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잠드는 것이 무서웠던 이유 part 1

영화 <나이트메어(1984)>

by Charley


누가 뭐래도 나의 올 타임 베스트 호러영화는 <나이트메어> 시리즈이다. 그중에서도 프레디 크루거의 첫 등장을 알린 <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은 언제 다시 꺼내 봐도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몇 안 되는 공포물 중 하나이다. 물론 80년대 영화이니 만큼 특수효과나 분장 같은 외적인 요소들은 요즘 공포영화의 퀄리티와 비교할 수 없지만, 잠과 꿈이라는 너무나도 달콤한 대상을 기피해야 할 공포의 대상으로 바꿔버린 기념비적인 첫 작품인 만큼 이 영화가 가지는 상징성은 어느 걸작 못지않다는 생각이다. 사실 말이 기피의 대상이지 대체 어떻게 잠을 피할 수가 있단 말인가. 잠자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나 같은 사람에게 달콤한 꿈이 악몽으로 변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영화 <나이트메어>의 내용은 세상 어느 것 보다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레디 크루거는 엘름 가에 살았던 범죄자로 수 십 명의 아이들을 죽인 연쇄살인마이다. 그러나 그가 정신이상자 판결을 받고 처벌을 피하게 되자 아이를 잃은 성난 부모들은 그를 보일러실에 가두고 불을 질러 태워 죽여 버린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더 큰 참사를 불러일으키는 트리거가 되고 마는데, 죽음과 함께 꿈속의 악마가 된 프레디가 수 십 년 후 복수를 위해 그들의 자녀를 죽이러 엘름 가에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을의 10대 청소년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나 둘 죽어 나가며 영화는 시작된다.


낸시의 꿈 속에서 같은 학교 학생으로 변신했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프레디 크루거.

제목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겠지만 프레디의 주요 활동 무대는 꿈 속이다. 그에게는 인간의 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대상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꿈을 꾸게 하거나 아무리 도망쳐도 도망칠 수 없는, 꿈도 희망도 없는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계단이 늪처럼 변해서 발이 계속 빠진다던지, 거울을 깨고 그 속에서 프레디가 나타난다던지 하는 비현실적인 방법들로 인해 더 이상 그에게서 도망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는 장면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꿈속에서 프레디에게 죽는다면 실제로도 죽는다는 사실이다. 꼭 죽지 않더라도 꿈속에서 상처를 입으면 실제로 몸에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프레디의 꿈을 꾼다면 죽거나 다치기 전에 빨리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불에 타죽기 전의 프레디에게 살해당한 아이들이 부르는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시그니처 송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나를 가장 무섭게 만들었던 부분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을 농락하며 괴롭히는 프레디나, 그의 희생양인 엘름 가의 청소년들이 피를 튀기며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이 아니라 잠들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각성제를 먹으며 수 일간 잠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낸시의 퀭한 눈이었다. 악몽을 꾸다가 깨어났을 때 같은 꿈을 이어서 꾸게 될까 봐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괴로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서 프레디의 설정은 더욱 다양해졌고 사람들을 죽이는 방법도 더욱 잔인하고 사실적으로 변화해 가긴 하지만, 나에게는 잠들 수 없는 공포감을 가장 잘 표현해낸 첫 편이 최고의 작품이다. (사실 후기 작으로 갈수록 공포보다는 어드벤처 느낌이 강해진다. 프레디와의 배틀 물 정도?) 주인공인 낸시의 쓸모없지만 잘생긴 남자 친구로 등장하는 조니 뎁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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