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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an 18. 2023

한 해의 끝


어느덧 한 해의 끝에 가 닿았다


낡은 배는

거친 물살에 떠밀리며

무게감없이 출렁거렸


비었다는 것

바람은 종종 불어와

작은 짐꾸러미조차 흩어버렸다

스스로 놓아버린 것이 아닌 빔은

가혹한 형벌에 다름없다

차라리 먼저 버려버릴걸

그렇게라도 상실감의 싹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망설여지곤하는 새해 맞이

주춤거리는 사이

한 해의 강을 미처 다 건너지 못한 이들의

명단이 속속 도착했

면죄부처럼 짧은 추도 인사 건네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지나가 되는 걸까


점퍼 주머니에 구겨 넣은

시간의 손이 내민 두툼한 청구서

그 이자까지 갚아내야 할

새해가  밖에 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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