어나는 눈의 깜빡임, 땀구멍의 호흡, 머리카락의 자람, 타액의 분비, 세포 분열이라는 사소함을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

날마다 조용히 해가 뜨고 고요히 별이 지는 이 사소함을 그저 당연하다고만 할 수 없다.

이 사소한 것들은 <사소함>으로 그치지 않는다.

사소한 웃음과 대화와 해프닝이 어느 순간 문을 열고 나서면 채찍질이 없어도 이야기는 마구 불어나고 거센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인격이 태어나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며 희비 어린 사건이 만들어진다.

모든 걸작도 사소한 기대와 희망의 중첩이며 확대이다.

모든 비극도 사소한 실망과 원한의 반복이며 확장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가려진 곳의 사소함을 돌본다면 그는 현자일 것이다. 그는 사소한 것들이 전체의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사소한 각각의 것들이 보이지 않은 불을 담고 있으며 때가 되면 어느 순간 발화하여 온 세상을 태워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위대함과 화려함이 노을처럼 스러져 사라질 때도 사소함은 땅바닥에 바짝 붙은 들풀 속에서, 발에 차이는 조각돌 속에서 화톳불을 품고 숨 쉬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소함의 꽃말은 꺼지지 않는 불꽃,

또는 소멸되지 않는 희망이 마땅하다.

모든 것은 사소함에서 시작하여

사소함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사소함은 더욱 장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