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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싫어하는 사람 퇴치법

내 피를 훔쳐가려는 인간관계 속 흡혈귀를 처단하자

나는 그 사람을 호의로 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됐다.


사실 그 인간이 날 싫어한다는 것을.


내가 없는 자리에서 그가 날 안 좋게 평가했단다.


제3자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따뜻했던 마음이 확 식고 사람에 대한 오만정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날 험담했다는 누군가에게만 안면을 바꾸자니 그런 태도도 유치하게 느껴진다.


상대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이전처럼 친한 척하려니 화가 나고 난처하다.


뒤에서 네가 나를 평가했냐며 확인 사살하는 것도 번거롭고 힘든 일이다.

이 일을 조용히 묻고 가는 게 최선의 선택 같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니까

하지만 회사 복도에서 마두칠 때마다 표정 관리가 안 되니 자괴감이 든다.


그래, 어떻게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겠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게 당연하지.


나도 누군가를 싫어하니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잖아?


이렇게 매체나 책에서 회자되는 조언을 새겨본다.    


나도 그도 부족한 인간일 뿐이다.


어수선해졌던 마음을 정리하니 평정심이 돌아온다.


이제 일상을 살면 된다고 다시 한번 결심한다.

긍정적인 사고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한 사람이 날 안 좋게 봤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우울했다.


내가 작은 일에 크게 놀라는 협소한 인간인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세상에 더 힘든 일도 많은데 이런 갈등 정도는 대범하게 넘겨야지 싶다.


하지만 이성적인 생각은 머리에만 맴돌 뿐이다.


솔직히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고 있었고, 내가 그 사실을 몰랐었다는 게 상처가 된다.

세상은 동화가 아니니까. 세상은 사나우니까. 단단한 마음이 필수 준비물이다

어른은 모든 일에 의연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주문이 떠오른다.


겨우 한 사람의 부정적인 평가에 무너지는 내가 싫어서 다 그럴 수 있다고 억지로 웃어 보인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공감받기는커녕 비웃음만 당할까 봐 표현하지 않으니 속이 더 곪아간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 타인이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기억이 떠올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소문의 뼈를 발라서 실체를 보면 왜곡과 부풀리기가 많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을 곰곰이 돌아보게 된다.


혹시 그동안 그가 날 싫어한다는 신호를 은근히 보냈는데, 내가 애써 모른 척했던 건지 말이다.


나도 누군가를 싫어할 때, 대놓고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명분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대화하다가 까칠해진 적이 있었다.


낌새를 눈치챈 당사자 앞에서 미움의 원인을 설명하기도 꺼림칙하다.


아무리 타당한 까닭이어도 결국 상처 주는 게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속내를 해맑게 발설하는 순간부터 어정쩡한 사이가 아예 나빠질 것이다.


무조건 솔직하게 말하는 게 능사가 아님을 이제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지내자니 그의 단점이 마음에 걸려 자꾸 불쾌해졌다.


뾰족함을 참는 순간이 쌓이자 언젠가부터 상대가 말을 걸면 거부감이 올라왔다.


그래서 얼굴을 외면한 채 응답하거나 짧게 답변하곤 했다.


이렇게 날 싫어하는 사람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은연중에 속마음을 드러냈던 것일 수 있다.

마음속으로만 싫어하던 사람이 있었다. 별 말 안 했지만 사실 상대는 싸늘한 공기를 감지했을 수도 있다

직장 동료 B는 나를 은근히 싫어했다.


처음 그가 입사했을 때는 비슷한 나이대여서 빨리 친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B는 부담을 느낀 듯했다.


그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C와 자주 어울렸고, 주말에 C의 집에 놀러 가며 친분을 다졌다.


우리 팀은 업무의 특성상 바쁠 때와 한가할 때가 분명했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이라도 날 때 마음 맞는 이들끼리 산책을 다녔다.


B도 틈틈이 C와 다녔다.


(물론 B는 C 말고도 다른 사람들과 밖에서 작은 사치를 부리다 왔다)


하지만 외부로 나갈 시에 절대 동행하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내가 산책 가자고 문자를 보내면 그는 설명도 없이 무조건 안 가겠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한 번도 나의 권유에 응한 적이 없었다.


재밌는 사실은 B가 산책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산책을 즐기지만 나와 산책을 가는 게 별로였던 것이다.


밖에 나가자고 한결 같이 권유할 때마다 그는 일시적으로 산책 반대론자 코스프레를 했다.


아마 B는 나의 일관적인 태도가 곤란하면서도 짜증 났을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태도의 온도 차이가 크다면 그는 날 싫어해서 그럴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 B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가수 성시경 씨가 회사에 왔던 것이다.


B는 그 가수의 오랜 팬이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데 손이 모자라니 내가 그 역할을 대신해 달라는 용건이었다.


평소 나에게 말도 잘 안 걸고, 산책도 안 가더니 웬일인가 싶었다.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이 의아했지만 사진 찍어주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나는 흔쾌히 그와 함께 지하 대기실로 내려갔다.


그리고 기꺼이 사진을 찍어줬다.


좋아하던 가수의 실물을 보다니 B의 입장에서는 꿈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가수와 정다운 인사까지 마친 그는 무척 만족해했다.


문제는 B가 사진을 확인하고 발생했다.


두 사람의 사진에 내 손가락이 같이 찍혔던 것이다.


맙소사.


왜 그걸 확인 못 했을까.


B는 매몰차게 태도를 바꿔 짜증이 담긴 문자를 날렸다.


[혼날래?]

소장하려던 사진이었을 텐데 슬퍼할 만도 했다. B는 진짜 정색했다

그가 동경했던 연예인과 만나 그 순간을 박제했다.


두고두고 소중하게 간직할 사진에 타인의 손가락이 등장하다니.


이런, 이런.


기분 나쁠 만했다.


그런데 ‘혼날래’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 반응이었다.


B는 선생이 아니고, 나는 학생이 아니다.


나이가 비슷한 성인 간의 대화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부적절한 단어였다.

사진을 잘못 찍어줬다 한들 B가 기세등등하게 혼나 보겠냐고 할 자격은 없었다.


그도 기본적인 상식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열이 가미된 특정 단어를 선택했다, 의도적으로.


건방지다는 말이 나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직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내가 실수했으니까.  


성시경 씨를 보고 황홀경에 빠진 그의 기분이 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로 인해.


그 상황이 계면쩍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쾌감을 앞세우지 않았다.


‘혼날래’라고 모욕을 준 B는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나를 경박하게 대했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B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까 말이다. 유난히 나를 까칠하게 대했던 사람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B가 유난히 나를 아랫사람 대하듯 반응했던 까닭은 경계심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나보다 조금 늦게 입사했다.


입사 후 몇 개월이 지나고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입사했기에 명함을 파야 했다.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인적사항을 적을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내용을 확인했었다.


그 과정에서 B가 쓴 영자 이름의 순서가 잘못된 것 같아 갸우뚱한 적이 있었다.


이름의 순서가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B가 적은 것도 맞았다.


명함은 영자 이름도 한글 이름과 동일한 순서로 표기하지 않나.


 ‘이름 순서가 바뀐 거 아닌가요?’


나는 이렇게 물으며 의아해했던 것이다.


미묘한 인식의 차이 때문에 벌어진 에피소드였다.


낯선 환경에 적응 중인 B는 낯선 인물인 나의 물음을 설의법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지적하는 의도를 담아 날카롭게 반응했다고 여겨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그는 그 일로 본인의 지위가 내려갔다고 생각했다.


B의 입장에서는 내 실수가 입사 초반에 훼손된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였다.


그는 고압적인 자세를 취해서 내려간 지위를 원상복귀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나쁜 의도가 없었는데 오해를 샀다. 내 진심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밝히고 싶다

평소 B는 나와 멀게 지내면서도 아쉬우면 한 번씩 찾아왔다.


언젠가 본인의 신발을 씻어야 한다고 나에게 슬리퍼를 빌려달라고 했다.


선뜻 내어주었다.


도울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  


그는 나에게 내키는 대로 까탈을 부리면서도 내가 필요하면 살갑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가 발끈했던 이면엔 내 행동에 나쁜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미리 방어했던 것이다.


나는 공격할 생각이 없었는데.  


회사가 신사옥으로 이사하고 나의 옆자리에 B가 앉게 됐다.  


나와 그의 책상은 일자로 나란히 붙어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습관처럼 물을 마시고, 빈 종이컵을 책상에 올려뒀다.


나와 B의 책상이 만나는 경계선 바로 바깥에 말이다.


결국 B의 책상에 컵을 둔 것이다.


물론 남의 책상으로 컵이 넘어갔다는 걸 몰랐다.


그런데 그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 내 책상에 쓰레기 두지 마!


면박을 듣고 나서야 컵의 위치가 어딘지 발견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쓰레기를 남의 책상에 둘 이유가 없다.


하지만 B는 자초 지경을 묻지 않고 황급하게 짜증을 내면서 구박을 했다.   


내가 쓰레기통에 컵을 버리는 대신 일부러 본인의 책상에 뒀다고 예단했던 것이다.


나는 당황해서 컵을 치웠다.


그리고 전후상황을 설명하지 않았다.


침묵은 그의 피해의식에 힘을 실어줬다.


사소한 오해로 사이가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굳이 오해를 풀지 않았다.    

B는 내가 아기를 귀여워하는 것도 얄미워했다

팀원들과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데 유모차에서 놀던 아기를 본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해 모두 아기를 귀여워하며 조금씩 만졌다.


그런데 B가 나에게 신경질을 냈다.


- 야, 그러지 마!


다른 동료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아기를 예뻐했다.   


그런데 그는 나를 콕 집어서 내 행동만 통제하려고 시도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뭘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말이다.

심지어 B는 개인 SNS에 공개적으로 내 얘기를 올리기도 했다.


얼마 전 B가 나에게 SNS 친구 신청을 한 모양이었다.


그는 내가 일부러 친구 신청을 안 받고 있다며 빈정거렸다.


나는 SNS 계정이 있지만 SNS를 간헐적으로만 확인한다.


그래서 걔가 친구 신청했다는 것도 몰랐다.


그는 SNS에 일상을 공유하는 걸 즐겼다.


혼자 여행 간 사진에 곁들여 거기에서 나름대로 느낀 바를 소소하게 적어 올린 후 사람들의 댓글과 좋아요를 기다렸다.


SNS 상의 교류에 의미를 부여하는 B가 친구 신청에 민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B는 나와 같은 사무실을 쓴다.


정작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시로 나와 마두 쳤으면서 친구 신청의 '친' 자도 꺼내지 않았다.


당사자에게 언질도 없었으면서 개방된 공간인 온라인에서 나와의 일을 언급한 진짜 저의가 뭘까.  

B는 개인적으로 얘기해도 될 일을 꼭 여러 사람한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해서 자신의 힘을 과시했던 것이다

게다가 내가 밤 10시까지 일하고 있을 때도 B의 만행은 이어졌다.


뜬금없이 단체 카톡방에 나를 저격하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그는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일을 적게 하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당시 모두가 떠난 사무실에서 나는 혼자 일하고 있었다.


나는 화가 났다.


그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말하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그가 김 빠지는 소리를 했다.


[아, 그런 건 잘 모르고. 그냥 내 느낌이 그래.]


반전은 따로 있다.


사실 일을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은 B였다.


당시 일의 분배를 정하는 사람은 나였다.


그런데 나는 그에게만 일을 가장 적게 할당했다.  


B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밖에 나갔다 오면서 일을 기다렸다.


그러다가 늦은 오후에 일 하나를 처리하고 퇴근한 적도 있다.  


일하는 시간보다 일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이다.


물론 네가 가장 일을 적게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B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니까 말이다.

나는 B와 잘 맞지 않았다. 사람은 다양하니까 다름도 인정해야겠지. 성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는 게 낫다

B는 사진을 찍어달라거나 슬리퍼를 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나와 함께하는 것은 거절했다.  


나를 싫어하면서도 아쉬울 때만 소소한 부탁을 했다.


상황에 따라서 바뀌는 행동에 나는 경계선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불쑥 짜증 내고 불쑥 부탁하는 이상한 태도를 당연하게 여겼다.


B가 컵을 뒀던 것, 아기를 예뻐한 것 등 지엽적인 일에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 나는 그의 태도를 지적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나를 막 대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프레임을 씌웠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해서 지속적으로 감정을 드러낸다면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를 싫어하는 상대를 내가 싫어해야 한다.


내가 B의 하대와 무례함을 용인했던 가장 큰 이유는 호의 때문이었다.


친해지고 싶어서 짜증도 참아주고 물건도 빌려주고 편의도 봐준 것이다.


하지만 B는 내 호의를 이용했다.


나를 싫어하는데 나의 친절을 좋아할 리 없다.


다만 가끔 내가 필요할 수는 있을 것이다.


동경하는 가수와 사진을 찍으러 갈 때 같이 갈 사람이 없다든가.


막 신을 슬리퍼가 필요한데 슬리퍼를 신은 사람이 없다든가.


나와 B, 다른 동료들은 아이스크림도 먹고 농담도 주고받으며 편하게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나는 B가 점점 불편해졌다.

B는 위장술을 쓰면서 본심을 가렸다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간 적이 있다.


뒤늦게 나타난 B는 결혼식장 의자에 홀로 앉아 있었다.  


이미 단체 사진을 찍은 뒤라 사람들은 식당으로 가려고 짐을 챙겼다.


그런데 B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를 아는 척하지 않고 지나쳤다.


그도 인사하지 않았다.


B와 손절하겠다는 의사를 인사를 생략함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내 눈치를 보던 B는 끝까지 얄밉게 굴었다.


나는 일이 있어서 결혼식장을 바로 나와야 했다.


동료들과 헤어져 결혼식장을 빠져나가는데 누군가가 급하게 나를 다시 불렀다.


직장 동료 D였다.

B는 주변 사람들 뒤에 숨어서 원하는 걸 얻었다

D는 B가 늦게 와서 식권이 못 받았는데 혹시 내 식권을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평소 D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우위에 서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핀잔을 주거나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명령조의 말투를 쓰면서 주도권을 쥐려고 노력했다.


D는 약자처럼 비칠까 봐 두려워했기에 과장스러운 행동을 취했던 것이다.


그는 두려움에 맞서려고 그 감정을 반대급부로 표현했다.


자신을 부드럽게 대하는 사람들을 약하다고 낙인찍는다.


구박하는 듯한 농담을 일삼는다.


서글서글한 동료들에게 그는 더욱 모질게 굴었다.


남을 희생시켜서 사회적 입지를 확인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D가 B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고 있었다.


B에게 섣불리 호통치지도 않고, 언니 언니 하면서 따랐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까 봐 미리 발톱을 세우는 D.


약자처럼 취급하는 게 유난히 두려워서 강자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D.


그런 사람이 B의 하찮은 식권 심부름을 하다니.


나에게 말 걸기가 어색해진 B는 본인이 직접 전달할 용무를 D를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분위기를  보니 본인의 얼굴을 보면 내가 식권을 안 줄 것 같았나 보다, 하하하.

B는 뒤에서 험담을 주도했다. 게다가 나를 싫어하니 더 이상 교류하는 건 무리였다. 별로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B도 눈치챘다

B는 친구들과 단합해서 다른 사람들을 험담하는 데 익숙했다.


D가 일부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하자 B는 같이 욕해줬고, 그 일로 신임을 얻는 듯했다.  


그래도 직접 와서 부탁할 일이지 D를 부려먹다니 어이가 없었다.


식권이 필요 없으니 주긴 했지만 B가 D를 조종하면서 이득을 취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아니면 D가 B가 고자질했을 수도 있다.


내가 인사를 안 한다고.


그러니까 식권 좀 대신 받아달라고.


B가 암묵적으로 나는 네 편이라는 뜻을 담아 이용당해 줬을 수도 있다.

B는 설마 식권으로 내 마음을 떠보기라고 하려던 걸까. 아니면 단순하게 식권이 필요해서였을 수 있다. 그럼 직접 오는 게 더 맞지 않나. 굳이 그런 식으로 야비하게 나와야 했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물리치는 법은 그에게 좋은 것을 주지 않는 것이다.


만약 식권을 안 줬다면 그는 내가 멀리 지내려는 걸 확실하게 알았을 것이다.


그럼 한 발짝 더 멀어지고, 자연스럽게 소원해졌을 수도 있다.


그는 나와 차 한 잔도 안 마시면서 프린터기가 고장 나자 나에게 SOS를 청했다.


가수와 찍은 사진이 잘못됐다고 고압적으로 핀잔을 주고, 아기를 예뻐하는 나를 쓸데없이 구박하며, 매번 산책하자는 것도 거절한다.


그러면서 슬리퍼를 빌려달라, 식권을 달라, 프린트를 해 달라 등 필요할 때만 친절하게 굴며 본인의 사사로운 필요를 채웠다.  


앞, 뒤로 내 욕을 하고 다녔던 B도 상황판단을 하면서 싫은 티를 냈던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의 이중적인 처세술을 알음알음 알게 되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나를 망신 주던 걸 B는 즐겼다

미움은 언젠가 표현되기 마련이다.


내 앞에서 잘 웃고 따뜻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그와 대화만 하면 마음이 써늘해질 때가 있다.


상대의 가식적인 태도를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B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다만 누군가가 날 싫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다.


그는 자주 짜증을 냈지만 가끔씩은 친절했다.


간헐적인 호의 때문에 B가 나를 싫어해서 함부로 행동한다고 결론짓는 걸 미뤄왔다.

내 피를 쪽쪽 빨아먹고 도망갈 흡혈귀를 처단해야 한다

B가 타 부서로 옮긴 뒤 다 같이 회식한 적이 있었다.


나는 한때 그와 같은 팀이었던 사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B가 정색하며 이렇게 말했다.


- 나 그 사람 이야기 싫어해.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봤다.


진짜 무안했다.  

그 사람과 B 간에 안 좋은 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B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고, 말을 붙이고 싶었다.


그런데 딱히 할 말이 없었고 B가 부서를 옮겼으니까 한때 그 사람과 같은 팀이었다고 설명한 거였다.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B는 그 당시에 받은 상처가 가시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B는 내 앞에서는 가차 없이 굴더니 막상 다른 사람이 본인을 괴롭게 할 때는 공격적으로 나오지 못했다

나는 B가 무딘 사람인 줄 알았다.


그는 SNS 나 단체 카톡방이나 주저함 없이 나를 지목해 공격했다.


내가 아파서 일정을 나가지 못했을 때도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병원에 가라며 톡 쏘아붙였다.


B는 사람들 앞에서 보란 듯이 나에 대한 안 좋은 말을 하고 다녔고 그걸 즐기기까지 했다.


물론 나 말고도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단체 카톡방에 험담을 올렸다.


나와 몇 사람은 그런 문자에 동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B의 문자에 열렬히 호응했다.


그들의 문자 행렬에 카톡방이 터질 듯했다.


나는 그 모습이 살짝 끔찍했다.


그들은 누군가를 소눈깔이라며 비하하거나 오늘따라 그 사람이 못생겨 보인다고 함부로 평가하는 문자를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다.


특히 B는 카톡방에 본인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실명으로 공개 저격해 마녀 사냥하는 분위기를 주도할 때가 많았다.   


지긋지긋하게 사람들을 험담하고 다니던 그는 정작 타인에게 큰 상처를 받자 본인의 마음을 세세하게 배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아는 체하지 않으면 그는 휙 지나가버렸다

B는 내가 인사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인사하면 본인이 지는 거라고 해석했다.  


그 점을 활용해 나는 그에게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신 프린트도 해주지 않았다.


B가 사무실에 들어오면 난 나가버렸다.


그가 나에게 보낸 카톡도 읽기만 할 뿐 답장하지 않았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서서히 인연을 끊는 과정이었다.


그는 자신과 삼삼오오 몰려다니던 무리들이 한두 명씩 퇴사하자 혼자 다닐 때가 많아졌다.


그 시기부터 B는 외롭다고 느꼈는지 웃으면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별 대꾸를 하지 않자 그는 풀 죽은 얼굴이 되었다.

그는 갈등이 생기면 사람들 뒤에 숨어서 공격하곤 했는데 그의 친구들이 퇴사하자 더 이상 아군이 없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나는 B에게 전화했다.


왜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었는지 묻자 그는 버벅거렸다.


- 내가 뭘 오해했던 것 같아. 미안해.


뭘 오해했다는 걸까?


B는 무엇을 오해했다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다.


다만 나의 물음에 무척 실망한 것 같았다.


물론 내가 B 때문에 겪은 실망이 더 컸다.

그는 크게 당황하며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한 번 정도는 표현해야 한다. 나에게 B가 어떻게 비췄는지를

나를 싫어해서 사소한 것에 급격히 분노하고, 두고두고 보복하며 구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몰아내야 한다.


대판 싸우거나 한 번 날 잡아서 뒤집어엎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도의적으로 상대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멀어지고 싶다면 서서히 그러나 꾸준히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선물해줘야 한다.


그 사람이 내가 있는 공간에 오면 최대한 거리를 둬라.


아무리 작은 부탁이라도 들어주지 마라.


웃지 말아라.


먼저 인사하지 말아라.


먼저 말을 걸지 말아라.


그가 말을 걸더라도 무미건조하고 짧게 답해라.


그리고 그를 멀리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하지 말아라.


아니면 왜 그랬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서 더 이상 편하게 지내기 어색한 사이가 되자.

마음의 고통에서 자유를 얻는 방법 중 하나는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상대가 솔직한 얘기를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그때 너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는 신호를 보내서 상대에게 심정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다.


일부러 전화까지 걸어서 그 일을 말한다는 것은 경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내가 인간적인 마음으로 너의 행동을 허용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다면 너 역시 힘들어질 거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정말 그 사람은 생각 없이 한 말일 수도 있고, 못된 마음에 가볍게 심술부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작은 호의 때문에 그런 일을 다 넘겨버린다면 나만 손해일뿐이다.


그 사람의 언행 때문에 고통받은 것을 누가 보상하겠는가.


그러므로 원인 제공자를 가장 먼저 처벌해야 한다.

그에게 소리 없이 다가가 처벌의 단칼을 꺼내 들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할 수 있다.


그 인간을 싫어하는 데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작은 일로 상대가 싫어지고, 싫어하다 보니 별 것도 아닌 일에 더 꼬장꼬장하게 반응하게 된다.


역시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는 거다.

  

다만 이럴 때는 깔끔하게 호의를 접고, 친하게 지내려는 계획을 철수해야 한다.


어차피 그 계획이 이루어지기 희박하다는 사실에 집중하자.

어떨 때는 스스로 혼자 지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굳이 붙잡는 이유는 사실 거절당하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사람에게 거절받는 것을 두려워할수록 현실에서 두려워하던 그 결과가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버림받는 고통이 너무 커서 억지로 타인의 요구를 다 맞춰주는 사람이 있다.


혹시라도 상대와 멀어질까 봐 과도하게 신경 쓰고, 선을 넘는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면 결말이 안 좋을 때가 많다.


타인은 내가 배려하고 참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내 앞에서만 무례하게 구는 걸 재밌게 생각할 수도 있다.

 

타인이 교묘하게 괴롭힐 때, 그와 잘 지내보려고 눈 감고 모른 척하지 말자.


악감정이 밑바탕에 깔린 부당한 대우에 익숙해지지 말자.


너의 이런 행동이 불쾌하고 나를 힘들게 한다고 분명하게 표현하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특히 날 싫어하는 사람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닫지 못하는 공간에 있자

겉으로 보이는 게 다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그래도 되는 줄 안다.


내가 인상을 찡그려도 별 것도 아닌 일이라고 무시하며 지나가버린다.  


결국 인내하던 당사자도 폭발하게 된다.


돌아보면 B는 나를 싫어한다는 걸 은근히 드러낸 게 아니었다.


그는 직접적이고 악의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나는 B와 친구가 되고 싶었고, 언젠가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미움을 은근히 드러낸다고 해석한 진짜 이유는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진심을 알 거라 믿었다.


그래서 눈앞에 적나라하게 보이는 현실을 외면했다.


그 소망이 꺾이는 게 싫었기에.

사람들은 많다. 또 다른 인연을 찾아가면 된다

B의 행동을 보면 내가 믿을만한 구석이 별로 없었다.


그는 앞뒤가 너무 다르고, 적이라도 생각하는 대상을 마구잡이로 욕했다.


B는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의 평판을 떨어뜨리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그는 본인이 험담할 때 친구들이 쪼르르 달려와 미주알고주알 동조해 주는 걸 즐거워했고, 그것으로 자신의 평판을 높여 조직에서 인정받으려고 했다.

  

그 점이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어차피 그와 친해진다 해도 유익이 없었다.


게다가 꼭 그 사람과 친해질 이유도 없었다.


내가 호의로 대하던 상대가 날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플랜 B를 실천하자.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선을 긋고, 꾸준히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


오만한 표정의 누군가가 특정한 이유 때문에 나를 싫어한다고 말한다면 깊게 염두에 둘 필요가 없을 때도 많다.


그 점을 고친다 해도 그는 또 다른 이유를 명분 삼아 나를 싫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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