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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사람들이 정우성을 좋아할 때, B는 신경질을 냈다

다른 사람들과 유들유들하게 지내는 B가 나에게만은 무례하고 뾰족했다

배우 정우성이 회사에 나타났다. 

모두가 환호했다. 


직장동료가 단체 대화방에 정우성을 두고 감탄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사람들은 연이어 메시지를 날리며 공감을 표했다.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단 한 명만이 유쾌한 수군거림에 이죽거릴 뿐이었다. 


- OO들이란... 

사람들을 깔아보는 듯한 B의 태도가 눈에 선연했다

B가 단체 대화방에 작은 돌을 집어던졌다. 비웃음과 함께. 


그런 말까지 해야 하나. 

정우성이 너무 좋아 죽는 사람들의 대화도 아니었다. 

이벤트적인 일에 걸맞게 사람들이 예외적인 반응을 보인 거다. 


와, 정우성 왔대.

와, 정말? 

이게 다였는데. 


B답지 않게 무척 까탈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러나 난 알고 있었다. 

B가 왜 그랬는지. 

B는 나름 인싸 기질이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B가 누구보다 아싸처럼 행동하는 사람 같았다

B는 날 싫어했다. 

다른 사람들과 유들유들하게 지내는 B가 나에게만은 무례하고 뾰족했다.


B가 자신의 이미지 타격을 무릅쓰고 단체 대화방에서 정우성에 대해 좋게 말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내가 티키 타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제스처를 한 직후였다. 


다만 나는 직장 동료들의 대화에 한 숟가락 얹고 싶었다. 

그리고 다들 정우성을 좋아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러니까 나도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끼고 싶어 한 마디 한 거다.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 조용했던 B가 내가 등판하자마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쁜 뉘앙스였다. B는 스리슬쩍 가볍게 말했지만 사회성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말에 콕 박힌 의도를 안다

그 꼴을 두고 보지 못한 C가 캡처본을 들고 왔다. 

캡처본은 다른 팀 대화방에 올라온 메시지였다. 

정우성이 왔다고 한 남자가 인간적인 호감을 표시한 내용이었다. 


- 얜, 왜 그러는 건데?

 

나를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에 B는 급하게 허술한 멘트를 날렸던 것뿐이었다. B는 할 말이 없어 쩔쩔맸다. 

B의 찬물 끼얹기 대화는 시시하게 끝이 났다. 

B는 툭하면 나를 겨냥해 이런저런 말들을 해댔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소소한 잽을 날렸다

평소에도 B는 나에게 사사로운 잽을 틈틈이 날리곤 했다. 


B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자세하게 말하면, B는 나를 옆에 두고 다른 사람에게 넌지시 나에 대한 평가를 말했다. 웃음기를 머금고.  


- A는 특이하잖아. 

여러 사람 앞에서 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 만드는 건 참 쉽다. 나를 앞에 두고 나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하는 B는 비웃음과 재미있음 사이에서 뛰놀고 있었다

나의 양옆에는 B와 C가 있었다. 


나를 사이에 두고, B가 내 옆에 있는 C에게 한 말이다.

B의 말투가 어떤 종류인지는 아마도 음성지원이 될 것이다. 

작지만 명확하게 내 귀에 꽂히는 소리였다. 

B의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나를 곁눈질하며 피식거리지 않았을까. 


B의 말을 해석하면 이렇다. 

B는 타인에게 나를 안 좋게 평가해달라고 간접적으로 부탁하고 있었다

' C야, 내가 볼 때 A는 특이한 것 같아. 특이하다는 말을 들으면 사실 당사자는 기분이 나쁘거든. 그래도 어떡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걸.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A를 공격하고 싶어서 그래. 그런데 그런 의도는 티 내고 싶지 않고. 


어쨌든 C도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지? C가 별생각 없을 수도 있는데, 지금부터 한 번 생각해 봐. 그러고 나서 내 말에 맞장구 쳐줄래? 


협조 좀 해 줘. A가 듣게끔 큰 소리로 말이야. 우리끼리 짜고 치면서 A한테 무안을 주자. 재밌지 않을까?'

'A는 특이하잖아.' 내가 A를 싫어하는 건, A 탓이야. 이게 B가 하고 싶은 말이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B는 밑도 끝도 없이 나를 폄하했다

내가 누군가를 장난스럽게 찍은 사진을 단체 대화방에 올린 적이 있다. 


그 대화방은 라이트 한 농담이나 사담이 편하게 오가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대화방에서 이런저런 캡처 사진을 올리거나 농담 따먹기를 즐기던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B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진을 올리자마자, B는 득달같이 달려와 이런 멘트를 날렸다. 


- 우리 방, 망했어. 


그런 논리라면, B로 인해 이 대화방은 진작에 망했어야 정상이었다. 


그 대화방에서 B 자기 자신은 농담도 자주 하면서, 내가 농담을 하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내가 대화방에 피해를 줬다고 억지를 썼다.  

B는 내 말 한마디,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왜곡하고 비꼬았다. B는 나에 대해 최대한 안 좋게 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를 손가락질하곤 했다

누군가에 대해 별 생각이 없어도 다른 사람이 그 누군가를 안 좋게 말하면, 사람들은 '어, 이상한 건가?' 하고 돌아보게 되곤 한다. 


물론 저런 상황에서 '어? B도 농담을 많이 하는데 갑자기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어? B가 하는 말처럼 저런 농담하면 안 되는 건가?'라고 B가 놓은 덫을 냉큼 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B는 그런 심리를 전혀 모르고 저랬던 걸까. 아니면 그런 심리를 잘 알아서, 자신의 뜻에 맞게 사람들을 움직여 보려고 했던 걸까. 

B는 다른 사람들도 나를 싫어하기를 바랐다. 자신처럼 말이다

나는 B와 개인적인 대화를 하는 편도 아니었다.

B와 간접적으로 얽히는 건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가 전부였다. 


그나마 얼굴을 마두 치는 장소는 복도뿐이었다. 

B는 복도에서 만나면 나에게 먼저 인사하는 스타일이었다. 


찰나의 마두침이긴 하지만, 저 상황만 보면 B가 나에게 반발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B는 포장된 예의 뒤에 나에 대한 적의를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B는 사람들하고 다 같이 있을 때만 변신했다. 

B는 적의를 감췄다. 또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가 농담을 하지만, 사실 나에게 작은 돌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B는 웃으면서 나를 공격했다.  

딱 집어서 못된 의도라고 결론짓기엔 애매하게 말이다. 


B는 나를 공격하고 싶지만, 나로부터 공격받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농담으로 방어막을 만든 뒤, 상대가 은근히 불쾌해할 만한 말을 뱉었다. B는 늘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두고 시시껄렁한 시비를 걸었다.


만약 내가 정색하고 B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고 한다면, B는 '농담인데 그런 것도 못 받아줘요?' 이렇게 나올 태세였다. 

눈 속에 돌을 넣어 던진다면, 그건 눈을 던진 게 아니라 돌을 던진 거다

언제 한 번, 단체 대화방에서 B가 무슨 말을 하길래 나도 답을 하고 싶어서 'ㅋㅋㅋ'이라고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B는 심판관이 휘슬을 불듯 나에게 '불합격'이라고 우스갯소리를 외쳤다. 

내가 자신을 비웃었다며 B는 기분 나빠했다.

나는 긍정적인 웃음 표시를 한 거였는데.  

의도 없이 웃은 거라고 말한 이후에야 B는 마음을 풀었다.

B는 유독 나에게만 유난을 떨었다. B가 나를 구박하는 무대는 대부분 단체 대화방이었다. 나는 그 대화방에서 가끔씩만 말을 하는데도, B는 그 순간을 넘어가질 않았다

그런데 B는 수많은 단어 중에 '불합격'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합격과 불합격 중 불합격이다. 

왜 하필 이런 단어를 골랐을까. 

그냥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되는데 말이다. 


'불합격'이나 '합격'을 판가름하는 존재는 보통 남들보다 '우위'에 있는 자이다. 


B는 순간적으로나마 '불합격'이라는 단어를 골라서, 마치 자신이 나를 판가름하고 제단 할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가상현실을 만들었다.

B는 고슴도치 같았다. 실제보다 자신을 부풀려서 나를 찔렀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장난스럽게 넘어가던 B였다. 그러나 내가 무슨 말을 하든 B는 악착 같이 흠집을 냈다

B는 큰 건으로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었다. 

작은 일을 크게 부풀리는 오버액션을 하거나 작은 일에 깨알같이 끼어들어 콩알만 한 잽을 날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작은 가시든 큰 가시든 가시는 가시다. 

가시는 크기와는 상관없이 남을 찔러서 통증을 준다. 


농담으로 포장된 못된 말들. 

가벼운 말이지만 손등을 훅 베는 면도날 같은 말들.

다들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거다. 

B는 일부러 감정이 상하는 장난을 쳤다. 장난을 가장한 괴롭힘이었다

그때마다 B는 내 마음을 떠보는 듯했다. 

'나의 공격이 어때? 꽤 아프지 않아? 조금밖에 안 아프면 내가 서운한데.' 

 

만약 B의 머리 위에 말풍선을 달 수 있다면, 점선으로 이루어진 말풍선 속에 저런 생각이 담겼을 거다.


사실 B는 직장동료들에게 작은 불만이 있었다. 


대다수의 직장동료들보다 나이가 조금 적은 B는 누군가가 자신을 동생처럼 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B는 어떤 직장동료에게 원래 자신은 사람들을 휘어잡는 스타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B는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 앞에서 귀엽다는 식으로 대하지 말라고 충고까지 했다. 난처해하던 직장동료는 결국 B에게 사과를 했다.

B가 사람을 '자신이 휘어잡으려는 후보군'이라고 여기는 게 불쾌했다. 그런 B의 정서는 마치 자신이 스파이더맨이라고 여기는 사람 같았다

그런 B에게 나는 무뚝뚝했다.


일단 B와 친하지 않았다.


그리고 B는 같이 입사한 사람들하고 잘 지내고 싶어 했지만, 먼저 입사한 사람들하고 선을 두는 듯했다. 


B는 간식을 먹으러 갈 때도, 먼저 입사한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과 같이 입사한 사람들하고만 편의점에 갔다. 

B는 뻔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여도 유유히 그 옆을 스쳐 지나갔다. 적극적으로 그런 역할을 한 게 B였다. 

B는 입사한 사람들하고만 지내려고 했다. 같이 입사한 사람들을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B는 다른 팀 사람들과는 기존 입사자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고 잘 지내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을 듣고서 B가 대놓고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등 다소 친해지기 힘들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B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 나에게 B는 일종의 서운함을 느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B는 나에게 툭툭 면박을 주기 시작했다. 

'A의 말과 행동이 나는 너무 우습고 어이가 없어.' B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부정적이었다. 그는 이미 나를 부정적으로 보기로 결정을 내려놓고, 그 감정에 상황을 짜 맞췄다

나는 B의 무례한 행동을 지적하지 않았다. 

작은 잽은 작은 잽일 뿐이라고 넘겼다.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주된 이유는 B가 날 싫어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너는 나를 싫어한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는구나. 이렇게 여겼다. 


그리고 같은 팀 사람이기에 사이가 아주 틀어지고 싶지 않았다. 

혹시 내가 일관된 행동을 하면, 즉 B가 못되게 굴어도 내가 걔를 미워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나만의 생각이었고, B는 나와 잘 지낼 마음이 없었다. 

나의 무반응에 짜증이 난 건지, 내가 반응이 없으니 불이익을 보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건지. B는 콩알만 한 잽에서 작은 돌을 던지기로 태도를 바꿨다

그런데 내가 작은 잽은 작은 잽일 뿐이라고 여기자, B는 이전보다 조금 더 큰 잽을 날리기 시작했다. 


초기에 B는 농담 속에 뾰족함을 감췄지만, 내가 반응이 없자 아예 정색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의 무반응으로 B는 더 약 올랐을지도 모른다. 


직장동료들과 휴가 날짜를 정할 때, 나는 날짜를 먼저 말한 사람을 우위에 둔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월 1일에 휴가를 가겠다고 먼저 말한 사람이 있으면, 1월 1일에 가겠다고 나중에 말한 사람은 다른 날짜를 선정하는 식으로. 


휴가를 1명씩 돌아가면서 가되, 날짜가 겹치면 안 됐었다. 

최대한 만족스러운 휴가가 되기 위해 정한 룰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먼저 휴가 날짜를 정하면, 나는 남은 날짜에 휴가를 갈 생각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간다면, 그들에게 좋으니까. 심플한 마음이었다

나와 생각이 달랐던 건지 나의 의도가 잘못 전달된 건지, 누군가가 그렇게 휴가를 짜면 먼저 날짜를 말한 사람이 유리한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먼저 말한 사람이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휴가 날짜를 말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야말로 먼저 말한 사람이 유리한 거였다. 


그 기회를 B가 날릴 리가 없었다. 

B는 단체 대화방에 조직을 운운하며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너네들이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갔으면 좋겠어 - 이런 의도였다. 누가 조금 볼멘소리를 하자, B가 늘 그렇듯 일을 크게 부풀리며 조용한 단체 대화방에 파장을 일으키려고 했다

내가 제안한 룰이 조직을 와해시키는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어처구니없는 논리였다. 


무슨 휴가 날짜 정하는 게 대수라고. 그리고 나는 배려해서 한 말인데. B는 자신이 사회를 좀 아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오버액션을 했다.  


나는 B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스케줄에 맞게 휴가가 길 바랬던 것뿐이었다. 

내가 조직을 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조직을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 거였다. 

마치 B는 크게 잘못된 일이 일어난 것처럼 여러 사람 앞에서 오두방정을 떨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의견을 반대하자, 마침내 B는 큰 힘을 얻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단체 대화방에 나의 제안을 왜 반대하는지 정성스럽게 적은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서운해하자 B는 통쾌해했다. 

바로 이 상황이 B가 원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이미지를 어떻게든 깎으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던 B였다. 

드디어 B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B는 다른 사람들과 친분 쌓는 걸 좋아했다. 잘 지내고자 신경도 많이 썼다. 민심 아닌 민심(?)을 획득하고자 B는 노력했다. 그래서 B는 사람들이 자기편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B가 나를 공격해도 사람들은 한동안 제지하지 않았다. 물론 당사자가 별 반응을 안 보이니 다들 무미건조하게 넘어갔을 수도 있다. B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자 의기양양해졌다

게다가 B는 자신보다 윗사람들에게 특별하게 예의를 갖추는 편이었다. 


B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고위 관계자가 나한테 너는 사바사바를 잘하니까, 경찰들하고 친해져 보래.'라고. 

씁쓸함인지 민망함인지 아니면 그런 적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에피소드를 풀었던 건지. 

사바사바를 잘한다는 평가인 즉, 상대의 비위를 잘 맞춘다는 의미인데. 

B는 자신이 사람들을 휘어잡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었다. 

그런 자평과는 상반된 내용이었다.

B는 자신이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과 타인이 자신을 보는 모습 간에 괴리감을 느낀 듯했다. 


하여튼 중요한 건 B는 주변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유형이었다. 그는 되도록 많이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또 윗사람한테 불만이 있어도 뒤에서만 '눈먼 물고기 같다' 운운할 뿐, 겉으로는 티 내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B는 윗사람에게 순종적이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B였다. 윗사람들은 B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랬던 B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가차 없이 나를 공격했다. 

B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화살을 쏴댔다.

마치 이런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늘 준비된 모습으로 착실하게 나에게 잽을 날렸다.


사람을 신경 쓰는 B가 나에게 그런 태도를 유지한다라.  

윗사람처럼 내가 B의 인사이동에 영향을 주는 역할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B는 나한테 굳이 싫은 마음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나에게 함부로 해도 B가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사람들을 별 말 안 해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을 거다. B처럼 내가 A를 폄하해도 괜찮구나. 아니면 B가 왜 A한테만 유독 심술을 부리지 라고 미심쩍어하거나

그러나 사회는 계급 사이사이에 껴 있는 '민심'이 존재하는 법이다. 민심을 신경 쓰던 B의 약점은 결국 민심이었다. 민심이 움직이면 B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작은 일로 잽을 날리던 B는 작은 일로 공격을 멈추게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닌 '민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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