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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차람 Aug 20. 2016

도산 안창호 상하이 연설

무한도전, '도산을 찾아서'를 보고

<개조>에 대하여 1919년 상해에서 안창호 선생의 연설 내용 전체
(출처 : 안도산전서 : 주요한 편저, 흥사단 발간)

여러분! 우리 사람이 일생에 힘써 할 일이 무엇일까요. 나는 우리 사람의 일생에 힘써 할 일은 개조하는 일이라 하오. 이렇게 말하니까 혹은 오늘 내가 ‘개조’라는 문제를 가지고 말하기 위하여 이에 대한 여러분의 주의를 깊게 하려는 것 같소마는 나는 결코 그런 수단으로 하는 말은 아니오. 내 평생에 깊이 생각하여 깨달은 바 참 마음으로 하는 참된 말씀이오.

우리 전 인류가 다 같이 절망하고 또 최종의 목적으로 하는 바가 무엇이오? 나는 이것을 ‘전 인류의 완전한 행복’이라 하오. 이것은 고금동서 남녀노소를 물론하고 다 동일한 대답이 될 것이오.

그러면 이 ‘완전한 행복’은 어디서 얻을 것이오? 나는 이 행복의 어머니를 ‘문명’이라 하오. 그 문명은 어디서 얻을 것이오? 문명의 어머니는 ‘노력’이오. 무슨 일에나 노력함으로써 문명을 얻을 수 있소. 곧 개조하는 일에 노력함으로써 문명을 얻을 수 있소.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우리 사람이 일생에 힘써 할 일은 개조하는 일이라” 하였소.

여러분! 공자가 무엇을 가르쳤소? 석가가 무엇을 가르쳤소? 소크라테스나 톨스토이가 무엇을 말씀했습니까? 그들이 일생에 많은 글을 썼고 많은 일을 하였소마는, 그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다만 ‘개조’ 두 글자뿐이오. 예수보다 좀 먼저 온 요한이 맨 처음으로 백성에게 부르짖은 말씀이 무엇이오? “회개하라” 하였소. 나는 이 ‘회개’라는 것이 곧 개조라 하오.

그러므로 오늘은 이 온 세계가 다 개조를 절규합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약한 나라나 강한 나라나, 문명한 민족이나 미개한 민족이나, 다 개조를 부르짖습니다. 정치도 개조해야 되겠다. 모두가 개조해야 되겠다 하오, 신문이나 잡지나 공담이나 사담이나 많은 말이 개조의 말이오. 이것이 어찌 근거가 없는 일이며 이유가 없는 일이겠소? 당연의 일이니 누가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오.

우리 한국 민족도 지금 개조! 개조! 개조! 하고 부릅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삼천만 형제가 이 ‘개조’에 대하여 얼마나 깊이 깨달았는지 얼마나 귀중히 생각하는지 의심스러운 일이오. 더구나 문단에서 개조를 쓰고 강단에서 개조를 말하는 그들 자신이 얼마나 깊이 깨달았는지 알 수 없소. 만일 이것을 시대의 한 유행어로 알고 남이 말하니 나도 말하고 남들이 떠드니 우리도 떠드는 것이면 대단히 불행한 일이오. 아무 유익이나 효과를 얻을 수 없소. 그런 고로 우리 이천만 형제가 다 같이 이 개조를 절실히 깨달을 필요가 있소.

여러분! 우리 한국은 개조하여야 하겠소. 이 행복이 없는 한국! 이 문명되지 못한 한국! 반드시 개조하여야 하겠소. 옛날 우리 선조들은 개조의 사업을 잘하셨소. 그런 고로 그 때에는 문명이 있었고 행복이 있었소마는 근대의 우리 조상들과 현대의 우리들은 개조 사업을 아니하였소. 지난 일은 지난 일이거니와 이제부터 우리는 이 대한을 개조하기를 시작하여야 하겠소. 1년이나 2년 후에 차차로 시작할 일이 못 되고 이제부터 곧 시작하여야 할 것이오. 만일 이 시기를 잃어버리면 천만 년의 유한이 될 것이오. 여러분이 참으로 나라를 사랑하십니까? 만일 너도 한국을 사랑하고 나도 한국을 사랑할 것 같으면 너와 나와 우리가 다 합하여 한국을 개조합시다. 즉 이 한국을 개조하여 문명한 한국을 만듭시다.

문명이란 무엇이오? 문이란 것은 아름다운 것이오, 명이란 것은 밝은 것이니 즉 화려하고 광명한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다 밝고 아름답되 문명치 못한 것은 다 어둡고 더럽습니다. 행복이란 것이 본래부터 귀하고 좋은 물건이기 때문에 밝고 아름다운 곳에는 있으되, 어둡고 더러운 곳에는 있지 않습니다. 그런 고로 문명한 나라에는 행복이 있으되 문명치 못한 나라에는 행복이 없습니다. 보시오, 저 문명한 나라 백성들은 그 행복을 보존하여 증진시키기 위하여 그 문명을 보존하고 증진시킵니다. 문명하지 못한 나라에는 행복이 있지도 않거니와, 만일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상존한 문명이 파멸함을 좇아서 그 남은 행복이 차차로 없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다 익히 아는 사실이 아니오? 그런 고로 “행복의 어머니는 문명이다” 하였소.

우리 한국을 문명한 한국으로 만들기 위하여 개조의 사업에 노력하여야 하겠소. 무엇을 개조하잡니까? 우리 한국의 모든 것을 다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의 교육과 종교도 개조하영야 하겠소. 우리의 농업도 상업도 토목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의 풍속과 습관도 개조하영야 하겠소. 우리의 음식, 의복, 거처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우리 도시와 농촌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심지어 우리 강과 산까지도 개조하여야 하겠소.

여러분 가운데 혹 이상스럽게 생각하시리다. “강과 산은 개조하여 무엇하나?”하시리다마는 그렇지 않소. 이 강과 산을 개조하고 아니하는 데 얼마나 큰 관계가 있는지 아시오? 매우 중대한 관계가 있소.

이제 우리 나라에 저 문명스럽지 못한 강과 산을 개조하여 산에는 나무가 가득 서 있고 강에는 물이 풍만하게 흘러간다면 그것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큰 행복이 되겠소. 그 목재로 집을 지으며 온갖 기구를 만들고 그 물을 이용하여 온갖 수리에 관한 일을 하므로 이를 좇아서 농업, 공업, 상업 등 모든 사업이 크게 발달됩니다.

이 물자 방면뿐 아니라 다시 과학 방면과 정신 방면에도 큰 관계가 있고, 저 산과 물이 개조되면 자연히 금수, 곤충, 어오(漁鰲)가 번식됩니다.

또 저 울창한 숲속과 잔잔한 물가에는 철인 도사와 시인 화객이 자연히 생깁니다. 그래서 그 민족은 자연을 즐거워하며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높아집니다. 이와 같이 미묘한 강산에서 예술이 발달되는 것은 사실이 증명하오.

만일 산과 물을 개조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자연에 맡겨 두면 산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릅니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큰비가 오면 산에는 사태가 나고 강에는 홍수가 넘쳐서 그 강산을 헐고 묻습니다. 그 강산이 황폐함을 따라서 그 민족도 약하여집니다.

그런즉 이 산과 강을 개조하고 아니함에 얼마나 큰 관계가 있습니까? 여러분이 다른 문명한 나라의 강산을 구경하면 우리 강산을 개조하실 마음이 불 일 듯 하시리라. 비단 이 강과 산뿐 아니라 무엇이든지 개조하고 아니하는 데 다 이런 큰 관계가 있는 것이오. 그런 고로 모든 것을 다 개조하자 하였소.

나는 흔히 우리 동포들이 원망하고 한탄하는 소리를 듣소. “우리 신문이나 잡지야 무슨 볼 것이 있어야지!” “우리 나라에야 학교라고 변변한 것이 있어야지!” “우리 나라 종교는 다 부패해서!” 이 같은 말을 많이 듣소. 과연 우리 나라는 남의 나라만 못하오. 실업이나 교육이나 종교나 무엇이든지 남의 사회만 못한 것은 사실이오마는 나는 여러분께 한 마디 물어 볼 말이 있소? 우리 이천만 대한 민족 중의 하나인 여러분 각각 자신이 무슨 기능이 있나요? 전문 지식이 있소? 이제라도 실사회에 나가서 무슨 일 한 가지를 넉넉히 맡아 할 수 있소? 각각 생각해 보시오.

만일 여러분이 그렇지 못하다 하면, 여러분의 주위를 둘러보시오. 여러분 동족인 한국 사람 가운데 상당한 기능이나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몇 있소? 오늘이라도 곧 실사회에 나아가 종교계나 교육계나 실업계나 어느 방면에서든지 원만히 활동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오? 여러분이나 나나 우리가 다 입이 있을지라도 이 묻는 말에 대하여는 오직 잠잠하고 있을 뿐이오.

그런즉 오늘 우리 한국 민족의 현상이 이만하고 이떻게 우리의 하는 사업이 남의 것과 같을 수 있소. 그것은 한 어리석은 사람의 일이 될 뿐이오.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들은 흔히 이러하오. 가령 어느 단체의 사업이 잘못되면, 문득 그 단체의 수령을 욕하고 원망하오. 또 어느 나라의 일이 잘못되면 그 중에서 벼슬하던 몇 사람을 역적이니 매국적이니 하며 욕하고 원망하오. 물론 그 몇 사람이 그 일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소. 그러나 그 정부 책임이 다 그 벼슬하던 사람이나 수령 몇 사람에게만 있고 그 일반 단원이나 국민에게는 책임이 없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소. 그 수령이나 인도자가 아무리 영웅이요 호걸이라 하더라도 그 일반 추종자의 정도나 성심이 부족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소.

또 설사 그 수령이나 인도자가 악한 사람이 되어서 그 단체나 나라를 망하게 하였다 할지라도 그 악한 일을 다 하도록 살피지 못하고 그대로 내버려 둔 일은 일반 그 추종자들이 한 일이오. 그런 고로 그 일반 단원이나 국민도 책임을 면할 수 없소. 그런즉 우리는 이제부터 쓸데없이 어떤 개인을 원망하거나 시비하는 일은 그만 둡시다.

이와 같은 일은 새 시대의 한국 사람으로는 할 일이 아니오. 나는 저 스마일스의 “국민 이상의 정부도 없고 국민 이하의 정부도 없다” 한 말이 참된 말이라 하오.

그런즉, 이 우리 민족을 개조하여야 하겠소. 이 능력 없는 우리 민족을 개조하여 능력 있는 민족을 만들어야 하겠소. 어떻게 하여야 우리 민족을 개조할 수 있소?

한국 민족이 개조되었다 하는 말은, 즉 다시 말하면 한국 민족의 모든 분자 각 개인이 개조되었다 하는 말이오. 그런 고로 한국 민족이라는 한 전체를 개조하려면 먼저 그 부분인 각 개인을 개조하여야 하겠소. 이 각 개인을 누가 개조할까요? 누구 다른 사람이 개조하여 줄 것이 아니라 각각 자기가 자기를 개조하여야 하겠소. 왜 그럴까? 그것은 자기를 개조하는 권리가 오직 자기에게만 있는 까닭이오. 아무리 좋은 말로 그 귀에 들려 주고 아무리 귀한 글이 그 눈앞에 벌려 있을지라도 자기가 듣지 않고 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오.

그런 고로 우리는 각각 자기 자신을 개조합시다. 너는 너를 개조하고 나는 나를 개조합시다. 곁에 있는 김군이나 이군이 개조 아니한다고 한탄하지 말고, 내가 나를 개조 못 하는 것을 아프게 생각하고 부끄럽게 압시다. 내가 나를 개조하는 것이 즉 우리 민족을 개조하는 첫걸음이 아니오? 이에서 비로소 우리 전체를 개조할 희망이 생길 것이오.

그러면, 나 자신에서는 무엇을 개조할까. 나는 대답하기를 “습관을 개조하라”하오. 문명한 사람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습관이 문명스럽기 때문이오. 야만이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습관이 야만스럽기 때문이외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모든 악한 습관을 각각 개조하여 선한 습관을 만듭시다. 거짓말을 잘 하는 습관을 가진 그 입을 개조하여 참된 말만 하도록 합시다. 글보기 싫어하는 그 눈을 개조하여 책 보기를 즐겨하도록 합시다. 게으른 습관을 가진 그 사지를 개조하여 활발하고 부지런한 사지를 만듭시다.

이 밖에 모든 문명스럽지 못한 습관을 개조하여 문명스러운 습관을 가집시다. 한 번 눈을 뜨고 한 번 귀를 기울이며 한 번 입을 열고 한 번 몸을 움직이는 지극히 작은 일까지 이렇게 하여야 하오.

어떤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까짓 습관 같은 것이야......”하고 아주 쉽게 압니다마는 그렇지 않소. 저 천병과 만마는 쳐 이기기는 오히려 쉬우나 이 일에 일생을 노력하여야 하오.

여러분이 혹 우습게 생각하시리다. 문제는 매우 큰 것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이같은 작은 것으로 결말을 지으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소. 이 세상에 모든 큰 일은 가장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였고, 크게 어려운 일은 가장 쉬운 것에서부터 풀어야 하오. 우리는 이것을 밝히 깨달아야 하겠소. 이 말을 만일 한 보통의 말이라 하여 우습게 생각하면 크게 실패하오.

“그것은 한 공상이요 공론이지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나?” 이렇게 생각하실 이도 계시리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만 생각지 말고 힘써 해 봅시다.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하고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 번에 또 하고...... 이같이 나아갑시다.

여러분 우리 사람이 처음에 굴 속에서 살다가 오늘 이 화려한 집 가운데서 살기까지, 처음에 풀 잎새로 몸을 가리다가 오늘 비단 의복을 입기까지 얼마나 개조의 사업을 계속하여 왔습니까?

그러므로 나는 사람을 가리켜서 개조하는 동물이라 하오. 이에서 우리가 금수와 다른 점이 있소. 만일 누구든지 개조의 사업을 할 수 없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거나 사람이라도 죽은 사람일 것이오.

여러분, 우리는 작지불이(作之不已), 내성군자(乃成君子)라는 말을 깊이 생각합시다. 오늘 우리 나라의 일부 예수교인 가운데는 혹 이러한 사람이 있소.

“사람의 힘으로야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하느님의 능력으로 도와 주셔야지!”하고 그저 빈말로 크게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큰 오해요. 그들은 예수가 “구하는 자라야 얻으리라,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열어 주시리라”한 말씀을 깨닫지 못한 것이오. 나는 그들에게 “먼저 힘써하고 그 후에 도와 주시기를 기도하라”고 말하고 싶소. 자조자(自助子)를 천조자(天助者)라는 귀한 말을 그들이 깨달아야 하겠소.

여러분! 나는 이제 말을 마치려 하오. 여러분! 여러분이 과연 한국을 사랑하십니까! 과연 우리 민족을 구원하고자 하십니까? 그렇거든 우리는 공연히 방황, 주저하지 말고 곧 이 길로 나갑시다. 오직 우리의 갈 길은 다만 이 길뿐이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같이 크게 소리쳐 묻습니다.

“한국 민족아! 너희가 개조할 자신이 있느냐?”

우리가 자신이 있다 하면 어서 속히 네 힘과 내 힘을 모아서 앞에 열린 길로 빨리 달려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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