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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멀리 말고, 여기

동네 산책

by 이차람

퇴사 전

사실 나의 '서울 입성'은 언니가 해외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어서, 두 마리의 고양이를 맡아주는 조건으로 언니의 서울집에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처음 고양이들과 동거가 시작되었는데 아침에 나를 깨워주고 퇴근하면 반겨주는 냥이들을 보니, 마치 이들이 나를 보호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혼자 있을 때 무섭지도 않고, 특히 같이 잘 때 기분이 너무 좋다. 어느새 조용히 내 곁에 와 있는 존재들.


퇴사 후

퇴사하면 어디론가 멀리 가는 것이 '퇴사 코스' 아니던가. 하지만 나는 두 냥이의 보호자! 무책임하게 장기간 여행을 떠날 순 없었다. 또 해외여행의 경험상 목돈이 쑤욱~빠져버리는데 그러면 다시 '취업준비 - 취직 - 퇴사희망'의 코스를 밟을 것 같아서 이 동네에 서울여행왔다고 생각하고, 통장의 잔고가 허락하는 날까지 동네에 유유히 머물러보기로 했다. 골목 산책도 하고 도서관 대출증도 만들고, 복지관 프로그램을 둘러봤다. 그리고 골목 마다 자주 출몰하는 고양이들 구분도 할 수 있었다. 나는 길냥이들이 낮잠 자는 곳, 밥 먹는 곳 등등 어느새 그들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다 주한독일문화원원을 발견! 집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주저없이 등록했다. (그것도 4개월치를...)


KakaoTalk_Photo_2016-12-19-23-55-08_7.jpeg 지붕 위의 길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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