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순의의 재조정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진정한 '친구'로 이어지는 인연은 매우 드물다.
학창 시절에는 함께 자라며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어려울 땐 도와주며, 기쁠 때는 함께 축하해 주는 과정 속에서 평생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서로 다른 관심사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생활 속에서 단순한 필요에 의해 만나 '친구'로 발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퇴근길, 한국에 사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캐나다에 살면서 가장 힘든 게 뭐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퇴근하면서 술 한잔 할 너희 같은 친구가 없는 게 제일 아쉽다."
감사하게도 캐나다에서도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었던 소중한 인연이 있었다.
같은 또래였던 그 친구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응원해 주는 사이였다. 우리는 서로를 아끼며 열정적인 조언과 진심 어린 위로를 나눴다.
그렇게 소중했던 친구가 이제는 더 이상 내 곁에 없다.
친구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술 한잔 약속을 잡아두었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충격과 허망함에 한동안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었던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 아이와 아내를 남긴 채, 교통사고로 너무도 갑작스럽고 허망하게, 인사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어르신들의 장례식을 몇 번 가 본 적은 있어도 친구의 장례식을 참석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밴쿠버의 한 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석한 날, 제수씨와 아이들에게 인사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지금, 사실 이제는 장례가 진행되던 날, 그 날의 슬픔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세월과 함께 그 감정도 점차 희미해져 갔다.
우리 모두는 바쁘게 인생을 살다 보면 나의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잊거나 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일상의 스트레스로 우선순위가 뒤죽박죽 되어 버리면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저 뒤로 내던져버리곤 한다. 돈, 성공, 사회적 지위와 같은 외부적인 것들이 우선순위를 지배하는 세상의 기준에서 나를 재정비를 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가족, 친구, 건강, 그리고 나 자신이라는 보다 중요한 가치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린다면 우리가 달성하는 그 어떤 성취도 의미가 퇴색해 버릴 것이다.
삶에서 우선순위를 올바로 정하고,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지를 다시 고려할 때, 우리는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이 허용되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 자신의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를 더욱 심사숙고해야 하고, 그것들을 우리의 일상에 반영할 시간을 내야만 한다.
우리 모두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우리 각자의 삶에서 우선순위를 올바르게 재조정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결의를 다져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