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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람 Oct 11. 2017

단조로운 삶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세상에 사람들이 많고 개개인들의 취향이 다양한 것을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래서 적성을 살려 광고를 전공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언가 판매하기 위해 광고를 만드는 일보다 그냥 그 사람들, 삶 그 자체에 관심이 있었으므로 자연스레 출판 분야로 취업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독자들을, 작가들을, 산업 관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웠다. 그런데 나는 정말 순수한 동기와 마음으로 일하는 편이었다. 마음으로 일하는 것은 "열성"을 다하는 것이기에 폭발적인 에너지와 성과가 뒷따르지만 한편으로는 뒤통수도 맞았다. 출판, 예술 분야라고 해서 상업적이지 않을 수 없고 같은 한국 사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순수한 열정이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매주 사건 사고가 빵빵 터졌던 나의 한국 라이프 스타일과 달리 여기 독일은 매우 단조롭다. 내가 딱히 관찰할만한 사람들도 별로 없다. 그저 사람들의 삶이 단순하다. ㅎ 그런데 이 단조로운 삶이 꽤 편하다. 매일 사건 유발자가 되며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 같은 의지로 살아왔던 나의 일상과는 정반대이다. 그래서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오늘 나의 발견은, 그동안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공부는 "허리"다. 평소보다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팠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독일인이 운동하는 채널을 구독하고 따라 해보고 있다. 허리에 근육이 좀 붙어서 오래 앉아 있으면 좋겠다. 독일어가 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는 이렇게 운동도 하고 독일어 리스닝도 하면서 기분 전환하는 것이 참 좋았다. 어찌보면 이런 것이 참 좋다고 느껴질 만큼 이곳의 삶은 매~우 단조로운데, 이런 곳에 더 오래 있다가 한국에 가면 좋겠다. 지금 한국에 가면 다시 그 분위기에 휩쓸릴 것 같아서다.


원래는 차람상담소의 고충을 털어놓아볼까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고충이 사라졌다. 단조롭게 글을 마친다.


 p.s 고양이에게 책 읽어주는 자원봉사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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