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rickson by Arthur Erickson
밴쿠버 예일타운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The Erickson은 캐나다의 저명한 건축가 Arthur Erickson이 설계한 작품이다. 이 건물은 홍콩계 재벌 부동산 회사인 콩코드 퍼시픽이 야심 차게 추진한 프로젝트로, 당시 밴쿠버는 홍콩 자본이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던 시기였다. 슬럼화된 밴쿠버 다운타운을 오늘날의 아름다운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콩코드 퍼시픽은 예일타운에서 최고의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상징적인 건물을 개발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캐나다의 최고 건축가였던 Erickson과의 협업을 선택했다.
The Erickson은 Erickson의 독창적인 건축 철학이 반영된 주거용 건물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자신이 설계한 이 건물이 완공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축물은 그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며 밴쿠버 건축계에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 잡고 있다.
The Erickson은 독특한 트위스트형 디자인으로 설계된 고급 주거용 건물로, 캐나다의 저명한 건축가 아서 에릭슨(Arthur Erickson)의 창의적인 비전을 담아 설계되었다. 그 구조는 층당 3세대씩 엘리베이터가 각 세대로 직접 연결되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고급 아파트답게 Fendi 가구로 꾸며진 세련된 로비와 함께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 요가룸, 24시간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된다. 또한, 모든 세대가 별도의 차고를 갖추고 있어, 아파트에서 보기 드문 프라이버시와 편리함을 제공한다. 폴딩형 창을 통해 발코니와 실내가 하나로 연결되도록 설계된 점도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한 Erickson의 건축 철학이 반영된 특징 중 하나다.
비록 고가의 분양 프로젝트였지만, 건축가와의 만남과 같은 예약제 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고, The Erickson은 총 60세대의 부띠크형 고급 건물로 완성되었다. 이곳은 밴쿠버 커넉스 하키팀 선수들, 방송 관계자, 연예인, 기업인 등 부유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펜트하우스를 콩코드 퍼시픽의 회장이 별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콩코드 퍼시픽은 예일타운에서 최상위 부동산 개발업체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한편, 총 6세대는 재력 있는 한인들이 분양받아 입주했으며, 현재는 일부 가구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주인들로 바뀐 상태다.
Arthur Erickson 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진 캐나다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가로 그분이 2009년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법원단지, 캐나다 대사관, 시청, 캐나다 중앙은행 등의 주용 공공건물은 물론 주거용 고층 콘도에서 자연을 담은 하우스들까지 너무나 그를 닮은 많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의 건축 철학에는 항상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고유한 신선한 존재감을 창조해 내고 이러한 디자인을 통해 그것과 함께 사는 즐거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깃들여져 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자주 나무와 돌과 같은 천연 재료를 디자인에 그대로 통합했으며 내부와 외부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큰 창문과 열린 공간을 주로 사용하였다. 아래 하우스는 필자가 Arthur Erickson 이 설계한 지인의 집에 방문할 때 직접 찍은 사진인데 지금 다시 보아도 자연과 조화된 건축물의 평온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위의 단독주택은 Arthur Erickson 이 1967년에 설계한 집으로 Catton House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최근까지 한인 사업가가 소유하고 있었는데 2022년 말 유럽에서 온 바이어가 $4.8M에 구입을 하였다. 밴쿠버 섬으로 들어가는 페리들을 내려다보며 차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나무와 바다와 하늘과 고요하게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공간이다. 그 누구도 60년이 지난 이 건축물을 새로 짓거나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자체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60평 남짓한 웨스트 밴쿠버 외곽의 오래된 목조 주택의 시세를 고려할 때 이 거래가는 대단한 금액이었지만 현지 신문에서는 역사의 한 조각에 대해 지불하기에는 너무 적은 가격처럼 보인다라는 기사와 함께 Arthur Erickson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렇듯 밴쿠버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Arthur Erickson 이 설계한 건물들을 사무실로 또는 주거지로 사용하면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꿈꾸었던 그분의 작품들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있다. 앞으로 소개할 건물들 중에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갖춘 건축가들에 의해 설계된 밴쿠버 마천루의 지도를 바꾼 건축물들이 많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Erickson을 이야기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아마 그 이유는 겸손한 성품으로 그분이 추구했던 건축 철학과 그 속에 사는 우리에게 자연의 일부로서의 존재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그 힘 때문일 것이다. 과거로의 무작정 회귀가 아닌 앞으로 자연과 인류가 공생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하면서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자연의 일부로서 우리의 역할에 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Arthur Erickson 은 세월이 흘러도 캐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항상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