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비가 장성하여 돌아왔다
흐느끼듯 소리 없이 젖어들더니
후드덕이는 소리를 내며
시멘트바닥을 힘차게 내리친다
창가 탁자에 앉으면
몸을 타고 흐르는 소름이
발아래 검푸른 강으로 굽이친다
여울지는 빗소리
유리창에 부딪히며 흘러내리는 물방울
아련한 슬픔 따윈 내려놓아야 하리니
깊은 울음이어야 이 계절을 건널 수 있다
유월이 되면
허공을 빼곡히 채우는 비가 오고
세상은 침묵 속에
회색 바다로 출렁인다
* 매번 같은 절기가 찾아와도
늘 똑같지 않기에 안도하게 된다
단 하루도 같지 않은 일상을
똑같게 겪어낼 때는
그만 슬픔이 엄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