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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Kim Mar 12. 2024

걸어서 세계 속으로
: 교토 & 나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 

정체성(identity)은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을 식별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한다. 가치관, 신념, 문화, 역사, 언어 및 기타 다양한 측면에서 형성된 특성들이 사회에 반영되어 나타나게 되는 모습이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다 보면 각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보편적인 가치에 따라 그리고 역사, 문화, 종교,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된 서로 다른 국가별/지역별 정체성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일 것이다. 

Katsura River - 교토 아라시야마 현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적인 발전이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날로그의 감성'과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는 일본의 몇몇 도시들은 역사의 흔적들과 과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독보적인 명소로 손꼽힌다.

Nara 의 고풍스런 마을 풍경

오사카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나라 (Nara)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6개의 사원과 신사들 그리고 카스가야마 원시림등이 위치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 석가모니 부처를 모신 토다이지 (Todai-ji) 사찰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나라 공원 (Nara Park)의 도로와 공원 곳곳에서 1000여 마리의 사슴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사에서는 '신의 전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사슴들이 도시의 일원인 것처럼 공원 주변의 곳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책 중에 사슴들과의 마주하는 나라 (Nara)에서의 경험은 도시에서의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기억이 된다. 

Todai-ji Temple in Nara 
사슴 공원

나라 (Nara)에서 한 시간 남짓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가장 일본 스러움이 가득한 도시, 교토(Kyoto)를 만나게 된다. 교토를 방문하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 비해 오랜 세월 동안 변화하지 않은 거리와 전통적인 건축물,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통해 일본의 아날로그적인 면모를 엿볼 수는 가장 대표적인 도시임에는 분명하지만 '시간여행'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과한 표현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적인 도시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옛스러움이 가득한 골목과 거리 속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특히 교토의 수많은 아름다운 사찰과 신사들은 흥미진진한 역사 속의 설화들과 함께 더욱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온 듯 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기요미즈데라 (清水寺), 금각사 등을 비롯하여 후시미 이나리 신사 (伏見稲荷大社등 수없이 많은 사원과 신사들이 도시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잘 보존된 건축물과 그려놓은 것 같은 조경들은 세계적인 유산이 되었고 그 전통들이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의 곳곳에 스며들어 도시 전체가 '일본의 정체성'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전 세계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기요미즈데라 (청수사)의 전경과 멀리 보이는 도심의 조화
Kamo River in Kyoto (가모강)

미국은 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미국 정신의 핵심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일본은 '공동체와 집단의 조화'를 중시하면서 공동체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협력과 상호 의존을 강조하는 문화를 중시한다. 중동 지역의 다양한 나라들은 '종교적 신념과 가치'를, 그리고 캐나다는 다른 영연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의 각 나라들은 말할 수 없이 다양하기만 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각 문화들의 우위를 따지기에는 각자가 살아온 환경, 역사, 문화, 종교 등 고려할 대상들이 너무 많기에 각 국가의 정체성은 '평가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정체성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이미지가 아닌 우리가 쌓아온 정체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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