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악몽

코로나의 역설

by 김도형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늘상 새로운 영화들이 개봉되고 관객의 수요에 맞춰 상영 횟수도 늘어난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하거나 가족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동심을 다룬 영화가 주로 개봉된다. 2020년 올 한 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전염으로 인해 극장들은 부분적인 오픈과 폐쇄를 반복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영화로는 1994년 개봉한 <34번가의 기적>이 있다. 그리고 이듬해에 개봉한 헨리 셀릭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블랙 뮤지컬 판타지 무비인데 착한 컬트 영화의 고전이 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핼러윈 마을에 사는 주인공 잭이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을 방문한다. 그곳의 따뜻한 축제 분위기에 감동받아 자신의 마을에서도 그럴듯한 축제를 준비하며 생기는 사건을 그렸다. 이 영화에는 연말의 대표적인 축제인 핼러윈과 크리스마스가 배경이 되며 진정한 축제의 의미를 상기시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영화의 해피엔딩보다는 제목처럼 행복하기만 했던 크리스마스가 가져올지도 모르는 불운에 대한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감독은 왜 <크리스마스 악몽>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위 표지 사진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제는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이다. 즉 크리스마스 이전의 악몽, 그 악몽의 과정을 겪으면서 본연의 크리스마스를 맞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 번역이 가져온 이해의 간극이다. 번역 작업에서는 간혹 의도적으로 표현을 비틈으로써 작품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팀버튼은 작품 주인공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다. 팀버튼은 바로 이 영화 제작자이었다. 작품 명에 제작자 이름이 등장한 특이한 사례이다. 그는 기괴한 모습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로 그의 존재감을 한껏 높였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진정한 크리스마스 악몽으로 기록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도 바이러스의 특성상 쉽게 나타나는 변이가 여러 차례 일어났다. 현재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 남동부에서 발생하여 유럽 각국과 다른 대륙으로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영국발 입국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 외에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아프리카에서 각각 발견된 바이러스도 국제 의료계의 초관심 대상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존의 바이러스에 비하여 전염력은 70%가량 높으나 다행히 치사율은 비슷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전 지구적 신종 covid19의 3차 대행으로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2.5단계에서 3단계 격상을 신중히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요 며칠 계속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이 방역 단계 상승 압박의 직접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감염 환자의 숫자보다도 그로 인한 병상 및 의료진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다. 자칫하면 심각한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연쇄적으로 기존의 타 질병 환자들까지 관리가 부족해짐으로 인해 나라 전체 환자의 높은 사망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다행스럽게도 세계적인 제약사들의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되기 시작했다. 화이자사의 백신이 이미 이번 달에 영국에서 긴급 승인되어 최초로 사용되었다. 국가로는 미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으며 모더나사의 백신도 승인받았다. 그리고 얀센 제품도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 제품도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그 외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산 백신 제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승인했으나 투명한 임상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서방세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코로나 방역에 선방하여 확진자와 사망자가 통제선 안에 있었기에 심각성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또한 예산과 권한의 복합적인 문제로 세계적인 백신 개발사들과의 계약에 신중하게 대처하다 보니 백신 물량 공급에서 선투자한 국가들보다 뒤처지게 되었다. 현 국제 상황을 볼 때,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이를 우려한 서방 국가들이 추가 물량을 독점하는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로서는 효과에 있어 다소 논란이 있었던 아스트라제네카가 급한 불을 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공급가도 매우 저렴할뿐더러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의뢰받아 일정 물량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서방국과는 달리 백신 접종 시기가 빨라야 내년 2, 3월로 예상되기에 염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한 전염병 전문가는 미국 내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최소한 내년 3월까지는 현재의 감염률과 사망률이 지속되거나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백신의 효용성을 신뢰하는 기준하에 국민들의 접종 속도와 면역 생성 기간을 고려한 예상치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최소한 현 상황이 5, 6월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3단계 이상이나 이에 준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개인적 사회 활동과 경제 활동은 매우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영세한 개인 사업자들의 파산이 급증할 수 있다. 이런 경제 악화가 지속됨으로써 국제적으로는 방역과 경제에 취약한 중, 저개발국가들의 디폴트 선언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의 내년 2~4월 중의 세계 경제 급락 예측에 상당한 힘이 실리는 것이다.


아마도 전 세계인들에게는 내년 상반기가 가장 고통스러운 기간이 될 것이다. 그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의 감염과 사망 소식이 더 잦아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우리 국민은 시간이 지나면 마침내 코로나라는 고난을 딛고 일류 강소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방역 과정에서 이미 고부가 가치 산업의 하나인 의료산업이 급팽창하며 기술력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또한 반도체, 전기 배터리, 수소산업 등도 선전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미래의 일류국이 되기 위해선 우리 사회 시스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 사회를 위해 과감히 변신해야 한다. 이 고통스러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이후의 국가의 위상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오늘 이 시간이 '크리스마스 악몽'인지, 아니면 '악몽 후의 축제'로 향하는 과정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영화의 주인공 잭도 악몽과도 같은 기존의 축제 분위기를 바꾸고자 애쓰다가 마침내 따뜻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우연일지라도 그 영화의 줄거리는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훗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과적으로 국가 발전의 디딤돌이 되었다고 평가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여겨질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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