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ton Fisherman's Wharf
주말마다 스티브스톤 (Steveston) 항구에는 각종 생선, 새우, 성게등을 파는 작은 어시장이 열린다. 밴쿠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해산물을 사거나 장터 구경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화창한 토요일 아침, 아이들과 새우를 사러 나갔다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른 브런치 식당의 창밖으로 보이는 고깃배들의 모습은 사뭇 정겹고 평온하다.
식사하는 동안 콜하버의 산책길에서 보았던 고급 요트들과 대비되는 고깃배들의 풍경을 보며, 아이들과 소박한 삶과 화려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넉넉한 여유 속의 행복과 작은 것에서 느끼는 만족 중 무엇이 더 소중한지,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너희는 어떤 삶이 더 행복할 것 같니?"
아이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화려한 것도 멋지긴 한데... 꼭 그런 배가 있어야 행복한 건 아닌 것 같아."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행복을 위해 무엇을 소중히 여길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함께 생각하며, 삶의 가치는 소유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의 크기로 완성된다는 것을 되새긴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들과의 짧은 대화가 마음 한편에 잔잔한 여운으로 계속 남는다.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사람마다 목표의 모습은 다르다. 누군가는 물질적인 부를 추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을 꿈꾸며, 누군가는 가족을 통해 자신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추구하는 돈, 명예, 인기와 같은 것들은 결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나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잊은 채 과정 자체에 집착하며 살아가곤 한다. 주객이 전도된 삶 속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타인의 시선을 우선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되기도 한다. 최근 개그맨 이수지가 청담동 엄마들을 풍자한 내용은 우리가 얼마나 형식과 틀에 갇혀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외형적인 성공과 비교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현실이기도 하다.
SNS와 통신 매체의 발달로 누구나 자신의 삶을 드러내고, 작은 인기와 관심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더 나아가 이런 과정 자체가 돈벌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정들이 단순한 수단을 넘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콜하버의 고급 보트 정박장과 스티브스톤의 낚싯배 정박장은 겉보기에는 너무나 다르다. 화려한 요트는 부와 성공의 상징처럼 보이고, 소박한 낚싯배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배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소유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치스러운 보트가 목표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박한 낚싯배가 더 큰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통해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일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의 크기가 달라진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목표는 외부의 시선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와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과정의 화려함에 휘둘리지 않고, 그 과정이 진정한 목표를 위한 도구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찾고 그것에 맞는 목표를 정하는 것,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아름다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