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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군상-살갑던 B가 고압적인 태도로 변신한 이유

'야, 쟤 교육시켜' 내 앞에서 들으란 듯 B는 C에게 거들먹거렸다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처럼 뉴스로 가득 찬 그곳.

하루 종일 온갖 소식이 샌드위치처럼 겹치는 방송국에서 일한 적이 있다.


- 야, 쟤 좀 이런저런 걸로 교육시켜.


B가 고압적인 말투로 내 맞은편에 있는 C에게 지시했다.

여기에서 '쟤'는 곧 나였다.


B는 내가 보는 앞에서 들으란 듯 C에게 말했다.

C는 B의 억지스러운 태도에 당황한 듯했다.

다른 분야에서 온 C는 이곳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다.


아직 그는 누군가에게 일을 알려줄 입장이 아니었다.

C는 새로운 분야에 적응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B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알았기 때문에 B는 나를 가르치라며 C를 등 떠민 것이다.

B는 C보다 먼저 입사한 나를 모욕하고 싶어 조급해했다.

그래서 그는 무리수를 뒀다.


결국 B가 C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나를 겨냥해 지껄이는 형국이었다.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B가 나를 괴롭히려고 오버액션하는 걸 알았다.


다만 그들은 자신의 안위 때문에 상황을 모른 척하며 침묵을 지켰다.

그 공간에서 B를 제지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연차가 적은 직원들 위주인 팀에서 B는 '차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팀 내에서  직함은 권력이었다.

B도 자신이 나름 권력자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권력자의 입장에서 아직 권력을 갖지 못한 자들을 힘으로 누르고 싶어 했다.  


그 일환으로 B는 힘없는 C를 이용해 사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공격했다.


C는 내 눈치를 슬슬 보며 알았다고 작은 소리로 응답했다.


B는 만족해하며 기세 등등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어서인지 B의 뒷모습이 구부정했다.

C가 나에게 애써 설명하는 내용은 틀린 것이었다.

나는 C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C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책상을 탕탕 치며 화를 냈다.

C가 기분 나빠하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C의 의지가 아닐지라도, C는 B가 나를 괴롭히는 도구로써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다.

B는 뒤에서 C를 조종해 나를 간접적으로 곤란하게 했다.  

C는 B의 능구렁이 같은 시커먼 속을 알면서도 소극적으로 동조했다.

그도 자신의 위치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서 나는 C에게 너그럽게 나오기 힘들었다.


C의 설명이 틀렸는데 알면서도 억지로 맞다고 하기가 싫었다.

(설마 B가 짬밥으로 이런 상황까지 예상해서, 나와 C 간에 싸움을 붙이려 한 건가)

B는 연차가 적은 직원들에게 자신이 '차장'임을 내세웠다.

그는 '차장' 직함 뒤에서 다리를 꼰 채, 자신의 기분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처단하고자 발버둥 쳤다.


그도 어린 연차일 때 권력자들로부터 구박과 멸시를 당했을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던 B는 어리고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선배들의 샌드백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때 어린 그는 선배들이 저질렀던 '괴롭히기 스킬'을 배워 두었다.


이후 그는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자, 자신이 울며불며 배워 둔 스킬을 다른 대상에게 적용했다.

이런 양상을 우리는 '상처의 대물림' 혹은 '악행의 대물림'이라고 한다.


재가 묻은 신데렐라 시절을 거친 B는 부모님을 졸라 기어코 로봇 장난감을 받아 낸 아이처럼 행동했다.


로봇을 가진 아이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아이는 로봇 팔을 올려보고 로봇 다리를 내려본다.

아이는 로봇을 자동차로 변신시키려고 이곳저곳을 손대며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

심지어 밤에도 아이는 로봇을 품 안에 꼭 껴안고 잠든다.

자신이 소유한 로봇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데 말이다.  


그때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장난감은 이제 내 거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신난다. 야호.'

연차가 적은 이들은 B에게 부정적인 감정이나 평가를 내비치지 않았다.

못되게 행동해도 B는 다른 사람들에게 통제당하지 않았다.


그 현실에 B는 기뻐하며 장난감을 손에 쥔 아이처럼 굴었다.


'난 차장이야.

이 회사에서 난 사회적 위치상 아랫사람으로 설정된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어.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들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이런 내가 세 보이지? 참 멋지지? 닮고 싶지? 으하하하.'

B는 내가 작은 틈만 보이면, 그 틈을 구실 삼아 강도 높게 타박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나를 모독하고 박대할까 연구하며 실천했다.


그는 그런 행위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 했다. 쓸데없이.


그에게 유의미한 결과는 무엇일까?


내가 B의 공격에 심적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내가 타격받는 게 B의 눈에 보이면, 그는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을 거다.


그는 내 자존심에 흠집을 내려 기회만 닿으면 안달복달했다.

그렇게 행동하는 B가 내 눈엔 초라해 보였다.

내가 공용 TV를 틀자, 누군가가 채널을 돌려놓았는지 평소에 보던 뉴스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 주로 보지 않던 채널의 뉴스였던 것 같다.  


일하던 B가 휙 뒤돌아서서 나에게 쏘아붙였다.

그 채널을 끄라고.

B의 표정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이게 뭐라고?


나를 괴롭힐 건수를 기대하는 자처럼, B는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박하게 흥분했다.

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B는 귀를 쫑긋 세웠다가 얄미운 추임새를 넣었다.


그는 나이 많은 자신이 나이 적은 나를 얕잡아본다는 뉘앙스의 재미없는 농담을 해 대화 분위기를 흐렸다.

(B는 내가 나이가 적다는 걸 약점으로 인지했다) 


그런 농담을 하는 B 자신을 타인이 얼마나 비호감으로 보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B는 초등학생인 딸이 있는 애아빠였다.

나이도 좀 있고 사회경험도 어느 정도 쌓였고 무엇보다 학부모이기도 한 B가 나에게만큼은 유치 찬란하고 저급하게 나왔다.


그는 무엇을 얻고자 나를 괴롭혔을까?


처음부터 B가 나에게 막 나가진 않았다.

그가 태도를 바꾼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면접 볼 때 들어온 면접관 중 한 명이 B였다.

면접 때와 입사 초반 때에 B는 나를 좋게 봤다.


- B가 너를 예뻐하는 것 같아.


누군가가 나에게 넌지시 말했었다.


나는 잘 몰랐지만, 다른 사람이 입사했을 때와 내가 입사했을 때를 비교할 때 B의 태도가 달랐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특별한 따뜻함을 바라지 않았다.

다만 그때까지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몇몇의 사람들에 비해 B는 친근하게 다가왔다.  

친구들과 평등한 입장에서 좋은 기억을 쌓았던 나는 어느 시점에서 남들처럼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약육강식과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곳에 던져진 것이다.

사회에서 나는 난처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사회에 물든 상당수의 사람들은 무조건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했다.

그들은 다치지 않으려고 선수 쳐서 남을 해코지했다.

다른 사람이 자신 때문에 고통받아도 무감한 이들이 있었다.

못된 행동을 일삼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거기에는 도덕도 없고 양심도 없고 인정도 없었다.

본성에 걸맞게 악을 행하느라 여념 없는 인간 군상들이 존재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해 B는 마음을 열고 있었다.


나는 그 점이 고마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B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다.

B가 나에게 시혜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나는 '뉴스 제작' 분야를 접했다.

잡지사에서 이직했기에 영상 기사 쓰는 법부터 취재까지 새로 배워야 했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나도 처음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일적으로 헤맸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기대하는 기간에 맞춰 일에 적응하지 못했다.


나로 인해 일에 누수가 생기면, 다른 동료가 그 자리를 메우는 게 미안했다.

당시 기사를 쓰는 게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연차가 많은 사람들에게 난 참 부족해 보였을 것이다.

일에 적응하는 속도가 더디자, B는 나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거두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제때 일을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을 계속 응원하긴 힘든 법이다.

태도를 바꾼 B를 이해한다.


B는 내가 작성한 기사 초안을 고칠 때마다, 나를 공격적으로 대했다.


B의 눈에는 나의 기사에서 틀린 게 많이 보였을 것이다.

수십 년을 기사만 쓴 사람일 볼 때 내가 쓴 기사가 얼마나 엉성했겠나.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워야 마땅했다.


아무리 그래도 B는 상당히 고압적이고 감정적이었다.

평이하게 물을 수 있는 것도 그는 득달같이 따지며 흥분하기 일쑤였다.


처음부터 B의 태도가 그랬다면 차라리 나도 기분이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을 거다.

처음에 B는 친근하고 살갑게 다가왔다.

안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마치 원래 알았던 사람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아마 그도 선한 마음으로 연차가 적은 이들을 대했을 것이다.

초반에 보였던 B의 인간적인 태도가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신이 내키는 대로 구박할 때 반감을 드러내는 이에게 B는 괜찮은 태도를 거뒀다.


자세히 보니, B는 타인이 조금만 잘못해도 일명 '잡도리'를 했다.

하지만 타인이 자신을 조금만 비판하면 그는 앙심을 품었다.

물론 연차가 적은 이들에게만 취하는 B의 날카로운 태도였다.  

'네 까짓 게 감히 나를 비판해? 네가 뭔데?

나는 너를 판단할 수 있지만 너는 나를 판단하면 안 돼.'


더 당황스러운 건, B가 소위 '후배'라 불리는 자들에게만 감정적인 분풀이를 하는 걸 당연시하는 태도였다.


B는 연차가 적은 직원에게 자신이 친절을 '베푼다'라고 인지했다.

원래 그가 상대를 하대하는 게 당연한데 자신이 인격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 선심을 쓴다는 식이었다.

'험한 세상에서 나 같은 사람은 많지 않을 걸?'

대충 이런 내용으로 그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사실 B야말로 험한 세상을 만드는데 한몫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B가 나를 대하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나의 포지션을 자발적으로 설정했다.

'나는 너보다 먼저 입사했고 일도 더 많이 했어. 그러니까 내가 아는 게 많아.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차장이야.

 

내가 서러움을 참고 또 참으며 이 자리까지 힘들게 온 걸 너는 모르지?

이 선배 저 선배에게 괴팍한 구박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내가 대견해.


너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나는 꽤 바쁘지만 시간을 할애해서 너를 가르칠 거야.

그런데 내가 일을 가르치는 대가로 너에게 받고 싶은 게 있어.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나는 너에게만큼은 존중받길 바라거든?


직장생활 중에 다른 사람들이 날 얼마나 무시했는데.

이제 더 이상 나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특히 나는 적어도 너한테 만큼은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너는 나에게 무조건 유순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어.


대신에 나는 너를 존중하지는 않을 거야.

나도 선배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내키는 대로 너를 모욕해도, 네가 나에게 보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누군가를 함부로 대할 때, 그 누군가가 나에게 반박하지 않으면 은근히 기분이 좋더라고.

내가 힘이 센 존재가 된 것 같아서 말이지.

 

내가 자기만족할 수 있게 네가 도와줄래?

 

왜냐면 나도 그런 때가 있었거든.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널 구박하는 건 나도 선배들한테 당했던 걸 그대로 따라 하는 것뿐이야.

세상은 원래 그렇고 그렇잖아.


구박하는 스킬을 남에게 써먹으면서 나도 내 위치를 누려보고 싶은데.

그동안 내가 선배들 눈칫밥 먹으면서 자존심에 금이 쫙 갔거든.


나도 애 아버지인데, 어떤 선배들은 아직도 날 애 취급해, 기분 나쁘게.

이젠 풀 죽었던 자존감을 살릴 거야.


네가 날 좀 도와줘, 제발.'

B는 내가 쓴 기사를 고치면서 작정했다는 듯 신경질을 냈다.

그는 춤을 추고 싶은데 마침 길을 가다가 공터를 발견한 사람 같았다.

 

인터뷰이의 선물을 챙기는 방식을 설명할 때도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고압적이었다.


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어 했다.

'야, 나랑 너랑 달라. 내가 더 높은 위치에 서 있는 우월한 사람이라니까? 그런데 왜 너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 거야?'


내가 그에게 인간적인 어떤 것을 기대한 게 잘못이었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D도 B의 구박을 피해가진 못했다.

D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B는 D를 평범하고 유하게 대했다.  


그런데 어느 날 D가 업무 중 큰 실수를 했다.

그때부터 B는 D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고 했다.


무슨 실수를 했냐고 물어봤지만 D는 그 부분만큼은 함구했다.


D는 B와 신우회를 다니다, 그의 속마음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B가 딸과 다툰 날이면 기분이 무척 안 좋아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고백이었다.

-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B 앞에서 한없이 순종적이던 D는 이 말을 하며 억울해했다.

B의 샌드백 역할을 하던 D는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D는 B에게 감정표현을 하지 못했다.

D는 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블랙 컨슈머를 대하는 직원처럼 행동했다.

 

B가 D를 향해 호전적으로 지적하고 망신을 줄 때마다, D는 꼬박꼬박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는 거였다.

선배 격인 B가 기사 작성하는 새내기에게 고칠 점을 알려준다는 건 사실 고마운 거다.


그런데 겉으로 볼 때는 B가 일적으로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 그는 가르친다는 구실로 타인을 하대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런 B의 태도가 몹시 얄미웠다.  


B는 일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구박에 반감을 가진 나를 정상적인 방식으로 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나로서는 할 말도 없었다.

B는 자신이 나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걸 늘 의식했다.

그래서 그는 마음 놓고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했다.


고장 난 기차처럼 B는 선로를 이탈해 달리고 있었다.


나는 야근을 자처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랐다.


B에게 불편한 마음을 티 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포커페이스가 아니었기에 속마음이 드러났던 것 같다.

B가 타인을 분풀이하듯 함부로 대하는 방식에 실망했었다.

입사 초반과 달리 나는 B를 무미건조하게 대했다.

그와 친해지고 싶지 않았고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나의 말투와 표정에서 B를 배척하는 뉘앙스가 물씬 풍겼다.


B는 나의 적대적인 태도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B의 심정도 이해한다.

그는 나에게 걸었던 기대가 있었다.


나는 잘 웃고 모두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었다.

그 모습을 본 B는 내키는 대로 대해도 내가 정색하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B는 내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나를 막 대해도 괜찮다고 인지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데 말이다.

내가 그의 태도가 부당하다고 느껴도 말로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것.


그가 틀린 말을 해도 내가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것.

 

그가 함부로 말하고 행동해도 내가 D처럼 웃으며 숙이고 쩔쩔매는 것.


그런 태도를 B는 원했다.


왜 B는 그런 태도를 원했을까?

사회를 먹이사슬로만 해석한 B는 그 안에서 높은 위치를 선점하고자 했다.


자신보다 위에 있으면 숙이고 자신보다 아래 있으면 밟는 게 그에게는 크게 거부감이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불이익을 안 줄 것 같은 대상에게 일을 가르친다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악착같이 분을 냈던 것이다.


B의 인간 냄새나는 모습 뒤엔 타인에게 군림해 자신이 괜찮은 인물임을 확인하고 싶은 속내도 있었다.


그 욕심을 B는 끝까지 참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참지 못했다.


B의 터무니없는 기대에 나는 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B의 경솔한 언행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나의 비판은 그의 봉인된 자아를 건드렸다.


결국 그는 상처를 받자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하는 직함을 내세워 나를 공격했던 것이다.  

선배들의 얼토당토않은 갑질을 당한 B였기에 보상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B는 그토록 싫어하던 선배들의 행동을 흉내 내면서, 조각난 자존감을 추스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보상심리는 충족되지 않았다.


알량한 권력을 휘두르며 자기 과시를 하던 B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이가 많아 보이는 누군가가 사무실에 쳐들어왔다.

그 누군가는 B를 향해 사무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마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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