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굴 제국의 역사』개관
책 정보
저자: 마이클 피셔(Michael H.Fisher)
제목: 『무굴 제국의 역사』
옮긴이: 최하늘
감수: 이옥순
출판사: 더숲
발행 연도: 2025년
쪽수: 497쪽
가격: 26,100원(교보문고 정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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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개관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낯선 국가, 문화권이 참 많습니다. 인도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풍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그곳을 알고 싶어도, 그 방법이 마땅히 없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인도를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고, 대중의 관심을 받지 않는 영역을 주제로 책을 출간하는 건 밑지는 장사이니까요. 이 글을 쓰는 필자도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 때 인도사를 접했지,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도 인도사를 특별히 공부해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학 사학과에서는 관련 수업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인도에 대해 무지하고, 적극적으로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인도에 관한 양질의, 전문적인 자료가 드문 가운데, 올해 『무굴 제국의 역사』가 출간되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은 기쁨을 주는 소식입니다. 최근 세계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늘고, 옮긴이의 역량이 뛰어난 덕분에 이 책이 국내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옮긴이가 정말로 대단한 분이어서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옮긴이는 2년 전에 같은 출판사에서 『비잔티움의 역사』(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2023)를 번역한 전력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흉노와 훈』(김현지, 책과함께, 2024)도 번역했으며, 중앙유라시아사를 광범위하게 다룬 『투르크사』(이주엽, 책과함께, 2025)의 감사의 글에서도 옮긴이가 언급됐습니다. 그만큼 옮긴이의 번역 스펙트럼이 넓고, '사람들이 잘 공부하려 하지 않는' 인도에서 중앙아시아, 터키까지 이르는 지역의 역사에 전문성을 가졌다는 증거입니다. 옮긴이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를 졸업한 뒤 역사 연구자가 되셨습니다. 탁월한 외국어 능력이 역사 연구 및 책 번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비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존경을 표합니다.
무굴 제국(Mughal Empire, 1526~1857)은 인도사 중에서 나름 익숙한 소재입니다. 무굴 제국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타지마할(Taj Mahal)만큼은 아는 사람들이 많죠. 인도사 전체를 다루지 않고, 무굴 제국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을 출간한 것은 좋은 전략 같습니다. 어떤 지식을 배우고자 할 때, 배경지식이 있고 없고의 여부는 큰 차이를 만듭니다. 배경지식이 있다면, '그래도 배워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심리적 안정을 줍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이 인도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타지마할은 알고 있으니' 무굴 제국의 역사에 호기심을 갖고 배우는 동기를 주기엔 충분합니다. 실제로 책 리뷰도 '무굴 제국을 몰랐는데(또는 이름만 알았는데)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라는 식의 내용이 많습니다.
무굴 제국의 역사를 교과서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에겐 더욱 의미 있는 책이 됩니다.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에서는 소략하지만 인도사의 전체 흐름을 다룹니다. 무굴 제국은 그 소략한 인도사 서술 분량 중에서 그래도 많은 지분을 차지합니다(2~3페이지 정도입니다.). 세계사 시험(학교 시험, 교육청 학력평가, 평가원 모의평가/수능)에서도 무굴 제국을 주제로 한 문제를 많이 출제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를 잘 이수했다면 무굴 제국의 대략적인 역사적 흐름은 알게 됩니다. 그런데 교과서 2~3페이지도 겨우 할애하는 무굴 제국이, 이 책에서는 무려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할애하는 주인공이 됩니다. 그 모든 지식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지만, 적어도 세계사 교과서에서 배운 무굴 제국 역사의 대략적인 흐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지식을 습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고,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겁니다.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배경지식을 갖고 새로운 지식에 접근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기 쉽고 흥미로운 지점을 많이 찾을 수 있듯이요.
무굴 제국을 딱 하나의 핵심 단어로 정의한다면, '융합'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종교적, 시대적 배경의 측면에서 언급하며 책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맥락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무굴 제국에서는 이슬람교와 힌두교가 융합됩니다. 무굴 제국의 종교적 근간은 이슬람교였습니다. 무굴 제국이 인도의 패자로 자리잡기 전부터 인도는 이미 이슬람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슬람교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인도의 종교는 힌두교입니다. 힌두교를 신봉하는 토착 세력 또한 많았습니다. 따라서 무굴 제국이 안고 가야 하는 과제는 '힌두교 세력을 어떻게 포섭하는가?'였고, 3대 황제 아크바르는 이를 성공시켰습니다. 이로써 건국 초기의 불안정을 극복했습니다.
무굴 제국의 역사는 인도의 고유한 역사이면서 동시에 세계사의 일부입니다. 무굴 제국이 존재하던 시기 유럽에서는 신항로 개척이 성공하면서 세계 각국으로의 진출을 꾀했습니다. 인도는 유럽 각국이 직접 교역하고 싶어하던 국가였고,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이 이곳에 진출합니다. 이후 영국은 인도 지배권을 확고히 하면서 마침내 무굴 제국의 명줄까지 끊어냅니다. 따라서 무굴 제국 시기의 인도는 유럽 각국의 무역 패권 다툼이 벌어지는 각축장이기도 했습니다.
무굴 제국은 분명히 공부해볼 만한 대상입니다. 『무굴 제국의 역사』는 어떤 독자가 읽느냐에 따라 그 용도도 각양각색이 됩니다. 이 책은 인도사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데 타지마할 정도는 아는 독자라면, 그 김에 인도사를 맛보는 입문용 책, 무굴 제국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아는 독자라면, 개괄적인 역사 이해에서 한 발 나아간 지식을 얻는 개설서, 서양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유럽 각국과 무굴 제국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역사를 조망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 될 것입니다. 이제 이 책이 나온 이상 '인도를 알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세부 내용 소개글에서 무굴 제국의 매력에 깊이 젖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