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은 구입이 아니라 직접 할 수 있는 간단한 일.
퇴사 전
서울에 사는 것을, 회사 출퇴근 시간 30분 이내를 꿈꿔왔던 내가 서울에 입성했을 때, 날 반겨주는 것은 미세먼지였다. 한 달에 쾌청한 날이 며칠이나 있었을까. 그리고 엄마랑 살 때는 몰랐던 '집먼지'의 존재. 집 안팎으로 내 몸을 가렵고 비염처럼 콧속을 답답하게 하는 먼지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누구는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렇다, 면역력이 떨어졌으니 한약을 지으라고 했다. 고양이 알레르기라고 검사 결과가 나올까 봐 두려워서, 알레르기 테스트도 하지 못했다.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집먼지, 곰팡이 퇴치 스프레이를 살펴봤다. 무슨 인증 마크, 향균 효과, 무슨 향을 보다가 디자인과 컬러에 집중, 어떤 것이 이쁜지, 어느 것을 살 지 한참을 구경하다가 그냥 '1+1'으로... (왜 고민한 거니) 결국은 인공적인 향이 머리가 띵할 정도로 강하고 좋지 않아서 잘 쓰지 않게 되었다.
퇴사 후 3개월
회사 그만두고 잘 쉬고 있어서인지 환절기를 무사히 잔병치레 없이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목 주변이 가렵고 따끔하기 시작하더니 주변으로 번져서 다음날 병원을 찾아갔다. 집먼지 알레르기에 반응이 나왔다. 다행히 고양이 털에는 반응이 없었다. 집먼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다, 화학제품이나 살균 스프레이보다 계피로 만든 천연 스프레이가 집먼지 진드기를 100% 박멸한다는 글을 보았다. 시장에 들러서 통계피를 보니 웬 나뭇가지가 아닌가. 계피가 맞다고 하여 소독용 에탄올을 사서, 직접 만들어 보았다. 계피향이 모기도 쫓는다고 하는데 지난여름에 만들껄하는 탄식이! 회사 다니면서 이런 정보를 찾을 시간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바쁨에 쫓겨서 정보를 찾아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뭔가 필요하면 퇴근길에 바로 사는 행위가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면 왜 자꾸 바보가 되는 걸까. 사실은 알레르기 검사, 한약, 강력한 스프레이를 사야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털고 외출 후 겉옷을 털어주는 삶의 지혜가 필요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