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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Kim Sep 12. 2024

깨끗해지는 시간 : 민물욕(浴)

Do not be distracted

책 한 권을 붙잡고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온갖 잡념들이 떠올라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가 있다. 하루 동안 나를 지치게 했던 일들, 앞날에 대한 근심들, 심지어 잊고 지냈던 사람들까지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을 흔들고, 결국 독서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얼마 전, 수족관에서 한 해수어를 처음 들여오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그 물고기는 '베네데니아'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였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물고기 주인은 해수어를 민물에 잠시 담그는 '민물욕(浴)'을 진행하였다. 기생충을 떼어내기 위한 단 3-5분의 과정이 물고기에게는 잠시나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힘든 순간이었지만 물고기가 다시 건강을 되찾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이러한 민물욕의 과정은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정화"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늘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수많은 방해 요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노력하지만, 종종 마음이 흐트러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서 눈을 떼기도 한다. 우리가 역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려 할 때, 주위의 수많은 방해 요소와 잡음에 휘둘리며 본질에서 멀어지곤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사회적 기대, SNS와 같은 끊임없는 정보의 홍수는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을 빼앗아 간다. 비교, 불안, 외부의 기대와 같은 내면의 불순물들이 기생충처럼 우리의 본래 모습과 관심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이라는 바닷속에서 너무 오랫동안 헤엄쳤기에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민물욕"같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주기적으로 남의 평가와 기대, 비교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


번잡한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직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은 때로는 불편할 수 있고,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잡념들을 떨쳐내고 '내가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는 꼭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West Village in Sunday Morning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걷고 싶은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한다. 이에 더해  "지금 하는 일로 인해 너무 행복하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정된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의 순간들이 행복하고 앞으로의 미래로 인해 설레고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깊이 들여다보고 남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가끔은 외부 세계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자신만의 '민물욕'을 경험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그 시간은 결국 나를 온전히 회복시키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어느 순간, 진정으로 나를 위해 고민하고 성장할 시간과 공간을 허락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성장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뉴욕 맨하탄 from Equin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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