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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r 22. 2020

바닷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추억

서민의 고급 아파트 체험기

와이프와 기념일을 보내기 위해 해운대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외관이 으리으리한 최고급 아파트들이 즐비했다. 나 같은 사람은 살 엄두도 못 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밥을 먹고 호텔 주변을 다시 어슬렁 거리는데 주상복합 아파트의 모습에 그만 넋이 나가버렸다.


해운대 마린시티
이건 사야 해.

무슨 마음인지, 뭐에 홀렸는지 이곳에 살고 싶었다. 싼 전세라도 있을까 해서 다음 날 주변 부동산을 뒤졌다. "전세 있어요?", "싼 매물 있나요"


그러던 중 영혼까지 풀로 대출을 받으면 가능한 조건의 매물을 찾았다. 그렇게 나는 서류에 사인을 했고 서민의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체험이 시작되었다.




바닷가 측면 조망이 나오는 집이었다. 그게 어디랴. 태어나서 이렇게 좋은 집에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아보는 것이 내 오래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우연히 이루어졌다.


부푼 마음을 안고 해운대 고급 아파트의 삶을 시작했다. 자연경관 좋고, 아파트 예쁘고, 남들은 시간 내어 휴가로 오는 곳이 나의 집이라는 생각을 하니 기뻤다. 하지만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것도 있는 법. 서민의 최고급 아파트 체험기 이제부터 시작한다.

 

장점 :


1. 집이 예쁘다.

바닥이 대리석이다. 벽도 대리석이다. 집안에 모든 것이 다 대리석이다. 간접조명은 기본이다. TV를 설치할 곳이 없어서 천정에서 봉으로 내려서 설치했다. 실내가 아주 고급스럽다.



2. 주변 자연환경이 뛰어나다.

해운대 바닷가 아파트인데 말해 무엇하리. 집 밖에 나오면 광안대교도 보이고, 놀러 온 관광객이 많다. 매일 휴가 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 아파트 내 각종 서비스가 만족스럽다.

 1) 차량 출차 시 보안요원이 도와준다.

 2) 아파트 동 입구에 컨시어지 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이 상주해서 문의사항이 있으면 친절히 응답해준다.

 3) 쓰레기 버리러 1층까지 갈 필요 없다. 해당 층 분리수거 실에 버리면 된다. 쓰레기봉투도 필요 없다.

 4) 보안이 우수하다. 거주민이 아니면 입문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4. 사진 찍으면 그럴듯하게 나온다.

집이 예쁘고 바닷가 채광이 좋아서 그런지 사진이 예뻐 보인다.


단점 :


1. 바닷가 옆이라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여름 : 내가 살았던 집에 한정되는 것일 수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긴 한데 여름에는 태양광과 바닷가에서 반사되는 반사광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집이 전면 유리라서 온실효과로 집이 더워지는 듯하다. 물론 열차단 유리를 쓰긴 했지만 내가 살아본 여름 중 이곳의 여름이 제일 더웠다. 집안에 시스템 에어컨이 7대가 있는데 그걸 다 틀어도 더웠다. 여름에 에어컨을 너무 오래 돌려서 차단기가 내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겨울 : 부산의 겨울이 따뜻하긴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감 기온은 낮다. 그런데 바닷가는 바람이 특히 더 많이 부는 것 같다. 겨울에 집 주변을 지나다닐 때 태풍이 온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전면 유리라서 겨울에 상대적으로 더 추운 것 같다.


2. 관리비가 비싸다.

앞서 말한 장점인 서비스의 대가로 관리비가 비싸다. 서비스를 위한 상주 인력이 많다 보니 그들의 인건비가 많이 든다.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기 때문에 냉, 난방비도 많이 나왔다. 여름과 겨울의 관리비가 80~90만 원에 달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관리비는 4계절 25만 원을 넘는 적이 없다.


3.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이런 고급 주택의 사람과 나는 생활수준의 차이가 많이 났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보면 모두 외제차다. 국산차는 정말 몇 대 없다. 심심할 때마다 지하 1층부터 지하 5층까지 주차장을 구경 갔다. 흡사 외제차 전시장을 보는 것 같다. 도로에서 보기 힘든 각기 다른 종류의 스포츠카와 고급 세단들이 즐비하다.

이 아파트에 살 때 일반 유치원을 보내는 집은 같은 동 입주민 중 우리 집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한 달에 100만 원에 육박하는 영어 유치원을 다녔다.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이 영어로 얘기하고 논다. 엄마들도 아이들에게 영어로 얘기한다. 외국인인 줄 알았는데 한국인이었다.


4. 교통이 불편하다.

바닷가 휴양지 근처의 집은 교통이 특히 더 불편하다. 휴가시즌이나 휴일에는 차가 항상 막힌다. 아파트의 위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곳에 있어서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힘들다. 지하철까지 걸어서 15분이 걸리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도 오래 걸어야 했다.


5. 자연재해에 취약하다.

영화 '해운대'에서 쓰나미가 닥쳐서 해운대 주변이 초토화되는 것을 보고 영화적 상상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살던 동안에 쓰나미 비슷한 것을 겪고 나니 단순히 웃고 넘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 물이 넘쳤고, 바닥에서 고기와 문어도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7년 아파트에서 직접 찍은 사진


매월 나오는 관리비와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 세금적 부담까지 생각하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가 없어서 2년이 되기 전에 정리하고 일반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제는 해운대 고급 아파트에 살았던 것이 좋은 추억이 되었다. 만약 해운대에 거주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진다면, 마음껏 난방과 에어컨을 틀 수 있을 정도로 부자가 된다면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해운대 #고급아파트 #체험기 #한달 #한달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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