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의 끝에 가 닿았다
낡은 배는
거친 물살에 떠밀리며
무게감없이 출렁거렸다
비었다는 것
바람은 종종 불어와
작은 짐꾸러미조차 흩어버렸다
스스로 놓아버린 것이 아닌 빔은
가혹한 형벌에 다름없다
차라리 먼저 버려버릴걸
그렇게라도 상실감의 싹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늘 망설여지곤하는 새해 맞이
주춤거리는 사이
한 해의 강을 미처 다 건너지 못한 이들의
명단이 속속 도착했다
면죄부처럼 짧은 추도 인사만 건네고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지나가면 되는 걸까
점퍼 주머니에 구겨 넣은
시간의 손이 내민 두툼한 청구서
그 이자까지 갚아내야 할
새해가 문 밖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