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사람의 심리란?

브런치스토리 활동 1주년을 기념하며

by 샤를마뉴

안녕하세요. 역사책 서평을 열심히 쓰고 있는 샤를마뉴입니다. 이번 글은 서평이 아닌 특별한 기념글입니다. 오늘이 바로 필자가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지 정확히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와!!!). 이곳에 처음 글을 발행할 때가 엊그제같은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동시에 글쓰기 활동을 멈추지 않고 1년 가까이 이어온 필자 자신에게도 신기해집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글쓰는 사람의 심리란?'라는 제목으로, '왜 사람들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남길까?'라는 질문에 개인적인 생각을 답변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1729751569599_2024.10.24_screencatch.jpg 필자의 브런치스토리 작가 합격 메일(2024.10.24)

[1] 아무나 글을 올리지 못하는 플랫폼에서, 글을 발행하는 특별함

브런치스토리에서는 아무나 글을 바로 올릴 수 없습니다. 써둔 글 3개를 견본으로 제출해 에디터팀의 심사를 받고 합격해야 글을 발행할 자격을 얻게 합니다. 이 과정은 이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에서 흔히 나타나는 도배(같은 글을 반복적으로 올려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위), 뻘글(별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을 의미)로 더럽혀지는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깨끗한 글쓰기 환경은 양질의 글을 축적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필자도 브런치스토리를 알기 전 네이버 블로그, 카페, 인스타그램을 통해 글쓰기 활동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곳들에서는 지속적인 글쓰기 활동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신입이 살아남기 어려운 플랫폼입니다. 유명 블로거가 아니면 조회수나 각종 반응(좋아요, 댓글)을 이끌어내기가 힘듭니다. 유명해질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지 않는 신입에게 네이버 블로그의 역할은 99% 일기장입니다. 혼자만의 공허한 외침으로 끝난다는 뜻이죠.

네이버 카페는 블로그에 비해 수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글을 올리기 때문에, 조회수나 각종 반응을 이끌기 유리합니다. 필자는 어느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몇천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하거나 꽤 많은 반응을 얻은 글들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앞서 말한 도배, 뻘글 현상에 취약하고, '경쟁자'가 많습니다. 내가 양질의 글을 고생 끝에 작성해서 올렸는데, 마침 다른 사람이 자극적인 글을 올리면 묻혀버리는 겁니다. 그럴 때 글을 올리는 동기가 확 꺾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유명해질 수 있는 기반을 가진 사람에겐 가장 활동하기 유리한 공간입니다. 좀 멋들어지는 사진을 게시글에 올리면 순식간에 많은 좋아요를 받거든요. 하지만 그 역의 경우에는 그곳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공간입니다. 전부 보여주기식입니다. 남들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편적인 인생의 기준으로 받아들여 박탈감을 주기 좋습니다. 필자는 그런 게 싫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시각 자료'로 승부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글을 써서 올리기에는 썩 맞지 않습니다.

여러 플랫폼을 이용해본 바, 글쓰기 활동에 한정해서는 브런치스토리가 가장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발행 자격'만 얻는다면 나만의 글쓰기 아카이브를 축적하기에 제격입니다.

1730041138696_2024.10.27_screencatch.jpg 브런치스토리를 막 시작한 며칠간, 필자에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는 일일 세 자리 조회수를 기록했다.

[2] 신입 작가에게 비교적 후한 대우

필자 추측이긴 하지만, 브런치스토리에는 '첫 발행글 특수'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브런치스토리에 글 발행을 허락받은 첫날, 세계사 기피증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뭐 몇 명은 읽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수백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십 명이 라이킷을 남겨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독보적인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첫 발행글 특수를 경험한 뒤 의문이 생겼습니다. 구독자도 없고, 신입 작가가 생겼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첫 글을 올렸다고 많은 조회수와 라이킷을 받는 건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게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브런치스토리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유튜브 같은 유명세와 수익을 창출하기 더 좋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아무런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작가들의 글을 읽다가, 그들의 '첫 글'을 찾기 위해 브런치스토리 주소에 들어가봤습니다. 여러 번 살펴본 결과, 첫 글에 많은 라이킷을 받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글 발행 자격을 얻고, 첫 글을 발행하면 이 플랫폼에서 알고리즘 노출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첫 발행글 특수를 얘기한 이유는, 이것이 신입 작가가 활동을 이어갈 동기를 주는 장점임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무명에서 유명으로 나아가는 건 기약이 없습니다. 대다수는 그 기약을 바라보다가 지쳐서 포기합니다. 사실 여기도 그렇습니다. 유명 작가로 나아가는 데에 대한 기약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작가로 나아가는 순간만큼은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줍니다. 타 플랫폼은 그마저도 없어서, 더욱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요소입니다.

Screenshot_20250522_190318.jpg 필자의 두 번째 브런치북인 '교육으로 가는 역사학 내비게이션'을 구성하는 글을 한창 쓰던 상황(2025.5.22 캡처)
브런치북 리스트.png 필자의 현재 작품들(3개의 브런치북, 2개의 매거진)

[3] 체계적인 글쓰기 시스템(브런치북, 매거진)의 존재

격식 있는 글의 기본 조건은 '체계'입니다. 서론-본론-결론의 구조, 각 문장마다의 연결성, 논리적 타당함을 갖출 때 '잘 쓴 글'이라고 불립니다. 학계는 글의 격식을 더욱 중요하게 따져서 참고 문헌 목록을 정확히 기술했는지, 각주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살펴보죠.

격식 있는 글을 쓰는 것만큼, 글의 '집합'도 중요합니다. 좋은 글을 많이 썼다면, 그것들을 일정한 기준을 세워 잘 분류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글들의 '큰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책입니다. 책은 어떤 대주제를 기초로 하여 소주제의 글이 집합을 이룬 결과물로, 인터넷 또는 인공지능이 다량의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양질의, 체계적인 지식'을 얻는 수단으로 유효합니다. 인터넷상의 정보나 인공지능의 스크랩으로 많은 정보를 요약한 답변은 아직까지는 책의 체계성을 따라오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글쓰기 활동이 단발적으로 끝나는 이유 중 하나는 '무체계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대주제로 글을 쓰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소주제는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 몇 편의 글(분량)을 쓸 것인지를 생각해야 됩니다. 그런데 많은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그것을 도와주는 수단이 없습니다. 단지 글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자유를 줬을 뿐, 글을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글을 마음껏 쓰는 자유를 주는 건 좋은데, 탁월한 기획력과 인내력이 없다면 '끝이 없는 글쓰기'라 생각하고 중도 포기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브런치북은 이러한 무체계성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어떤 브런치북도 최대 30화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필자는 이 제한이 장기적인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10~20화 정도의 글만 써도 시리즈를 낼 수 있다!'라는 힌트를 주는 것이죠. 물론 10~20화의 글을 쓰는 자체도 작가가 '알아서 잘해야 할' 부분이지만, '글쓰기의 끝을 설정하는 기준'이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글쓰기의 끝을 설정하면, '끝없는 글쓰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불만 사항이 됩니다. 브런치스토리의 모든 작가가 '하나의 완결된 글의 집합'을 만들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니까요. 브런치스토리에서는 브런치북과 함께 매거진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끝없는 글쓰기, 그렇지만 대주제는 있는 글쓰기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제격인 기능입니다. 필자도 지금 3분 동/서양사라는 서평 시리즈를 매거진 기능을 통해 요긴하게 가꿔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브런치스토리는 글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해 집합시키고, 그 집합의 크기를 자유롭게 설정하는 도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는 개별적인 글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가이드라인'을, 글을 좀 다룰 줄 아는 사람에게는 '효능감'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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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치며: 글의 위력, 자기만의 글을 축적하는 즐거움

인간의 주요 표현 수단은 말이지만, 남는 표현은 글입니다. 말은 내뱉으면 없어지지만, 글은 쓰면 남습니다. 말을 기억으로 보존한다 하더라도, 기억은 '망각'되고 '왜곡'되기 때문에 크게 변형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과거를 그나마 정확하게 보는 수단은 글과 사진입니다. '남겨진다는 것'은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통찰하는 도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필자도 글을 남기면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현재의 의미를 찾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유익하더군요. 필자 브런치스토리의 일관된 주제인 '역사'도 그 남겨짐을 바탕으로 구성된 결과물이고 그것을 해부하며 현재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기에 중요한 분야이자 학문이 되는 겁니다.

또한, 인간은 끝없이 많은 생각을 품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글로 표현하면 절반도 담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글을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됩니다. 남의 생각, 남의 글은 그저 참고용일 뿐입니다. 내 인생을 사는 건 내 자신입니다. 누구든 내 자신의 좋은 미래를 위해서 계획을 세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계획을 머릿속에만 담아둔다면, 그것을 막상 실천할 때가 오면 제대로 써먹지 못합니다. '미래를 위한 글쓰기'는 글을 쓰는 수많은 목적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자기만의 글을 축적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습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른다면 글로 담아봅시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토대가 되어줄 지도 모릅니다. 필자는 1년간 글을 쓰며, 글이 가지는 위력과 자기만의 글을 남기는 것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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