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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련 Nov 23. 2024

클로디아 랭킨, 『시민』(9)

Claudia Rankine, 『Citizen』(9)

얼마 전에 당신이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가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에게 언어를 아프게 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 모두가 귀를 기울이는 것이 느껴진다. 존재 자체가 우리를 타인의 호명에 노출시킵니다, 하고 그녀가 대답한다. 우리는 호명 가능성을 앓고 있습니다. 호명 가능성이 심리적 개방을 업고 다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언어가 그 길을 터줍니다.


당신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인종차별적 언어의 목표가 당신을 모욕하고 지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버틀러의 말을 고려하니, 당신은 그런 언어 행위 앞에서 당신이 더욱 잘 보이게 된다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당신을 아프게 하는 언어는 당신이 존재하는 모든 방법을 착취하려 든다. 당신의 집중력, 당신의 개방성, 당신이 참여하고자 하는 욕망은 전부 당신의 존재를 요구한다, 당신이 고개 들기를, 대꾸하기를, 그리고, 미친 것 같지만, 간청하기를.



회의실 밖에 서서, 다른 이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시야 밖에서, 당신은 그들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흑인과 함께 있는 것은 번역이 안 된 외국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을 듣는다. 대화를 수월하게 만드는 둥근 테이블 주위에서 앞으로 두 시간을 그들과 함께할 것이기에, 당신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몇 분 더 기다릴까 생각한다.



부동산에서 나온 여자가, 당신에게 집을 보여주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고는 상상하지 못한 채, 집을 보여주는 대부분의 시간을 당신의 친구에게, 반복적으로, 그녀와 함께 있어 얼마나 편안한지 이야기한다. 당신도 당신의 친구도 그녀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누구인지 굳이 묻지 않는다.

포스기 앞에 선 남자는 당신의 카드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게 그의 일상이라면, 당신보다 먼저 지나간 당신의 친구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을 집어들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보려고 당신을 바라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당신은 그녀가 무언가 말을 하기를 바란다–목격자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그녀는 당신이 아니야, 그녀의 침묵이 그렇다고 말한다. 당신은 이 일에 참여하면서도 이 일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기에, 당신도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이리 와서 나랑 있어줘, 당신의 눈이 말한다. 그녀가 도대체 왜? 포스기 뒤의 남자가 당신의 카드를 돌려주며 샌드위치와 펠레그리노를 봉투에 넣고, 당신은 카운터에서 그것을 집어든다. 너는 뭐가 문제야? 이 질문은 당신 꿈 속에 머무른다.



다른 친구는 당신에게 세상을 흡수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가끔가다 자신의 목소리가 소리없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게 들린다고 한다–너는 무어라 말하고 있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친구는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짊어지기를 거부한다.


당신은 언제든지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인다. 어떠한 평범한 사건을 듣거나 보는 순간, 그것이 겨누는 대상, 지나가는 순간 뒤의 모든 의미가, 당신이 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멀리까지, 명확해진다. 잠깐만, 너 방금 들었어, 방금 말했어, 방금 봤어, 방금 그랬어? 그럼 당신 머릿속의 목소리는 소리없이 당신에게 그냥 살아가는 게 욕심일 수는 없으니 당신의 목구멍을 그만 짓밟으라고 이야기한다.



Not long ago you are in a room where someone asks the philosopher Judith Butler what makes  language hurtful. You can feel everyone lean in. Our very being exposes us to the address of another,  she answers. We suffer from the condition of being addressable. Our emotional openness, she adds, is  carried by our addressability. Language navigates this.  


For so long you thought the ambition of racist language was to denigrate and erase you as a person.  After considering Butler’s remarks, you begin to understand yourself as rendered hypervisible in the  face of such language acts. Language that feels hurtful is intended to exploit all the ways that you are  present. Your alertness, your openness, and your desire to engage actually demand your presence,  your looking up, your talking back, and, as insane as it is, saying please.



Standing outside the conference room, unseen by the two men waiting for the others to arrive, you  hear one say to the other that being around black people is like watching a foreign film without  translation. Because you will spend the next two hours around the round table that makes conversing  easier, you consider waiting a few minutes before entering the room.



The real estate woman, who didn’t fathom she could have made an appointment to show her house to  you, spends much of the walk-through telling your friend, repeatedly, how comfortable she feels  around her. Neither you nor your friend bothers to ask who is making her feel uncomfortable.

The man at the cash register wants to know if you think your card will work. If this is his routine, he  didn’t use it on the friend who went before you. As she picks up her bag, she looks to see what you  will say. She says nothing. You want her to say something—both as witness and as a friend. She is  not you; her silence says so. Because you are watching all this take place even as you participate in it,  you say nothing as well. Come over here with me, your eyes say. Why on earth would she? The man  behind the register returns your card and places the sandwich and Pellegrino in a bag, which you take  from the counter. What is wrong with you? This question gets stuck in your dreams.



Another friend tells you you have to learn not to absorb the world. She says sometimes she can hear  her own voice saying silently to whomever—you are saying this thing and I am not going to accept it.  Your friend refuses to carry what doesn’t belong to her.  


You take in things you don’t want all the time. The second you hear or see some ordinary moment, all  its intended targets, all the meanings behind the retreating seconds, as far as you are able to see, come  into focus. Hold up, did you just hear, did you just say, did you just see, did you just do that? Then the  voice in your head silently tells you to take your foot off your throat because just getting along  shouldn’t be an am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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