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네가 있는 곳이, 베를린이다.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by 차람

마음이 벅차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먼저 눈을 지긋이 감고 깊은 호흡을 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 글을 써 정리해보기로 했다.


2주 후면 베를린에 있을 것이다.



'아 못 참겠다!'

업무로 짓눌려 있던 어느 여름. 루프트한자 앱을 깔고 날짜 지정을 하고 티켓을 사버렸다. 그냥 베를린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가면 묵어도 되냐고.


"물론! 어서 와! 8년을 기다렸어"

10여 년 전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룸메이트였던 독일 친구가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스무 살 때 대학 동기가 독일에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걸 들었다. 그가 23살쯔음 갑자기 무용으로 진로를 바꾸었는데, 지금 베를린에서 다음 주 무대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10여 년 전 그의 꿈을 무시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페이스북으로 대학 동기 오빠를 찾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무용이라니! 정말 해냈네."

"어, 잘 지냈니? 서울은 어떠니?"

"서울은 바빠..."

"응, 뭔가 넘치지?"

"나 상담 좀 해줘.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야!"

"뭐가 하고 싶어?"

"순수미술"

"너도 할 수 있어. 입국 날짜랑 시간 남겨주고~"


하아... 너도 할 수 있다는 저 말을 듣고 싶었다. 9박 10일간 관광도 하고 독일 대학도 구경하고 친구와 수다만 떨어도 하루가 다 가고 독일 무용도 보고. 기억에 남는 소중한 기억들만 우선 적어보자면,


독일 문은 크고 무거워서 강하게 밀어줘야 했다. 그래서 가끔 문을 여는 방법이 쓰여 있었다. Push strongly. 그래야 열리는 세계. 나도 내가 바라는 꿈이 이뤄지길 원한다면 강하게 문을 밀고 나가리라. 그러면 열린다.

지금까지는 문을 열 힘도 용기도 없었지만, 온몸을 다해 열어본다.



달을 목표로 하고, 미처 이루지 못한다 해도 어느새 별들 사이에 도달해 있을 거라는 니체의 명언.


모든 사람은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 Moholy Nagy

생각을 위해서는 숨 쉬는 것이 중요하다. 숨 쉰다는 것은 곧 생각한다는 것. Section of the World에 집중하자. be a true artist.
_위와 같은 사람


바우하우스를 다녀와서 호흡에 집중하며 한번 그려봤다.



독일 다녀온 지 일 년이 지났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도 옮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부족하지만 10월 초에 작은 개인전도 연다. 서울에 돌아와서 여행은 추억 담긴 한 장의 사진처럼 간직할 것만 같았는데 현실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마치 지금도 베를린에 막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종종 있었다. 내가 서울에 있지만 말이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내가 서 있는 곳이 '베를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