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
캐나다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 손에는 경제를 지탱해 온 석유 산업이 있고, 다른 한 손에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 세계적인 책무가 있다. 특히 알버타 주의 오일샌드 산업은 캐나다가 세계 4위의 석유 수출국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 산업을 지금처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산업을 갑작스럽게 줄인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일자리, 세금, 지역경제의 기반이 무너지게 되고, 이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해답은, 하나를 버리기보다는 두 가지를 모두 끌고 가보려는 시도였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마크 카니 신임 총리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다.
이 거래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한데, 캐나다 정부는 오일샌드 기업들이 석유를 계속 생산하고 수출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 건설을 지원하거나 규제를 완화하고, 그 대신 기업들은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저장하는 탄소 포집 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을 도입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알버타 지역의 주요 석유 회사들이 Pathways Alliance라는 이름으로 연합해, 대규모 탄소포집 (CC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일정 부분 자금 지원과 제도적 지원을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 거래는 경제와 환경을 동시에 지키는 이상적인 절충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계획을 들여다보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CCS 기술은 아직 상용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 효율성과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에도 이르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비용인데, 현재 CCS 기술을 이용해 탄소 1톤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에서 $300 캐나다 달러 수준이다. 매년 수천만 톤의 탄소를 포집해야 하는 오일샌드 산업 특성상,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돈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기업들은 정부가 일정 부분 부담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고, 정부는 예산을 감안하면 쉽게 약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캐나다는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까지 원유를 운반하는 송유관 확장 프로젝트 (TMX 파이프라인) 확장에만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바 있다. 여기에 CCS까지 지원한다면, 국민의 세금이 또 한 번 대규모로 투입되는 셈이다. 이런 결정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계획은 단순히 기술과 돈의 문제를 넘어서, 원주민 커뮤니티의 동의, 각 주정부의 환경 정책과 절차, 관할권 문제, 연방 정부의 심사 절차 등 다양한 사회적·정치적 과정이 얽혀 있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놓이는 경로 하나에도 수많은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개입되어 이미 사회적인 갈등을 경험한 것처럼, 이들의 동의 없이 강행되는 프로젝트는 심각한 사회적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캐나다가 열심히 CCS를 도입해 청정 석유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세계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는 탄소가 많이 배출된 에너지 제품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수입 기준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캐나다는 지금, 과거의 산업과 미래의 책임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다. 만약 이 전략이 단지 석유 산업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면, 이는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을 뒤로 미루는 일일 뿐이다. 반대로, 이 거래가 산업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키고, 실질적인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이끄는 출발점이 된다면, 그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다.
이렇듯 캐나다의 오일샌드 산업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기술과 재정, 정치와 외교가 얽힌 복잡한 퍼즐이다. 완벽한 해법은 아닐지라도, 이 거래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갈등 속에서도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지만, 그렇다고 오랜 시간 경제를 지탱해온 기반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없다. 정부는 이런 현실적 한계를 직시하며, 기술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기후목표를 향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조율과 타협, 그것이 바로 이 딜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부디 성공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아 Win & Win 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