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존경받는 직업

직업 윤리

by 캐나다 마징가

캐나다에서 매년 실시되는 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간호사, 소방관, 교사, 농부, 약사, 판사 등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꼽힌다. 반면 정치인은 자동차 세일즈맨, 텔레마케터 등과 함께 신뢰도가 낮은 직업군에 속하는 경우를 보게된다.


세상의 모든 직업에는 나름의 윤리적 기준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신뢰를 받으며 공정성과 윤리를 요구받는 직업군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판사, 의사 그리고 정치인 등을 들 수 있다. 판사는 법 앞에서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며, 올바른 법 적용을 통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의사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며,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며, 정치인은 개인과 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이들은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윤리를 구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기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직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국가별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tempImageYkMI4m.heic 법원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

캐나다에서 판사가 되려면 변호사로 최소 10년 이상의 경험을 통해 전문성과 평판을 쌓는 것이 중요하며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원자는 법조계에서의 평판, 공공봉사 활동, 전문성 등을 기반으로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다. 판사로 임명된 후에는 정년(75세)까지 임기가 보장되며, 정치적 압력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러한 과정은 판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변호사 경력이 5년만 되어도 판사가 될 수 있으며, 10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성적에 따라 곧바로 판사로 임용될 수 있었다.


캐나다의 의대 입학 과정에서는 성적뿐만 아니라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인성과 윤리를 평가한다. 전통적인 면접이 아닌 MMI(Multiple Mini Interview) 방식으로 여러 개의 짧은 면접을 거쳐 사고력, 윤리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같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실제로 UBC 의대를 졸업한 한 후배는 입학 당시 13번의 인터뷰 과정을 거쳐 합격을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캐나다에서는 모든 의사가 공공의료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특정 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적고, 필수 진료과목(내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등)이 유지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의대 입학이 수능 성적으로만 결정되며, 인성이나 윤리적 자질을 평가하는 과정이 거의 없다. 또한,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문제로 인해 수익성이 높은 성형외과·피부과에 의료진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중요한 외과·소아과·응급의학과 같은 분야는 기피된다. 이는 공공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이 단순한 경제적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인다.

Wall Street - New York

이러한 시스템의 차이는 직업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캐나다에서는 의료 시스템이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되기 때문에, 의사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의사가 ‘존경받는 직업’이라기보다 ‘화려하고 멋진 직업’, 즉 높은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직업으로 여겨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해도, 결국 이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판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하며,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고려해서는 안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판결에 개입하는 사례가 종종 볼 수 있다. 의사 또한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의료 시스템이 경제 논리에 얽히면서 본래의 가치가 흔들리기도 한다. 공정성을 지켜야 할 자리에서조차 개인의 이익이 우선시 되고, 원칙보다 자리와 권력을 탐하는 모습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심각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결국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며, ‘약육강식’의 논리가 더욱 강해질 뿐이고 모든 관계가 상생이 아닌 짖밟아야 할 갈등의 대상이 되어 버리게 된다.

Coal Harbour Marina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는 첫걸음은 단순히 제도를 정비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는 생각한다.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에서 공정성과 윤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상호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존경은 권력이나 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공정함에서 우러나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인성과 능력이 균형 있게 함양될 수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인재 선발 과정에서도 단순한 성적을 넘어 품성과 가치관이 충분히 반영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나아가,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도 개인이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 자신의 소신과 양심을 우선시할 수 있도록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공정성과 윤리를 바탕으로 한 인재들이 모여 그 제도를 올바르게 운영하는 사회가 아닐까...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사회 건설을 위한 근본 과제일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