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초저가 전쟁' 일으킨 쿠팡 영상 리뷰
*본 내용은 농협은행 사내에서 진행하는 디지털 금융 스터디 '스마트리더'의 3월 동영상 스크랩 과제 제출 내용입니다.
[임윤선의 블루베리] 유통업계 ‘초저가 전쟁’ 일으킨 쿠팡
쿠팡의 2018년 매출은 4조 4227억 원이다.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매출 규모이며, 매출 성장률은 2017년 40%에서 2018년 65%로 급증했다. 2019년 거래액은 11조 6250억 원, 매출액은 지난 2018년보다 60% 이상 성장한 최소 7조 원대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확인했다. 이러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근원적인 원동력은 무엇일까?
영상에서는 낮은 마진율, 최저가 판매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외에 편리한 UX를 말하지만 근원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쿠팡은 데이터 기업이다. 직원의 절반이 개발자다. 쿠팡은 쿠팡 와우, 로켓배송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데이터 예측을 통해 각각의 물류센터에는 다른 종류, 다른 개수의 곧 나갈 상품이 보관, 관리되고 있다. 이러한 예측, 보관과 관련된 기술력이 빠른 배송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쿠팡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쿠팡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이 없도록 하고 싶고, 쿠팡 없이 살 수 없는 고객 중심적인 기술회사를 꿈꾼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는 고객의 행동에서 오프라인보다 많은 데이터가 남는다. 이러한 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를 전 세계에서 채용해 IT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쿠팡을 대형 유통업체에서 자본을 들여 만든다고 해도 체질적 변화 없이 쉽게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영상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성장 중인 IT기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영상에서도 손정의가 아니라면 벌써 망했을 회사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물론 사업의 결과는 알 수 없으니 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안다는 듯 무시하는 태도를 하는 사람에게 소프트뱅크가 3조가 넘는 돈을 왜 투자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흔히 성공한 스타트업은 J커브를 그리며 성장한다. 창업 후 경영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면 모두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도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 없고, 수직 상승하는 서버비를 낼 수 없어 적자 상태에 빠진 기간이 있다. 그때도 사람들은 카카오를 조롱했다.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IT기업 중 하나이다. 상황만 보며 조롱하는 사람들에게 적자 폭이 나는 기간 동안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 2월 기사에서 전통적인 유통강자 롯데 계열사 롯데쇼핑의 매출이 15년과 비교했을 때 10 조이상 이상 줄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또한 이마트의 경우 영업이익이 18년과 비교해 67.4% 줄었다. 그 기간 쿠팡의 매출은 65% 성장했다.
영상의 마지막에 한 패널의 금융 언급은 확실히 논리적이며 가능한 이야기다. 현재는 서로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업이 모든 상품, 서비스의 정점에 있다. 스마트폰의 플랫폼 안드로이드, IOS, 컴퓨터의 플랫폼 윈도우, 동영상의 유튜브가 세상을 움직인다. 미국 증시를 움직이는 상위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MAGA가 포함되어 있다. MAGA는 Microsoft, Amazon, Google, Apple의 약자로 모두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 특히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금융 플랫폼은 무엇이 될까? 이러한 질문을 받았을 때 사는 국가에 따라 페이팔, 벤모, 알리페이, 비트코인, 비자 등 여러 기업을 떠올릴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온라인(가상)에서 태어난 서비스를 떠올릴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우버, 디디추싱, 그랩, 올라 모두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지역 1위 승차 공유 서비스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승차 공유 플랫폼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기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쓸 수 있는 금융 결제 서비스가 들어간다면 파급력이 어떠할까? 전 세계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이 탄생할 것이다.
이 영상을 보고 유통산업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금융업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비슷한 것 같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탄생한 은행이 전통적 금융지주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안 써본 사람에게는 어림없는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2019년 10월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정식 출범한 지 2년 차였던 카카오뱅크 다운로드 수가 이미 1위였던 국민은행 뱅킹 앱을 앞질러 다운로드 수 1위를 달성했다(농협은행 3위). MAU 역시 카카오뱅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카카오뱅크는 앱으로 뱅킹을 이용할 유저들이 대부분 다운로드한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의 고객은 오프라인 기반이며 영업점 창구에서 마케팅 활동을 통해 다운로드하게 하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서비스적으로 특별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재 유통업계의 쿠팡과 대형업체들 간의 관계처럼 변할지도 모른다.
기존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인력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일반직의 인재를 채용 후 영업점에 배치했다. 이렇게 성정한 인력 중 디지털 영역에 관심있는 지원자를 뽑아 기획을 시키고 있었다. 우리 회사가 쿠팡이었다면 디지털 업무를 물품 소싱을 잘 하던 사람, 창고 관리를 잘 하던 사람, 혹은 배달 전문가에게 갑자기 맡기는 것과 같다. 우리 회사가 에어비앤비였다면 디지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호스트부터 시작해야 하는 격이다.
은행 영업점에서 은행의 고전 영역에서 일하는 동안 영업점에서는 지속적으로 금융전문가로 성장하라고 말한다. IT 도메인 지식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다. 또 기존 금융업에 관심이 있던 우수한 인재들이 뽑혀 일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업의 디지털 서비스는 단순히 창구의 전산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이데이터, 오픈뱅킹, 마이페이먼트 등 새로운 개념들이 생기며 새로운 영역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에 꾸준히 관심이 있어 준비하고 들어온 열정적 인력을 영업점에 무방비로 방치하기 보다는, 그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게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기술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크핀 기업들의 카카오뱅크, 네이버페이, 한국을 넘어 구글페이, 알리바바 등의 디지털 금융서비스보다 더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