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맘의 감춰진 속내

영화 <바바둑 (The Babadook, 2014)>

by Charley


If it’s in a word, or it’s in a look, you can’t get rid of the Babadook.


구입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도 어느샌가 내 방 책장에 꽂혀 있는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디자인의 책은 절대로 읽지 않는 것이 상식이건만, 대부분의 호러 영화 속 주인공들은 넘쳐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것을 소리 내어 읽고 만다. 그리고 그로 인한 온갖 기현상과 저주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주변인들이 하나둘씩 죽기 시작하면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시작한다. 이제는 영화를 보면서 예언가라도 된 양 앞 일을 예측할 수 있는, 흔해빠진 식상한 스토리이다.


영화 소개 페이지에서 짤막한 시놉시스를 읽어 보았을 때, <바바둑> 또한 그와 비슷한 흔한 호러영화의 한 종류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사무엘이 음침한 분위기의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아멜리아에게 읽어 달라고 조르고, 그 책을 읽은 이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그들 모자에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는 내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고 말이다. 그러나 영화가 점점 진행될수록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바바둑>은 단순히 벽장 속의 부기맨이 등장해서 사람을 해치는 류의 영화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본 바에 의하면, 진짜 괴물은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아멜리아 가족의 곁을 맴도는 미스터 바바둑이 아니라 ADHD를 앓는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의 감춰진 속내였다.


영화 속의 아멜리아는 시종일관 기괴해 보일 정도로 지쳐있는 모습이다. 남편 없이 혼자서 문제아인 아들 사무엘을 잘 키워보려고 애쓰지만 그녀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아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말썽에 점점 질려만 간다. 그리고 나아지지 않는 형편과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속 깊은 곳의 어둠을 먹고 점점 더 영향력을 키워가던 바바둑이 마침내 아멜리아를 완전히 잠식하게 되자, 결국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진짜 괴물이 되고 만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를 보면 볼수록, 흡사 <샤이닝>의 잭 니콜슨을 떠올리게 하는 정신 나간 모습으로 아들을 해치려고 하는 아멜리아의 행동이 100% 바바둑에 홀렸기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녀의 마음속에 말썽쟁이 아들로 인한 그림자가 손톱만큼도 없었다면 바바둑은 그녀를 완전히 먹어치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정말 무서운 이유 역시 그 점이다.


안정을 되찾은 다정한 모자가 살고 있는 집의 지하에 갇혀있는 바바둑처럼 어둠은 아멜리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잠겨 있을 뿐,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다시 그녀를 괴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영화의 종반부 역시 인상적이었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동화 속에 등장하는 못된 괴물 따위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 시절 잠드는 것이 무서웠던 이유 part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