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처를 옮겨야해서...
20년만에 내 짐정리를 해본 거 같다.
안 입는 옷 버리고
신발들
어릴 때 친구과 함께 쓴 교환 일기
편지들
음반들
책
문제집
펜
지갑
명함
멤버십카드들
여행 티켓
각종 휴대폰
굳은 물감
화장품
매니큐어..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리해도 끝이 안보인다.
계속 치우고 버려야겠다.
원래 쌓아놓고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내 안의 트라우마 같은 게 올라왔다. 잘 버티지도 못하면서 꾹꾹 참으려고 애쓰던 나날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눈 편지 내용도.. "내일은 모의고사 340점 맞자!" 내가 좋아하는 모델 사진들 붙여놓은 다이어리도...그냥 아주 깡 마른 사람들 사진..내가 그렇게 되려면 다시 태어나야하는 것을...! 멋져 보이는 사진들만 골라 놓은 옷 코디는 하나같이 나와 그리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들이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나를 관찰하는 것을 사춘기 소녀에게 바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안다.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에 입학했고 착실한 아이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런 분위기에 적응을 못해 틈만 나면 졸고 독서실에서도 자고 3년을 보냈다. 3년 뒤, 예술대에 들어갔지만 기대와 달리 뭔가 시시해서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교육, 바뀌어야 한다!
싫은데 참고, 이유 없이 애써야하는 방식을, 이제는 거부하면서도, 뭔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저 삶의 태도에 익숙해서인 거 같다. 싫지만 익숙한 게 편해서 찾게 되는 태도도 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