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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군상-권력의 먹이사슬 속에서 B는 차별을 택했다

부장이 차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차장은 나를 대하듯 그를 대하지 못했다

그 팀에서 차장인 B는 나름 권력자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어떤 주장을 하든지 예스맨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B에게 반감을 드러내지 않았고 비판하지 않았다.

그들은 얕게 미소 지으며 오종종한 걸음으로 B의 뒤를 따랐다. 

B의 감정적인 태도를 사람들은 눈감고 넘어갈 뿐이었다.


겉으로 볼 때 그가 후배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할 말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다만 사람들은 B를 놓고 뒤에서 쑥덕거렸다.

B가 후배들에게 괴팍하게 굴 때마다, 그는 뒤에서 후배들의 평가 대상이 됐다.


물론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지 못한다. 

그리고 속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는 게 더 나을 때도 많다. 

진실을 묻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진실은 당사자가 듣기에 불편하다.

그리고 진실은 타인의 어두운 면을 자극한다. 

선량해 보이는 누군가에게 진실을 말해 보라. 

그는 미소를 거두고 포악한 태도를 취할지 모른다. 

진실이 어느 정도 납득될 때 그는 더욱 화를 낼지 모른다. 


그렇게 진실은 본의 아니게 사람의 실체를 스포트라이트 하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했다가 상대방에게 데었던 경험이 다들 있을 거다. 

B가 없는 곳에서 사람들이 그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건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웠다.


B가 막무가내로 상대에게 성질을 부리는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아무런 말을 안 하겠는가.

후배들도 사람인데 말이다. 

당연히 B의 후배들은 그와 대립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의 후배들은 그가 안 보는 데서 조용히 화를 삭였다.

 

오히려 나처럼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건 갈등을 촉발하는 거였다.  

B는 차장이다.

B가 후배의 기사를 고친다. 

기사를 고치는 과정에서 그는 후배들을 구박하고 소리를 지르며 코너로 몰아붙인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욕을 먹으며 일을 배운다.

또 B는 일에 숙달된 사람인데 그렇지 못한 이들을 볼 때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는 사람을 앞에 두고 놀리고 비아냥거리고 고압적인 자세로 떠들었다. 

만성적인 신경질이 그의 얼굴에 묻어났다.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넘침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B는 과했다. 

과하다는 사실을 본인만 모를 뿐.  

B는 고생 끝에 갈고닦은 실력이 있었다.


이제 쌓인 실력을 무기 삼아 그는 자신보다 일을 잘 모르는 누군가에게 분풀이를 했다.

일을 가르쳐준다는 꽤 그럴듯한 방패막이를 갖춘 채 말이다. 

만약 누가 어떤 실수라도 했다가는 그에게 타작마당을 깔아주는 꼴이 된다. 

만약 누가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가는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D를 비롯해 사람들은 그 점을 염두에 두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조심한다는 걸 B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런 환경을 이용했다.

나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말투나 표정 등 비언어적인 것으로 그에게 안 좋은 감정을 표출했다. 

간접적으로 B의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불쾌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가 유리한 상황인데도, 용감하게(?) 반감을 표하거나 반대 의견을 내는 나를 B는 좋아하지 않았다.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이유로 나는 그의 타깃이 됐다.

나에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비판을 받은 B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그는 기회를 엿보다가 틈만 나면 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며 보복하기 시작했다. 


나를 괴롭힐수록 그는 더욱 나를 미워하게 됐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이클은 원래 그러하다. 

B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상대를 미워할수록 그의 마음 안에 담긴 미움은 점점 더 부풀어 오른다. 

나를 말로 툭툭 치며 유치하게 괴롭히던 B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다. 

D가 말하길, 예전에 B의 직속 상사였던 E는 비열하게 그를 괴롭혔다고 했다. 


E는 B에게 의도적으로 일을 주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E는 B에게 할당된 일들을 야금야금 가져갔다. 

흡혈귀에게 피를 빨리듯이 서서히 일을 빼앗긴 B는 자신의 자리에서 멍하니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고 했다. 

회사에 오면 일을 해야 하는데 그가 할 일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시 B를 평가한다면, 일도 안 하고 출퇴근만 하는 월급루팡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E는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비단뱀처럼 흐느적거리며 B를 교활하게 괴롭혔다. 

누군가가 부당한 대우라고 말한다면, 그 상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후배에게 일을 분배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B도 E가 자신의 일을 가져간 게, 객관적이고 공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할까?)


아니 어쩌면 E는 선배인 자기 자신이 후배인 B보다 일을 더 많이 했다고 말했을지 모른다. 

심지어 E는 B가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힘들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치사한 정치질의 희생양이 바로 B였다. 

양심에 털이 난 자는 지나치게 가식적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겉으로는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그들은 마음속으로 추악한 생각을 실천할 궁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는 그런 유형을 멀리해야 할 것이다.

B는 상사에게 약자였다.

B는 상사에게 나를 대하듯 불쾌감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는 상사에게 채널을 돌리라고 명령조로 말하거나, 상사가 우습다며 대놓고 저렴한 농담을 하지 못했다. 


그저 B는 침묵 속에서 그 시간을 견딜 뿐이었다.

상사가 괴롭힌다고 당장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나이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갖춘 B가 '겨우 그런 일로' 직장을 팽개칠 수는 없었을 거다.  


B가 나를 낙인찍고 괴롭혀 봐서 더 잘 알겠지만, B가 상사에게 불만을 표현하면 그의 미래를 불 보듯 뻔했다. 

B는 힘의 논리에 순복 하는 쪽을 택했다. 

물론 B가 상사에게 대응하지 못한 것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직장을 그만 둘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은근히 괴롭히는 상사한테 대놓고 욱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B가 따져봤자 E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을까. 

어차피 인사이동이 있기 때문에 상사는 언젠가 그 팀을 떠난다.

그러므로 B는 그 비단뱀이 사라질 때까지 적정 시간을 견디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불편했던 지점은 B가 지나치게 사람을 차별한다는 거였다. 

B는 똑같이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인내를 발휘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수시로 신경질을 냈다.


차별을 받는 입장에서는 온도차가 큰 B의 행동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가 초반에 나를 진심으로 대한 부분은 고맙다. 

사실 나도 B를 진심으로 대했기에 더욱 실망스러웠다. 

점점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그의 태도에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싸늘한 태도를 B가 감지했다는 게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나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아니, 바꿀 수가 없었다.


왜냐면 B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거만함을 혐오했다.

그는 자신의 거만함을 자랑스러웠다. 

그 점에 있어서는 서로에게 타협할 만한 접점이 없었다.

나와 그는 서로를 이상하게 여기며 대립할 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감정을 철저히 숨길 정도의 역량(?)이 당시 나에게는 없었다. 


나는 그에게 웃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B는 그런 내가 괘씸했던 모양이다. 

B는 자신의 마음에 안 차는 사람들을 일부러 밟고 악의적으로 놀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못된 행동에 대한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B는 학교에서 마음에 안 드는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같았다. 


내 앞에서 시답지 않은 걸로 깐족대며 시비를 걸었다.

파렴치하게 실실 웃으면서 말이다. 

B가 타는 월급은 그가 연차가 적은 사람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대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회사는 그에게 돈을 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수고했어. 네가 후배들을 가르치는 노고가 참 크다. 

그 방식이 좀 야비하긴 하지만 다들 그렇게 사회생활하니까. 뭐, 어때. 


네가 막무가내로 행동해도 괜찮아. 


왜냐면 너는 어차피 상사잖아. 

후배들은 네가 아무리 난리를 쳐도 결국 별 말을 하지 않을 걸?'

B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것이다. 


' 나는 사람들에게 일을 가르치기 위해서 짜증을 낼 뿐이야. 

원래 사람이 강력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감정의 동요가 필요하거든.


내가 소리 지르고 대놓고 망신 줄 때마다 기분 나쁘겠지만, 내가 그렇게 해야 상대가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안 하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선배들한테 호되게 혼나면서 배웠는지 알아?

나는 부드러운 태도를 지닌 선배라고. 


뭘 알아야 대화를 하지.'

하하, 그가 징그럽게 귀엽다. 


사람은 원래 자신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길 본능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B는 스스로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했다.

그래서 그는 신이 나 있었다. 

물론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곤란에 입장한 처한 동료들을 위해 B가 발 벗고 나선 적이 있었다. 

그런 행동으로 그는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도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선의를 보인다. 

다만 나에게는 그 선의가 지속적으로 적용되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에게 한 가지 면만 있는 건 아니니까.

동료들을 돕기로 한 B의 결정을 나는 좋게 본다.

다만 B는 자신의 신경질적인 태도와 무례함에 반기를 든 나를 미워했다.

그래서 그는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을 부풀렸다.


'나는 네가 공격해도 되는 사람 아니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그는 자신의 태도를 저격하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손톱만 한 권력을 쥐고 으스대던 그에게 더 큰 권력을 쥔 자 F가 나타났다. 

딱 봐도 그는 최고참이었다. 

조용한 사무실에 쳐들어온 F는 일적으로 우리 팀과 뭔가 꼬였는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 상황에서 그 자의 타깃은 B였다. 

세상에, 그렇게 그 자가 소리를 지르는데 B가 한 마디도 못하는 거다. 

B는 눈을 껌뻑이며 멍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후 부장이 자리에 돌아왔다. 

B는 부장 탓을 했다. 


- 선배가 자리에 없어서 내가 독박 썼잖아.

권력을 누리고 싶은 자는 권력에 딸려 오는 무거운 책임을 인지해야 한다.

부장이 없어서 B가 구박을 당했다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 자도 B가 차장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당연히 그 자가 B에게 어떤 방식이로든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설령 부장이 없다 해도 말이다. 

소리를 지른 그 자 앞에서 한 마디로 못한 B는 뒤늦게 돌아온 부장 탓을 하며 속상해했다. 


그런 상황이 정말 온전히 부장의 부재 탓이었을까?

권력을 지녔다며 경솔하게 자랑하는 자의 최후는 이것이다. 


바로 더 큰 권력의 먹이사슬 아래에 무력하게 파묻히는 것이다. 


B는 세상의 순리대로 그 자에게 당한 것뿐이었다.  


그는 그토록 권력을 애지중지하니, 권력에게 얻어맞은 건 사랑의 터치 정도로 생각해야 마땅했다. 

권력은 누군가에게 잠시 빌린 것이다. 


권력의 특징은 무엇인가.


언젠가 그 권력은 권력을 지녔던 사람을 완전히 떠난다는 것이다. 

권력자의 최후는 권력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어떤 지위에 올랐다고 거만해질 필요가 없다. 

인간은 모두 권력의 세입자일 뿐이다. 

다달이 월세를 내다가 언젠가는 권력의 방에서 나와야 한다.

권력의 방에서 누리던 휘황찬란한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말이다.


시간이 되면, 권력은 슬슬 짐을 챙길 것이다. 

권력을 잃은 자는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오해이다. 


초라한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원래 있었던 본연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된 것뿐이다.

낯설겠지만 실체에 가까운 자신의 모습에 언젠간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권력이 언제까지 내 곁에 있을 거라는 게 망상이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권력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사회적 위치상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을 내려다볼지 모른다. 

물론 모든 권력자가 거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자가 이상한 게 아니라, 권력을 쥔 사람이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생각이 깊지 않은 권력자들은 달콤한 권력에 취해, 사회를 계급으로만 해석하곤 한다.

그 안에서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으니, 오만하게 어깨를 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인격 수양이 안 된 권력자들은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자들을 일종의 '기호'로 판단한다.


그래서 어딘가 부족한 권력자들은 그들을 감정도 생각도 없는 평면적인 인물이라고 멋대로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권력의 허상을 벗어나면, 사실 자신과 그들 간에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진실에 직면한다. 

권력이 누군가를 찾아왔다면, 그 사람은 감사한 마음으로 그것을 겸손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사용할 때,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함부로 권력의 주먹을 휘두르다가는 역풍을 맞는다. 


권력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함부로 대우한 대가라며, 예상보다 빨리 그의 곁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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