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새벽에 출근해서 테이크 아웃 음식을 들고 사무실로 향했다. 주말 동안 쌓인 메일을 읽고 긴급한 업무들을 처리하고, 내일 회의를 위한 자료를 작성하고, 내일이 마감인 자료조사를 마치니 저녁 9시가 되었다. 하루가 쏜살같이 빨리 지나간다.
직장생활 오래 하니 일이 익숙해졌다고 후배에게 말했다. 불과 몇 주 전에 했던 말이었다. 명백한 자만으로 밝혀졌다. 나의 여유를 알아본 것인지 새로운 일이 나에게 주어졌고, 기존에 하던 업무에 문제가 생겼고, 함께하던 동료가 며칠 후 퇴사한다. 지금도 버거운데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나에게 올 것이다.
하루하루 그저 버티면 시간은 흐르겠지만 그 시간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내 능력이다. 업무가 많아질수록 여유가 줄어들고 여유가 줄어들면서 생각할 시간이 사라진다.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업무의 질이 낮아졌고 낮아진 업무의 질은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냈다.
지금 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고 있다. 충분히 생각하고 일을 했을 때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며 성과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요즘 시간의 부족에 허덕이며 깊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직장생활이 마치 디팬스 게임처럼 느껴진다. 업무는 계속 밀려들어오고 내 시간과 능력은 한정적이다. 내 시간을 무한정 소비하다 보면 결국 지쳐 쓰러진다. 그렇다고 업무를 내팽개치면 내부든 외부든 업무의 공백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수습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럼 디팬스 게임에 지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디팬스 게임에서 적을 죽이면 보상이 주어지는데 그 보상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지면 다시 더 어려운 환경이 닥치고 새로운 업무가 주어진다. 변화하지 않는 삶의 끝은 파멸뿐이다. 끊임없이 나를 발전시키고 새롭게 배워야 한다.
시간이 없더라도 계속 배워야 한다. 업무 스킬을 향상하고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업무의 역량을 증진시켜야 한다. 지금의 상태에 계속 머무르면 업무에 짓눌리거나 환경에 압살 당한다. 끊임없이 나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스스로 배워야 한다.
오늘부터 그동안 잠시 미뤄두었던 독서와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 나에게 가장 맞는 방법은 독서와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과중한 업무에 압도되지 않도록 나를 지켜주며 조금이나마 나의 발전을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