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최고조에 이르던 8월 초
몸과 마음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며
지난 세월이 참 아깝다고 생각했다
우리란 존재도
시간의 결과물이기 때문일까
너와 내가 아닌
관계의 유동성만이 눈앞에서 출렁거렸다
그동안 내뱉었던 수많은 말들이
여기저기 더미로 쌓였는데
왜 작은 육신만을 전부라고 여겼을까
시공간이 멈춰 서면
우리는 그저 배경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데
난 날마다 권력자로 살고자 했었다
주홍커튼을 찢고 칼을 들이댄 너
그 순간
열기는 사라졌고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