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디 에일리언(Body Snatchers,1993)>
이제사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인 내가 보았을 정도이니 그렇게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영화를 본 이후 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종종 정체 모를 외계 생물에게 몸을 빼앗기고 죽거나, 혹은 가족이 이미 '그것'들로 변해 버린 상태인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상상을 할 정도로 <바디 스내처>는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 중 하나이다.
SF나 호러 장르에서 외계인이라는 소재는 그리 낯설지 않다. 가장 유명한 <에이리언>만 해도 벌써 수 편에 달하고, 거기서 파생되어 나온 <프로메테우스> 역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했던 <라이프>도 외계 생명체로 인한 재난을 다룬 영화이다. 그러나 <바디 스내처>의 경우 흉측한 생김새에 월등한 신체능력을 지닌 외계 생명체가 등장해서 인간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앞선 SF 호러 영화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의 주된 능력은 인간을 흡수해서 그와 같은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각 인간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면 원래의 인간은 죽어 버리기 때문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한 명씩 바뀌어 나가다 보면 순식간에 한 마을, 한 나라 전체를 그들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복제된 인간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가면이라도 쓴 듯 무표정한 얼굴에 그린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어린 마음에 그 모습들이 그렇게 소름 끼칠 수가 없었다. 특히 주인공 가족의 엄마가 제일 먼저 복제되어 버려서인지 우리 엄마도 갑자기 저렇게 이상해지면 나는 어떻게 하나 하는 지나치게 어린이스러운 걱정을 하기도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영화의 가장 괴기스러운 부분은 주인공 일행이 복제인간 행세를 하며 그들에게 점령당한 마을을 지나가다가 감정의 동요를 보여서 발각되는 장면이다. 친구의 모습을 한 바디 스내처가 돌연 주인공 일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괴성을 지르고, 그들을 잡아서 복제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주위 사람들이 달려드는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영화 <바디 스내처> 시리즈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명장면인 것 같다.
<바디 스내처>는 잭 피니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1955년 <신체강탈자의 침입>, 1978년 <우주의 침입자>, 2007년 <인베이전> 등 벌써 여러 번 영화화되었고 앞으로 다시 한번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워너브라더스 발표)
내 주위의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는데서 기인하는 공포라니 대부분의 인기를 끄는 호러 영화의 공식과는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한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 수 십 년에 걸쳐서 이렇게 여러 번 다시 제작되는 것을 보면 그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마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짱구는 못말려에서도 이와 비슷한 류의 이야기가 등장했던 적이 있다. 바로 짱구는 못말려의 극장판인 <전설을 부르는 춤! 아미고!>인데, 거기서 등장하는 철수 엄마는 나에게 트라우마틱한 기억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