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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Sep 08. 2022

여름의 끝


화단의 키 작은 꽃이라도

피어나면

제 할 일 다 했다고 여겼다


현관에서 몇 계단 내려가도

따뜻한 방 한 칸이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쉼 없이 무너지던 날


강가 미루나무들은 한결같이

하류를 향해 누웠고

거센 흙탕물은 골목까지 흘러들었다


시련도 높낮이를 가늠하는가


빛없는 지하에 산다는 것은

애초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일인 듯

 누구는 고된 여름의 끝을 견뎌내지 못했다


오그라든 가슴뼈 아래

습한 어둠을 품고 사는 사람들


그들이 다가와도

칼날 같은 두려움과 공포에

빈 위로조차 건넬 수 없던 계절이 지나간





* 이 여름은 몇 날씩 광포한 얼굴을 내밀었다.

재난대비란 낱말의 테두리 밖에서 서성이다 잠든 사람들.

 재난의 정도는 모든 이들의 안락한 삶에서 비롯되었다니 그 누구도 일말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멀리서 위로와 평안을 비는 마음이지만 이것도 혹시 나를 위한 것은 아닐런지...


내 마음의 아랫방도 때론 위태로우니

오늘도 시란 가장 낮은 곳의 노래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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