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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Sep 17. 2020

      소로우를 읽는 동안

  월든 호숫가에서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책 『월든』을 읽는다. 오랜만에 펼쳐본 책은 본래의 흰 색은 사라지고 누렇게 색이 바랬지만, 그의 생각과 가치관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소로우는 ‘삶을 천천히 신중하게 꾸리면서, 삶의 본질적인 측면들만 마주하며, 삶이 가르치는 것들을 배우기 위해’ 월든 호숫가로 가서 자신이 지은 집에서 최소한의 것들만 소유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한 사람이다.




  소로우의 책을 읽으면 자꾸 가슴이 뜨끔해져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수시로 책을 덮어 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잠시라도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는 욕심이 너무 많다.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나의 욕망의 대상인 그것들은 멀리 한다고 해서 나의 삶에 치명적인 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다양한 구실과 명분으로 나는 그것들을 소유하고자 애썼으며, 합리화를 시켜 왔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재테크로 성공한 연예인이 나와서 “자신은 무엇인가 갖고 싶을 때 일주일을 미뤄둔다, 일주일 후에도 절실하게 그것이 생각나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그 때 구입한다, 그러면 충동구매와 무절제한 소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갖고 싶은 나의 끝없는 욕망을 가라앉히고자 나도 그 방법을 써 보았으나 나는 수양이 부족한 사람인가보다. 며칠 후에도 나는 여전히 그것이 갖고 싶거나 아니면 그럴 듯한 구실을 만들어 언젠가는 기어이 소유하고 마는 나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뿐이었다. 




  내가 유독 팔랑귀라 좋다는 것에 쉽사리 현혹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우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도 만족을 모르며 끝없이 무엇인가를 갖기 위한 갈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쉬지 않고 나오는 쇼호스트들의 달콤한 말, 마술같이 펼쳐지는 광고의 장면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자극하고 끝없는 갈증과 허기를 느끼게 만든다.




  우리의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이 끝없는 물건의 생산을 불러왔고, 소유하고 소비하기 위해서  많은 자연의 것들이 소모되며 파괴되는 상황이 되풀이되어 왔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들여 공장을 짓고, 물건을 찍어 내고, 돈을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번다. 지나친 소비와 과한 소유욕,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기업의 전략이 우리가 사는 이곳을 병들게 만들어 버렸으며, 결국 우리 자신까지 병들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여름의 장마는 역대 최장 기간 계속된 데다가 쏟아지는 양도 무시무시해서 수많은 비 피해가 전국에서 속출했다. 환경전문가들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며, 한 환경단체에서는 소셜네크워크서비스망을 통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해시태그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지칠 줄 모르는 소모와 파괴의 되풀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오늘 쏟아지는 무서운 빗줄기이며,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던 무분별함이 오늘의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하면 나와 내 아이의 미래가 두렵고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무섭다. 그런 날은 삼겹살 기름이 잔뜩 묻은 프라이팬을 닦으려고 키친타월을 몇 장이고 뜯으려고 하다가도 커피 찌꺼기를 뿌려서 기름을 닦아내게 된다. 물론 이런 생각도 잠깐, 금세 또 편리하다는 이유로 흥청망청 일회용품을 쓰고, 순간의 다짐을 잊어버리고 말지만 말이다.




  그러나 소로우를 읽는 동안은 편리함에 길들여진 나를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자제하려고 애쓰게 된다. 분명 그 시간만큼은 환경운동가 못지않게 나도 우리가 사는 이 별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하게 되고, 말 못 하는 것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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