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세부 내용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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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내용 소개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만으로 로마 역사의 흐름을 보는 안목이 생길까요? 필자는 '그렇다.'라고 답하겠습니다. 이 4명의 인물은 현재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서도 모두 언급이 되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4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로마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를 지내셨고, 학교 현장의 세계사 교육 문제와 관련한 논문들도 집필했습니다. (논문 목록 살펴보기) 따라서 이 책의 서술 방향은 '역사교육'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것이라고 필자 개인적으로 생각이 듭니다.
로마의 역사는 장구하다보니, 변화 또한 뚜렷합니다. 그 변화는 크게 정치적 변화와 종교적 변화로 나눌 수 있습니다. 로마는 초기에는 왕정 국가였다가, 한동안 공화정이 왕정을 대체했습니다. 그런데 공화정이 과두정으로 변질된 결과, 제정이 들어서게 됩니다. 한때는 왕정을 폐지했지만 결국은 제정으로 부활한 아이러니가 로마의 정치적 변화입니다. 종교적 변화에도 이런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로마는 본래 그리스도교를 탄압했지만, 콘스탄티누스 대에 들어서 공인되었고 더 나아가 테오도시우스 대에는 국교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했지만 결국은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아이러니가 로마의 종교적 변화입니다.
책의 주인공이 되는 4명의 인물이 바로 로마의 정치, 종교적 변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는 로마 공화정 말기의 유력 정치가로 활동하면서, '결국 로마는 제국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성립을 '노골적으로 선언'한 건 아니었고, 무늬는 공화정인 형태가 한동안 지속됐습니다. 이는 옥타비아누스의 전략으로, 카이사르가 독재 권력을 노골적으로 행사해 암살당한 전례를 기억하고 그것을 반복하지 않은 방안을 만든 것입니다. 그 방안은 '원수정(Principatus)'입니다. 외형은 공화정을 유지하면서, 실질은 제정을 취하는 정치 체제였습니다. 그런데 원수정은 황위 계승에 있어 분란의 씨앗을 낳기도 했습니다. 분란은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전제정(Dominatus)을 성립하고, 황위 계승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4제 체제(Tetrarchy)를 마련하면서 일단락됩니다.
이런 정치적 변화 속에서도 그리스도교의 박해는 계속됐습니다. 특히 디오클레티아누스 대의 그리스도교 박해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의 등장으로 그리스도교의 사정이 크게 변화하게 됩니다. 황제권을 두고 콘스탄티누스가 막센티우스와 격돌하던 중, 그리스도교의 가호를 받아 밀비우스 다리 전투에서 막센티우스를 물리친 게 익히 알려진 얘기입니다(여기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4제 체제는 오래 가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콘스탄티누스가 정말 신심이 깊어서 그리스도교를 공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의 공인 조치로 로마 제국은 또 한 번 크게 바뀌었습니다. 당대에도 큰 변화였지만, 후대에 더 영향력이 커집니다. 황제의 보호를 받던 교황이,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중세 서유럽 세계의 전면에 나서며 질서를 재편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도 유년 - 청년 - 장년 - 노년기의 흐름으로 삶을 살아가며, 각 시기에서 나타나는 삶의 모습도 다릅니다. 변하고 싶지 않아도, 변합니다. 변화는 자연스레 일어나기도 하고, 갑작스레 일어나기도 합니다. 로마도 '인생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긴' 국가였습니다. 로마의 유년기는 왕정 국가, 청년기는 공화정 국가, 장년기는 원수정과 제정 국가, 노년기는 그리스도교가 결합된 제정 국가였습니다. 그리고 한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이행 내지 전환되는 과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책의 주인공인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 디오클레티아누스, 콘스탄티누스입니다. 이 점을 상기하며 이 책을 읽어보면 더 쉬운 이해가 가능할 거라 봅니다.
여담
책에는 원사료가 일부 수록되어 있는데, 콘스탄티누스의 그리스도교 공인 과정과 관련해서 여러 사료가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공인은 갈레리우스 관용령(311)이 발표된 지 2년 후, 밀라노 칙령(313)의 발표로 확정됐습니다. 아래는 책에 실린 갈레리우스 관용령의 내용입니다.
그리스도교로 하여금 조상의 습속을 준수하게 하는 칙령이 포고된 이후, 그들 다수는 위험이 두려워 굴복했고, 또 다수는 실제 위험을 겪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다수는 완고해서 우리의 전통 신들은 물론 그들의 하나님도 섬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늘 모든 사람을 관대하게 대해온 대로 그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 김덕수, 『그들은 로마를 만들었고, 로마는 역사가 되었다』, 21세기북스, 2021, p.205.
그런데 다음 문제를 보면, 위 책에 실린 갈레리우스 관용령과 거의 똑같은 내용이 문제 자료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세계사 수능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7번 문제가 그 실체입니다. 같은 시험지의 11번 문제에도 카시우스 디오의『로마사』내용을 갖고 알렉산드로스를 물어봤는데, 사실 서양 고대사를 주제로 한 문제가 평가원 모의평가/수능에서 2문제씩이나 나오는 경우가 드뭅니다. 2문제 모두 로마 관련 자료를 활용한 것도 특이하고요. 필자 생각에는 당해 수능에 이 책을 쓴 저자가 '시험 출제 과정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을까?'라는 강한 의구심이 듭니다. 집필진 생활을 하다 보면, '어디서 본 것 같은 자료'가 알고보니 문제에 출제된 자료라는 사실을 알 때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김에 흥미를 느낄 만한 집필진 생활 여담을 풀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