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많은 열여덟, 줄 이어폰, 그리고 키린지

Chararri playlist

by 차라리

chararri playlist #4

Kirinji


예전부터 키린지의 노래를 좋아했다

‘에일리언’이나 ‘관수교’ 같은 곡들

하지만 모든 노래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건 뭐, 사람을 좋아하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인데

어쩐지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산책이나 해볼까 싶어서

유니클로 전투복을 꺼내 입고 밖으로 나섰다


예전에 자주 걷던 길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마냥 걸었다


키린지의 앨범 “3”을 틀었는데

역시나 모든 노래가 좋진 않았다

그러다 ‘에일리언’이 흘러나오자

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시절,

누군가의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처음 접한 노래

어디론가 빠져드는 전주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목소리

말 그대로 빠져버렸다


고민 없이 공부만 하면 됐을 나이였는데

무슨 고민에 빠졌는지

이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생각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로 불릴 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때는 국내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그냥 늦게 알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새침하게 줄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계속 들었다

야자 시간에도 (딱히 공부는 안 했지만)

영어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집 앞 공터에서도 주구장창 들었다


분명 무슨 고민이 있었을 텐데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열여덟 꼬맹이가 헤어진 여자친구 생각이라도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시절의 공기와 함께

이 노래는 아직도 기억난다


여러분도 그런 노래,

장면이 함께 떠오르는 노래 하나쯤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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