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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an 16. 2023

밤의 풍경


인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야

그저 지내는 것일 뿐


택시도 없는 야밤

30분도 더 남은 n37버스의 도착을

뒤로 하고

검은 밤의 풍경을 새긴다

차로 사이의 정류장

철제 의자에 앉아 있던

두 청춘이 경기도 광역버스에 올라탄다

먼저 떠난다는 안도감으로

차창 밖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홀로 남은 사내의 곁을 지키는 것은

붙박이 쓰레기통뿐인데

겨울바람에 움추러드는 밤의 목덜미


왁자한 웃음이 흘러내리던 탁자

입술로 파고들던 유리 술잔

안개처럼 흐려진 눈동자

문밖은 어둡고 고요한데

발걸음은 곧은 길을 자꾸만 비틀어댔


너무 먼 날은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밤의 무릎에 앉아

지나가는 풍경을 매만져보며

시간의 손일랑 놓아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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