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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Karen Blixen 의 자서전 - 인생영화 (1)

by 캐나다 마징가

오늘은 날씨가 참 화창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과 봄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바람은 온기를 머금었고, 새싹이 돋아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새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날이면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른다. 문득 어린 시절 내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었던 한 편의 영화가 생각나서 얼른 글로 옮겨 본다.


늘 뭔가를 꿈꾸며 자유를 갈망하던 어린 시절,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라는 영화는 나에게 낯선 세상을 향한 동경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아프리카에서 펼쳐지는 삶, 광활한 대지 위를 달리는 장면들,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보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 어딘가에 있을 풍경 속에서 어른이 된 나의 삶을 상상했고, 언젠가 나만의 길을 찾아 떠날 날을 꿈꾸었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 그 기억이 다시 마음속에 스며든다.

아프리카의 평원을 나는 경비행기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1985년에 개봉한 로버트 레드포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서사적인 로맨스 영화로, 20세기 초 덴마크 귀족 카렌 블릭센의 삶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경제적 안정을 위해 브로르 남작과 결혼하고 낯선 땅 케냐로 이주하여 커피 농장을 일구는 모습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사랑 없는 결혼은 늘 차갑기만 했고, 남편의 외도는 상처를 남기며, 농장 운영은 끝없는 시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황량한 땅에서 그녀는 자유로운 영혼, 데니스 핀치 해튼을 만나며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아프리카의 드넓은 평야와 붉은 노을 아래,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깊어진다. 바람이 속삭이는 대지 위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삶의 이유가 된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늘 덧없이 흘러가듯, 데니스의 비행기가 추락하며 그녀의 빛은 산산이 부서진다. 설상가상으로 농장마저 파산하고, 카렌은 모든 것을 잃은 채 덴마크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날들을 떠올린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바람에 흔들리던 풀밭, 그리고 데니스와 함께했던 순간들 - 그 모든 것이 그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잔함과 그럼에도 살아가는 강인함을 조용히 보여주며 마음속 깊은 곳을 울리는, 아련함과 희망을 동시에 던져주는 아름다운 아프리카 배경의 영화이다.

그때는 인생의 무게나 사랑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프리카의 끝없는 평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카렌의 여정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 넓은 세상 속에서 내 길을 찾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 아련한 감정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광활한 대지를 가로지르는 바람과 그곳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는 나에게 막연한 동경과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끝없는 초원을 바라보며 자유를 꿈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도 그 영화 속의 장면들처럼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나도 삶의 한가운데에 서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본다. 때로는 카렌처럼 예상치 못한 시련에 부딪히고,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봄날, 따뜻한 바람을 느끼며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만들어온 소중한 조각들이었다.

카렌이 덴마크로 돌아가 쉽지 않았던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며, 그 순간들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다고 느꼈듯이, 나도 언젠가 내 삶을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스쳐 간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마침내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1986년, 한국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한 어린 소년에게 그랬듯이, 오늘의 햇빛과 바람도 내게 조용히 희망을 속삭여준다. 우리 모두 인생에서 광활한 대지를 달리고, 바람처럼 자유로울 수 있기를!!!

Screenshot 2025-04-06 at 3.10.03 PM.png (사진: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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