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청소해 그리고 운동해

나에게 더 친절해지는 법

by 차람

독립한 지 4개월이 좀 넘었다. 엉망진창이다. 이 엉망진창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강해지는 방법은 나에게 더 친절해지는 두 가지. 청소와 운동이었다.


언니와 형부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1년 장기 여행을 떠났다. 둘 다 연차가 더 쌓이면 승진과 보너스가 더 많이~ 쌓일 수도 있었는데 퇴사하기로 결단을 내렸고, 1년 동안 집과 고양이 두 마리를 나에게 맡겼다.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하던 나는 고양이와 낭만적인 독립 생활을 꿈꾸며 '쌩유'하고 덥석, 맡았다.


첫 달은, 주말마다 서울구경(?)이 참 신났다. 어딜 가도 2~30분이면 갈 수 있는 서울 한복판에 산다며, 서울 여행 계획도 짜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퇴근 시간이 여유로와졌기에 화사 앞에 요가원도 3개월 정도 끊고 러시 하며 퇴근할 일도 없었다. 그러다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다. 이 알레르기의 원인은 몰까~ 병원을 다녀보고 선크림도 바꿨다. 그리고 햇빛을 피해야 했기에 집이나 건물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두 번째 달은, (좀 더럽게 들릴 수 도 있는데) 귀지와 코딱지가 좀 심해졌다. 원래 없었는데 귀와 코가 간지럽고 답답했다. 의사 쌤은 집 먼지 알레르기일 수도 있으니 청소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고양이 털 때문에 매일 바닥을 닦고 공기청정기도 돌리고 있었는데,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몸이 좀 안 좋은 가보다 하고, 내가 면봉으로 귀를 너무 팠나 보다 하고 넘어갔다.


세 번째 달은, 어느 날 두통도 심하고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이틀간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었다.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임파선이 부었다고 했다. 심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심하지 않다고 해서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이미 두 달째, 기운 없는 힘 빠진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이 문제였나 생각해보니. 우리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 내가 정말 털 알레르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바닥을 청소기로 돌린 것은, 청소가 아니었다. 진정한 청소란, 커튼도 빨고 구석구석 털고 에이컨도 분해해서 필터 청소하고 (먼지가 대박이었다.) 세탁기에 모아진 먼지들도 버리고 (다 털이었다.) 슬프지만 잠시 잘 때는 침대방에 냥이들이 못 들어오게 했다. 아무래도 날씨가 더워지고 세균들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라 그런지 내 몸의 컨디션이 백 프로가 아니기에... 일단 날 먼저 챙길 수밖에. 잘 때 빼고 함께 있는 시간에는 냥이들과 놀아주면서 사랑을 듬뿍듬뿍 주었다. 사실 그동안 부모님 집에 살 때는, 엄마가 다 청소해주니 내가 청소도 잘 안 했고 해봤자 내 방 책상이 다 였었다. 엄마가 맨날 쓸고 닦고 하셨던 것에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집 구석구석을 한 번에 다 청소할 순 없었다. 틈틈이 하나씩 청소를 하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고 머릿속에 있던 잡념들이 사라지는 효과도 있었다. 내 머릿속도 청소하나?


그리고 등록했던 요가 기간이 끝나서, 집 주변으로 헬스장을 알아봤다. 복싱 관도 알아봤으나, 집 앞 복지관이 싸서 그곳으로 정했다. 그런데 8월에 큰 공사가 들어간다고 9월에 등록하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동네 한 바퀴를 달리기 시작했는데. 동네가 남산 밑자락이라, 서울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기도 했고 달리기를 하니 기분도 정말 좋아졌다.


냥이 털 알레르기로 '청소와 운동', 이 두 가지가 내 일상에 중요 포인트가 되었는데 나에게 친절해지는 구체적인 방법을 깨닫게 했다. 이것을 고양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얼마 전에 아는 조병준 작가의 옥상정원 행사를 갔다가 '인생은 반작용'이란 말을 들었다. 그냥 지금이 행복하고 즐거우면 그대로 살아도 되는데, 뭔가 일이 있어서 어떤 안 좋은 반응이 일어난다면, 저항하라고. 그게 인생의 반작용이라고 (비슷하게 말씀하셨는데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했다.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인가?


회사 근처에 '30분 의원'(구 제너럴 닥터)이라고 고양이가 있는 병원이 있는데, 가서 어떻게 고양이들과 내가 서로 건강하지 잘 지낼 수 있을지 상담 좀 받아야 겠다.


결론은 나는 이 두 마리를 책임져야 하는 집사이기 때문에 성실히 청소하고 운동하리라 다짐하는 밤이다.그리고 이것이 나에게 더 친절해지는 방법이며, 그로인해 내가 더 강해질 것이다.

아자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