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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Kim Jan 04. 2024

세상의 중심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

이십여 년 전, 두 아들을 둔 지인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학교 입학을 위해 상담교사와의 첫 면담에 동행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펴본 두 아이의 한글 성적표는 상담교사에게 설명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참혹(^^)했다. 미술과 체육을 제외한 모든 과목이 "양" 또는 "가"였고 모든 과목은 거의 꼴찌에 가까왔다. 상담교사에게 거의 모든 과목들은 "Fail"에 해당하고 미술과 체육은 "C"라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입에 침이 바짝 마르고 얼굴이 화끈거렸었다. 그런데 상담교사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미술과 체육을 다른 과목보다 잘하는군요. 그 두 과목을 위주로 수업일정을 짜는 것이 좋겠네요"라는 말과 함께 아이들을 진심으로 격려하였고 이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두 아이들은 성공적으로 학교를 졸업하였고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로, 행복한 가정의 가장으로 안정적인 삶을 즐기고 있다.


Whistler Village


끝없는 모험과 성장의 여정을 통해 얻은 경험들은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었고 삶의 소중한 가치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낯선 세상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 속에서의 미숙한 결정과 선택의 순간에 내몰리며 얻게 된 가장 값진 자산 중 하나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시작하는 삶의 기준을 얻은 것일 것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라는 말은 때로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속 뜻은 나 자신을 겸허하게 바라보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성향은 어떠한지를 파악한 후에,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에 대해 알아가는 나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확신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자기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나에 대한 존중심이 기반이 되는 사고 방식.


Vancouver Downtown


사람과 사람사이가 가까운 한국의 익숙한 환경 속에서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하고 사회의 대다수가 정답처럼 걷는 기준에 맞추어 살아왔었지만 새로운 곳에서는 현재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더 좋은 내일을 기대하는 삶을 살면서 공동체 속의 일부가 아닌 나의 내면을 알아가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러한 캐나다인들의 성향들을 유약하게 느꼈던 적도 있었고 항상 내가 속한 회사나 사회 또는 국가를 우선에 두는 것으로 배우고 자란 우리로서는 이러한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이기심으로 이해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나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의 판단기준을 갖게 될 때 좀 더 빠르고 확신에 찬 행동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 극한 상황들에서 강력하게 나타나는 결단과 희생들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Coal Harbour


이 사회에도 당연히 어두운 부분은 존재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동쪽 끝자락의 차이나 타운에서 길 하나 사이로 노숙자들이나 마약 중독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헤이스팅스라는 거리가 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만 주말에는 이 길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장터가 서기도 하고 각종 비영리 단체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동시에 정부에서는 적지 않은 예산을 편성하여 소셜하우징과 같은 주거시설과 마약 재활센터, 치료/상담 센터등의 시설들을 이 지역에 조성하여 이들이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과 기업들은 사회에 대한 그만큼의 책임의식을 갖고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으면서 살아온 만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들과 방법으로 도와가며 사는 삶을 공유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거리의 삶을 선택하거나 내몰린 사람들도 상당한 자기애를 갖고 있고 자신의 프라이버시 영역을 지키고 있다는 점도 사뭇 놀라운 일이다.


Ambleside Beach


나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두는 삶은 가장 나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고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줌과 동시에 타인에 대한 동일한 존중심으로 사회의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해 준다. 캐나다의 기업이나 학교 또는 정부에서 교육/사회/복지등의 시스템을 만들면서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에 이 기본 원칙들을 적용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어떤 방식이 좋고 나쁘고에 대한 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의 약속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나 시스템에서 우리 개개인의 삶은 모두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 출발점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존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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