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개관
책 정보
저자: 김덕수(現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제목:『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출판사: 21세기북스
발행 연도: 2021년
쪽수: 245쪽
가격: 16,920원(교보문고 정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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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관
서양에서의 로마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에서의 고구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될 것 같습니다. 고구려가 확보한 넓은 영역의 땅(영토는 근대 국가의 주권을 규정하는 개념이므로, 영역이 엄밀한 의미에서 맞는 표현입니다.), 용맹한 기개 등이 로마와 닮아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법률, 제도의 정비' 여부입니다. 고구려도 나름대로 율령을 반포하고 제도를 정비했지만, 삼국 통일을 이룩한 신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반면, 로마는 공화정 시기부터 각종 법률을 마련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로마는 당대에도 강력한 고대 국가였지만, 그 이후로도 법적인 측면에서나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로마는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도 많이 되었고, 책도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문제는 로마의 장구한 역사만큼 연구물과 책도 '장구하다는' 겁니다. 로마사 연구의 권위자는 영국의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 1727~1794)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로마제국 쇠망사』라는 로마 5현제 시기부터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의 멸망까지의 내용을 다룬 역사서를 저술했습니다. 분량은 두꺼운 책으로 6권이 나올 정도로 매우 방대합니다. 로마사를 정통하게 알려면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어야겠지만, 일반 독자는 물론 역사 전공자도 그 방대한 분량의 저작을 다 읽는 건 무리입니다. 또한,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책의 관점이 다소 편향적입니다. 일례로, 비잔티움 제국도 엄연히 '로마 제국'이지만 그 책에서는 비잔티움 제국을 서로마 제국과 동일한 선상에 두지 않으며, 폄하하는 서술이 많습니다.
일반 독자에겐 로마사 속의 용어, 정치 구조를 이해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서양 고대사 속의 인물은 이름이 대체로 깁니다. 필자는 서양사를 좋아해서 고대사 인물을 외우는 것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 구조, 법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쉬운 편은 아닙니다. 로마는 크게 '왕정 - 공화정 - 원수정 - 전제정'으로 정치 구조가 변화했고, 시기별로 제정된 법도 많습니다. 그것을 세세히 아는 건 로마사를 전공으로 삼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로마의 탄생부터 몰락에 이르기까지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만 알아도 일반인 그리고 학부 수준의 역사 전공자치곤 많이 아는 편이겠습니다.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알아가는 건, 역사 학습의 초보적 단계입니다. 한국사의 경우라면, 광개토대왕을 통해 고구려, 세종대왕을 통해 조선을 알아가는 것이 그 예시가 되겠습니다. 서양사 학습의 첫발도 그렇게 시작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서양사 속의 용어부터도 어렵고, 서양사의 큰 흐름을 읽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테니까요. 『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로마사 입문 책입니다. 책에서는 로마의 주요 인물인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를 중심으로 로마사를 개관합니다. 인물에 대한 이해로 역사에 대한 이해까지 이끌어내는 기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기법에 대해서는 후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