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다운타운 - 1151 W. Georgia Street
리츠칼튼 (Ritz Carlton) - 트럼프 (Trump) - 패러독스 (Paradox)
밴쿠버 다운타운의 중심에 자리한 1151 W. Georgia Street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건물로, 위의 세가지 럭셔리 호텔 브랜드의 이름을 모두 지녔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건물은 밴쿠버를 대표하는 호텔 레지던스로, 개인이 소유한 각 세대에서 호텔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주거용 부동산과 호텔이 결합된 복합 단지이다. 관광과 휴양의 도시인 밴쿠버의 특성상, 이와 같은 호텔 레지던스 형태의 개발은 매우 주목받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호텔 레지던스 개발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밴쿠버가 미국인들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국제적인 휴양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큰 요인이다. 둘째, 당시 투자 이민의 증가와 맞물려,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레지던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다. 셋째, 부동산 분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호텔 운영에서의 수익까지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어, 한동안 호텔 레지던스 개발이 유행처럼 번지게 된 것이다.
이 건물은 밴쿠버의 부동산 역사 속에서 고급스러움과 편리함, 그리고 투자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밴쿠버 도시 개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호텔 레지던스에는 샹그릴라, 호텔 죠지아, 페어몬트 퍼시픽림 등의 굵직한 브랜드들로부터 l'hermitage 등의 유럽스타일의 부띠끄 호텔 레지던스까지 다양하지만 캐나다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건축가, Arthur Erickson 이 설계에 참여했던 트럼프 타워로 잘 알려진 1151 W.Georgia 건물은 밴쿠버의 대표적인 호텔 레지던스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트위스트형 디자인을 채택한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로 첫 15개 층은 147개 룸을 갖춘 5성급 호텔로 사용되고 있고 그 위로는 개인 소유의 호텔 레지던스 세대들(217세대)로 구성이 되어 있다. 호텔의 운동시설 등 편의 시설은 주민들과 호텔 게스트들이 공유하지만 레지던스 주민들을 위한 출입구와 컨시어지 서비스 등은 별도로 운영을 함으로 주민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원래 이 건물은 Horborn 그룹이 2005년 야심 차게 시작했던 리츠칼튼의 프라이빗 레지던스 프로젝트로 시작하였다. 정재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과 유명 가수, 연예인들까지 초청하여 전 세계 부호들의 관심을 끌며 성대하게 사전 분양을 기획하였으나 당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등으로 총 123세대 중 단지 62세대만 계약하는 초라한 실적을 내게 된다. 또한 국제적인 도시의 위상을 아직 갖추지 못했던 밴쿠버로서는 그 파격적으로 높은 분양가격을 모두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그 결과 Horborn 그룹은 막대한 손실에도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당시의 다른 시행사들의 관행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사용된 마케팅 비용으로 Horborn 사가 입은 타격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에 트럼프 호텔 브랜드로 다시 돌아온 Holborn 그룹의 젊은 CEO, Joo Kim Tiah의 두 번째 시도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밴쿠버에 유입된 중국계 자금은 물론 외국 자본들의 적극적인 투자 속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2016년에 완공하여 2020년 코로나로 호텔 문을 닫을 때까지 '트럼프 타워'로 불리며 밴쿠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된다. 트럼프 호텔의 매니지먼트 하에 최고급 중식당 Mott 32, The Spa by 이방카 그리고 밴쿠버 최초로 선보인 클럽 스타일 Pool Bar (Drai's)를 오픈하면서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국 스타일의 라이프 스타일을 밴쿠버에 소개하며 이 도시의 영&리치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으로 인해 호텔 레지던스의 브랜드 네임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게 된다. 트럼프 재임기간 중 탄핵 정국과 복잡했던 선거를 거치면서 트럼프 브랜드의 부동산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염려하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았고 일부 은행들에서는 해당 건물의 부동산 매입 시 융자 제한을 두기도 하였다. 계속 살얼음 판과 같은 시기를 지나 결국은 코로나 기간에 영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밴쿠버 최초의 트럼프 타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 이후에 미국 호텔 체인 Paradox를 새로운 호텔 브랜드로 선정하고 최근 호텔 영업을 재개하면서 그동안 호텔 서비스에 목말라있던 입주민들에게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밴쿠버 최고의 호텔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Paradox 호텔 레지던스의 217 세 대중에 한인들은 단 네 가구만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부유하고 트렌디한 삶을 추구하는 중국계, 이란계의 젊은이들이나 가족들 또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캐나다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전까지 한인들이 밴쿠버 다운타운의 큰 손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활발한 투자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를 중국과 이란계 자본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