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돈이 안 되는데 왜 해?

책과 차 그리고 낭독의 시간

by 차람

"우리 한 번 뭔가 해볼까? 애쉬가 여행 떠나기 전에 말이야."

"어 좋아. 매우 매우."

"나야 언제든 좋지~!"



2016년 7월 13일 더운 여름날 오후. 돈과 시간을 써 가며, 무언가 딴짓거리를 만들어봤다. 반차까지 써 가며 친구들과 특별한 모임을 만들고, 지인들을 초대했다. 간소하게 간식을 만들고, 담당 프로그램 준비물을 챙긴 뒤, 모임 장소로 이동했다. 충동적으로 만든 모임인데, 사실은 마음속으로는 꽤 오랫동안 특별한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과거에는 바쁜데 굳이 애써 로망 채울 일이 있냐고, 그런 소녀감성은 이제 접을 나이가 되지 않았냐며 스스로에게 냉소했던 태도들이 있었다. 아멜리 노통 작가를 좋아하는 모임을 다음 카페에 개설할 때만 해도 21살 때였는데, 동호인끼리 정모도 하고 벼룩시장도 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바쁘단 핑계로 접은지 오래다. 또 마케팅/홍보에서 일하다보니 무의미한 일, 예산이 없는 일는 쳐다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꼰대 정신도 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힐링을 한다면서 무언가 소비하는 것도, 전시를 보며 새로운 지식을 나눈다 해도 뭔가 2%의 아쉬움이 있었다. 워크샵 참여도 많이 해봤으니 이제는 우리가 한번 뭔가 특별한 워크샵을 직접 만들어보자 하여, 행동으로 옮겼다. 그 결과, 뜻밖의 선물처럼 얻은 것이 많았다. 즐거움과 행복감은 기본이요, 주체적으로 뭔가 한다는 것, 자신감, 영감, 깨달음이 따라왔다. 아! 그리고 홍차가 이렇게 맛있는지도...





2016년 7월 4일 월요일.

"책과 홍차, 그리고 성우의 낭독... 이 조합 정말 괜찮다!"


친구들과 의견을 모아 10일 뒤에 행사를 하기로 하고, 어디서 할지 정하진 않았지만 일단 페이스북 개인계정에 올렸다. 책 <데미안>을 읽고 미니북을 만들고, 홍차를 마시며 티 테라피를 하는 시간을 만들 거라고. 그리고 장소는 아직 미정인데 아마도 연트럴파크에서 할 것 같다고 올렸다. 페친들의 열띤 응원의 "좋아요"가 더해졌다. 그러다 내가 애정 하는 장소인 독립서점 '200/20'이 떠올랐고, 서점 주인에게 대관 문의를 하려고 페북 메시지를 보냈다. 서점 주인은, 수요일이 쉬는 날이니 공간을 써도 좋다고. 쉬는 날 빌려주는 것은 대관의 개념이 아니라서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일은 벌여야 제 맛이죠!" 라며. 그렇게 장소가 정해지자 정식 인터넷 홍보 배너도 만들었다.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좌) 처음 배너, 우) 정식 배너. design by Tami

그때 만들었던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events/266233123746402/


개인적으로, 작년에 다시 읽은 <데미안>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그것을 통해 어떤 알에서 깨어나는 체험을 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텍스트들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한 마음에 다시 읽었다. (역시 달랐다!) 일단 이벤트를 오픈하고, 페북을 통해 서로 읽은 책의 구절들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각자의 데미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행사 당일에 어떤 부분을 발췌해갈지 살펴보며, 어떤 미니북이 탄생할지 기대가 되었다.


내가 발췌한 부분은, 에바 부인이 데미안에게 두 가지 동화를 들려주는 내용이었다. 두 편의 짧은 동화가 아름답기도 하고 깊은 울림이 있었기에, 그리고 애쉬가 읽어주었으면 했다.


애쉬 낭독. <데미안> 일부



좌) 각자 그림 또는 글을 넣어 만들어본 미니북, 가운데) 차를 마시며 대화중, 우) 타미 다방의 티 테라피


차 값이나 재료비 명목으로 참여비를 받을까 고민을 했으나, 처음 모임이고 또 서로에게 이런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동안 내가 재단이나 회사, 장소 홍보를 위해 연결하고 기획안 이벤트만 하다보니 목적성이 없는, 비정치적인 모임에 목말랐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돈보다 중요한 경험을 산 것 같아서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서로 리뷰도 해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길에서 버스킹 공연, 노래를 하는 것인가? 공연비로 받는 돈은 5만 원이지만, 기름 값에, 비싼 악기에 투자하며 무대로 달려 가는 뮤지션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들은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짐작컨대 '새로운 활력'을 얻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활력으로 자기 자신을 찾고, 순수한 자신의 길로 연결하는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순전한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산다는 걸 왜이리 어렵게 생각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문을 강하게 열면 그 다음은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한번 문을 열면, 두번째 문이 열리기에. 마치 알에서 깨어나듯 말이다.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고 도와준 친구들과 200/20사장님 그리고 오신 3분께 고마움도 전하고 싶다. 아 마지막으로 7월 초에 '혼밥생활자의 책장' 정모를 갔다가 이런 일을 벌이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팟캐스트 스텝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데미안> 몇 구절들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표적을 가진 우리들은, 세상의 눈에는 이상한 사람들, 위험한 광인들로 비칠지도 몰랐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깨어난 사람들, 혹은 깨어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은 점점 더 완벽한 깨어 있음을 지향했다.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다.
마치 몽유병 환자의 생활같이 기묘하게 나의 껍질 속에만 도사리고 있던 내 생활 가운데 마침내 새로운 활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속에 삶에 대한 동경이 눈을 뜬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상실하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이 모임은, 8월 말이나 9월 초 목요일에 한번 더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모임에서는 여섯 명이서 <데미안>책을 통해 자기 자신과 사랑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아직 무슨 책으로 할지 정하진 않았고요, '창조성'에 대한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연남동에 있는 중고서점 북트에서, 공간을 공유해주시기로 했어요. 그리고 5천원의 참여비도 받을 예정이에요. 돈을 잗아야 결석을 방지하기도 하고 재료비와 다과비로 쓰일 거에요.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다시 공지할게요~!
댓글 문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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