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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살아 움직이는 자연을 보았다

권력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그 끝은 스러지는 낙엽이요 계절의 흐름에

권력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그 끝은 스러지는 낙엽이요 계절의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무엇이다.


우리가 마주한 세계에는 모두 역사가 있다. 누군가가 쌓은 모래성을 누군가가 쓰러뜨린다. 웅장하고 가냘픈 성은 그렇게 말없이 허물어져 없던 존재가 되었다.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누가 알겠는가. 그 끝을.


쉴 새 없이 으르렁거리는 파도에 몸을 감추누나. 물은 각기 다른 그릇에 전부 담기지만 실상 형체가 없다. 만물에 출렁대는 물길의 힘을 모두가 알고 있다. 웃음도 눈물도 그 힘에 의해 무로 돌아간다. 누가 알랴. 우리가 밟은 이 땅 아래에 묻힌 희로애락을.


잃고 나서 알게 된다. 우리는 창조의 알갱이. 무수한 퍼즐 속 한 조각. 웃어도 울어도 방황해도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풀꽃. 가만히 보니 잃은 것이 아니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주저앉아 남보다 조금 높은 자리에서 권력을 누렸을 뿐. 신이 허락한 작고 좁은 공간에서 홀로 지냈던 거였다. 그곳은 공개된 유리상자였다. 그 안에서 멸시와 환대를 동시에 받았다. 공허하고 불안하며 찬란했던 바람들을 맞이했었다.


자. 이제 때가 됐다. 의자 아래 땅에게 감사를 표해라. 그는 낮은 몸을 희생했다. 단단한 잡초를 키우며 묵묵히 그 자리에서 견뎠다. 소나기를 머금고 태풍에게 뺨을 패이는 고통 속에서 죽었어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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