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다시 초대하는 차림

혼자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by 차림식


아기를 낳고 처음으로 혼자 방콕에 여행을 와 있다. 시끄러운 툭툭이, 무거운 트래픽 잼의 소음 속에 홀로 앉아 있으니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생각이 난다. 하지만 나는 잃어버린 것도 없고, 내게서 사라진 것 또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 치여 무엇이든 잠시 잊었던 것뿐이다.


한국에서의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더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 낯선 방콕, 아무도 나를 규정하지 않는 이곳에서 비로소 잊었던 내 취향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있다.


혼자 여행을 온다는 건 나를 둘러싼 소음으로부터 잠시 나를 분리시키는 일이다. 그 고요함에 집중하면 내게만 들리는 내면의 소리가 있다. 내가 어떤 향기에 고개를 돌리는지, 어떤 물건에 손이 가는지, 아무런 목적 없이 걷는 길에서 내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같은 것들이다.


나에게 맞는 차림을 찾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대단한 무언가를 배우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에 충분히 몰입해 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운이 좋아 지금은 여행을 왔지만, 사실 집에서도 충분히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고 내 취향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다.


다만 낯선 방콕의 카페 구석에서 보낸 10분, 혹은 낯선 길을 걷다 멈춰 선 찰나의 몰입이 주는 힘은 일상의 몇 시간보다 밀도가 높기는 하다. 내가 무엇과 함께할 때 편안한지, 어떤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이겨내는지 지켜보는 이 시간이야말로 진짜 나를 위한 차림의 시간이다.


다시 찾아낸 취향은 앞으로 일상을 차려낼 때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무질서 속에서도 내 취향 하나는 선명하게 지켜냈던 이 기분만 있다면, 어디서든 나만의 차림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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