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기술

부탁이라는 도구

by 김도형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칭해지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주의회 의원 시절에 정적 관계에 있던 동료의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벤자민은 그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한 격언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나에게 신세를 진 사람보다 나에게 작은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계속해서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표현이었죠.

그래서 그는 상대 의원이 갖고 있는 희귀본 책을 빌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하였습니다. 며칠 뒤 벤자민은 감사편지와 함께 책을 돌려주었습니다. 그 후 상대 의원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변했고 둘의 각별한 우정은 오래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적이 당신을 한 번 돕게 되면, 당신을 더더욱 돕고 싶어 하게 된다 (Enemies who do you one favor will want to do more)’

그는 상대방과 가까워지기 위해선 먼저 호의를 베푸는 방식보다 호의를 요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이 방식은 나름 연구 대상이 되어 설득 심리학에서 ‘벤 프랭클린 효과’(Ben Franklin Effect)라는 명칭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 자신의 묘비에 어릴 적의 ‘인쇄공 프랭클린’이라고 쓸 정도로 겸손한 삶을 영위했다.

사실 벤자민처럼 껄끄러운 상대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짜 실패는 시도에 대한 두려움에 갇히는 것이죠. 미리 상대방의 경멸을 떠올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더 잃을 것도 없습니다.

미친 척 도움을 요청해 보는 겁니다.

단, 효과적인 요청의 품목은 그가 수행할 수 있고 그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결과를 달성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를 놀라게는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것입니다.




흔히 도움을 요청할 때는 누구나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요청을 받아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을 꼽아보게 되지요. 또한 상대가 나의 형편을 떠벌이지 않을 조건도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예전에 내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은 적이 있던 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내가 한번 요청을 들어주었으니 그에게는 부탁하는 일이 좀 더 수월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부탁을 해보면 기대와는 달리 완곡하게 거절당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충격과 배신감이 밀려듭니다. 이런 상황이 너무나 불공평 하기는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럼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요?


사실 인간의 교류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연인끼리도 동가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부부 사이의 경제적 관계도 쌍방에 동일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친한 사이라 필요할 때 기꺼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있죠. 그런가 하면 여유가 있어도 베풀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기를 좋아하는 A라는 사람과 받기에 익숙한 B라는 사람이 가까워지면 곤란한 일은 언제고 일어납니다.

이런 일이 많다 보니 '돈을 빌려주려면 아예 받을 생각하지 마라'는 격언도 생겨났습니다.


주변에는 내가 호감을 갖고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나를 그런 방식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를 도우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호의로 내가 곤란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는 기뻐합니다. 혹 내가 보답하지 못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또한 내가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하면 관심을 거두지 않고 지켜봐 줍니다.


문제는 심리적으로 내가 끌리는 사람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A는 B에 끌리고, B는 A가 아닌 C에 끌리는 식이죠. 각자의 감정 포인트가 다르기에 일대일 관계가 아닌 다중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진화 과정에서 집단 생존에 유리하도록 형성된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은 이 원리를 간파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베풂을 가볍게 생각하는 이에게 분개할 것이 아니라 내게 우호적인 이를 기억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내가 그 앞에서 솔직하기만 하면 그는 또다시 선한 마음을 일으킬 것입니다.

내가 남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보답받지는 못했어도 남에게 베풀었던 행위가 가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통해 도움이 돌아오니까요.

우주적 큰 틀에서 보면 이렇게 서로 얽혀서 인과를 주고받음이 다자간의 상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대부분은 받은 것보다 자신이 준 것을 크게, 오랫동안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거꾸로 내게 베푼 이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행위는 내게 올 도움을 더욱 크게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오겠지요.


오늘 저녁,

고마운 이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갑자기 생각난 듯 부모님께 감사 인사나 전화를 드려보아도 좋을 듯하네요.

그분들이야말로 조건 없이 끝없는 애정을 보내주는 도움의 달인들이니까요~




참고 :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격자가 되겠다는 결심하에 모든 계획서를 작성하고 시간관리 계획을 위해 수첩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프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는 그의 수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기 계발 도구로 인지도가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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