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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차니 Jan 25. 2021

눈치(O_O)와 기운(!_!)에 관하여

찬찬히 보는 21년 1월 1~3주 스타트업 투자 트렌드 및 업계 동향

찬찬히 트렌드 살펴보기

이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떨어질 수 없는 두 가지 키워드인, 눈치 기운을 가지고 투자 트렌드와 업계 동향을 보고자 한다.


눈치 게임에서 살아남기

우리가 살아가면서 눈치가 없는 사람도 있고, 눈치가 빠른 사람도 있다. 눈치를 안 보는 사람도 있고,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사람도 있다.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눈치 싸움에서 적절한 포지션을 형성해 나가면서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나간다. 이런 눈치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고유의 문화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에서 "Nunchi"라는 단어가 등록되어있을 정도. 그것의 정의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사회적 공감능력"이라고 한다. 이렇기 때문일까?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눈치와 연결될 수 있는 사업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여러 가지로 한번 살펴보자.


(로봇-환경) 여긴 어디, 나는 누구? - 네이버 D2SF “3D 공간정보 스타트업 ’ 모빌 테크’, 시리즈 A 투자 유치”

흔히 눈치가 빠른 사람들을 센스가 좋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로봇이나 자동차에 적용시켜보면, 센스가 좋다는 것은 자기가 신경 써야 하는 정보들을 꼼꼼하게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로봇이 환경에 대한 센스를 높이는 방법의 가장 기본은 자신이 있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다. 로봇의 3요소는 인지, 계획, 움직임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있는 공간에 대한 인지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모빌 테크와 같은 공간정보 스타트업은 로봇이 눈치를 가지는 데에 가장 기본기를 만들어주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1]


(사람-로봇) 눈치 빠른 자동차? 로봇? - 벤츠가 콕 찍은 ‘사운드 AI’ 스타트업, 코클리어닷에이아이

위에서 언급한 시각적인, 공간적인 센서 이외에도, 소리를 가지고도 눈치력을 향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코클리어닷에이아이가 개발한 기술에서는, 비언어적 표현에 대한 센싱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 발 걷는 소리, 기침하는 소리 등처럼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표현 이외에도, 눈치챌 수 있는 표현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사람이 로봇에게 나는 아파, 그래서 네가 약을 배달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꼭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침이 자연스럽게 나와서 그것으로 눈치를 챈다거나. 나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 라고 얘기하지 않고, 문을 세게 닫는 행동으로 눈치를 챈다 던 지의 기술이 개발된다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없어 사람과 로봇, 자동차가 서로에게 한 단계씩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2]


(사람-사람) 괜찮아요? 불편한 건 없어요? - 사내 복지 배달 서비스 ‘달램’ 운영사 ‘헤세드릿지’, 1.5억 시드 투자

사람들이 눈치를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 보는 곳은 바로 직장이나 회사일 것이다. 이런 어찌 보면 회사 입장에서 눈치 보느라 소비되는 불필요한 노력들을 줄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사내 복지 배달 서비스도 탄생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다르게 보자면, 그 눈치를 해당 서비스 회사로 이양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사내 복지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면 회사가 칭찬을 받을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다면 그 서비스 회사가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단순 사내 복지 서비스 그 자체 이외에도 그 눈치의 주체를 이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3]


(나 자신) 내가 내 눈치를 보게 만들자 - 습관 형성 및 행동 변화 유도 플랫폼 ‘루티너리’, 시드 투자 유치

우리는 자기 스스로도 알게 모르게 눈치를 본다고 생각한다. 게으른 나와 채찍질하는 나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행동을 결정해 나가는 데, 이것에 대해서도 내가 언제 어떤 "나"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나"의 시그널들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다면 자기가 원하는 습관이나 행동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스스로도 눈치를 키울 수 있다. [4]


정리해보자면, 눈치는 우리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니즈와 연결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서 시작해, 사람과 사람 간에 눈치를 많이 신경 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눈치의 개념도 사실,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에서 사용자의 눈치를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개하는 수단이 다를 뿐, 사람과 사람 사이의 눈치라고도 볼 수 있다. 눈치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만큼, 관련한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고 요구되고, 높은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풀어봤다. 그 접근 방향은 눈치를 설명 가능하게 만들거나, 활용하거나, 다른 주체에 이양하는 방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내 기운이 그래

왠지 좋은 기운이 있어! 그 사람의 기운이 느껴져.. 기운 내! 등등 우리 일상에서 기운을 떼놓고 얘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주 직접적으로는 풍수지리부터 자리, 사람, 회사, 그리고 도구의 기운까지 여러 항목에 대해서 기운을 이야기한다. 그런 만큼 실제 서비스나 업계 동향에서도 그러한 기운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리의 기운) 스타트업 '명당' 있다?… 사무실 이어 쓰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유망한 스타트업이 거쳐간 사무실을 이어 쓰는 스타트업들이 있다고 한다.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는 오늘의 집의 운영사인 버킷 플레이스가 사용하던 사무실로 옮겼고, 카카오 IX가 다녀간 사무실을 지그재그가 사용하는 등, 유망 스타트업의 기운을 얻어 회사의 성장을 기대하고 또 실제로 성장으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유망 스타트업이 해당 단계에 추구했던 소통 방식이나 선호하는 근무환경이 그대로 반영되거나 검토 결과 선택된 곳이기 때문이겠다. [5]


(사람의 기운) 내 최애가 다녀간 곳! 아이돌 '덕후' 소년은 어쩌다 여행 스타트업 대표가 되었나.

스타가 방문한 맛집, 카페, 공원등을 다녀갈 수 있도록 덕질 투어를 서비스하는 시드 단계 스타트업인, 스타 트립. 주변의 드라마, 영화 등의 촬영지도 알려준다. 나의 최애가 아주 잠깐이라도 머물다간 곳에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그 기운을 느끼고 힘을 낼 수 있다는 것. 그 위치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유저들을 설레고 기분 좋은 기운을 얻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6]


(회사의 기운) 저, 투자유치할 수 있을 까요? - 넥스트드림엔젤클럽, 투자유치 솔루션 '투심(投心)'

이 솔루션의 존재에 대해 궁금한 찰나에 기사를 보게 되었다.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PE, VC 등 금융권 인사, 변호사, 변리사 등등 60여 명으로 구성된 에인절 투자 클럽인 넥스트 드림 클럽에서 투자자로부터 구체적인 검토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설루션인 투심을 출시했다. 실제 투자심사를 받기 전에,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가능성과 보완사항을 알려주는 것. 투자자들의 마음을 알아본다라는 뜻에서 투심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스타트업은 구체적인 드롭 사유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아닌, 기운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 (못) 받을 것 같은 기운을 판단하기 어렵고, 잘못된 판단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솔루션은 투자유치를 기운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게 하고 회사의 기운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7]


(도구의 기운) 식기 렌탈 및 세척 스타트업 ‘뽀득’, 시리즈 A 35억 원 투자 유치

우리는 도구에도 기운이 있다고 믿는다. 애착 인형이나, 추억이 담긴 물건들처럼 나의 일부가 담긴 기운이 될 수도 있으며, 남들과 같이 사용한 도구들에도 그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기, 도서관에 있는 책, 사무실 의자와 같은 물건들은 기운의 영역이 아니라 위생의 영역 (혹은 안 좋은 기운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뽀득은 식기세척이 없는 주방을 위해 식기 렌털과 세척 서비스를 제공하며 300개 이상의 음식점, 교육 기관들이 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8]


정리해보자면, 기운의 경우에는 소비자 본인이 설명하기 어려운 소비자 경험과 많이 연관된다. 그것의 설명을 찾는 경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고, 찾기 어려운 경우 그대로 활용하여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Ambient Intelligence

눈치와 기운이라는 키워드는, 최근 로봇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Ambient Intelligence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직역하자면 공기처럼 어디에나 있는 지능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입장에서 말하면, 우리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아직 Explainable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지능이다.  위에서 언급된 이 지능에 대한 접근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Explainable 하게 만들거나, 2)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1) 설명 가능하게 만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도구의 기운을 예로 들어보자. 위생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는, 그 도구의 기운이 좋지 않아 사람들이 병에 걸렸기에 불태워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이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세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것이다. 비언어적 표현의 인식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눈치들을 설명 가능하게 만들고, 학습시켜 새로운 방향의 HRI를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예시가 될 수 있겠다. 자리의 기운은 건축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패러다임 제시로 이어져왔다.


2)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소비자를 알게 모르게 매력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사람의 기운이나, 습관 형성과 같이 결론적으로 사람이 나도 모르게 변화해가는 과정이, 자신이 가진 지능을 사용했음에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 마저도 사용하고 싶은 '기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굵직굵직하게 산업의 패러다임을 이끌어가는 기업들도 있지만, 그 패러다임 속에 인간이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지능들을 설명 가능하게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 지능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흐름의 기업들이 있다. 큰 패러다임의 변화 -> 인간의 Ambient Intelligence 형성 -> 그대로 활용 -> Explainable 하게 만듦 ->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어진다는 것. 인간이 가진 눈치와 기운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은근하고 인지하지 못한 지능은 무엇이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나 스스로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지금 사람들이 가진, 눈치와 기운이 10년, 20년 후에는 어떻게 바뀌어 산업에 적용될지도 궁금하다.


찬찬히 투자지식 쌓기

리드 투자자란?

말 그대로, 해당 라운드의 투자를 리드하는 투자자를 의미한다. 라운드란 무엇일까? 라운드는, 회사가 특정 시점에서 투자자 전체가 동일한 조건 (밸류에이션 포함)으로 투자하는 한 단위를 의미한다. 흔히 얘기하는 시리즈 A, B, 시드 단계 등이 그 라운드의 단계를 의미한다. 리드 투자자는 주로, 투자 라운드의 가장 많은 부분의 금액을 투자하고, 투자계약 협상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진행하거나, 다른 투자자들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새로 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드 투자자와의 관계와 해당 회사에 대한 관계 모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초기 리드 투자자가 Follow-On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리드 투자자가 중간에 이탈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이기 때문) 처음 투자 라운드의 리드 투자자를 결정하기 위해 핏과 비전을 깊이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9]


찬찬히 듣는 한마디

코클리어닷에이아이 이수빈 COO님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벤츠와 어떻게 이어졌냐라고들 많이 물으시는데, 테크 기반 B2B 솔루션이라고 할지라도 목표나 생각을 항상 남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나도 테크 기반의 창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조금 두렵고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지만, 항상 남들과 나의 목표와 생각을 공유하는 기회를 일부러라 혹은 은근 히라도 만들면 의외의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듣고 앞으로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기

나는 평소 눈치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눈치는 사람이 자신이 알게 모르게 갖고 있고,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지만, 개인과 문화마다 편차가 있다. 이 영역은 사람 고유의 것이라 생각하고 인공지능이 절대 General 하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흥미롭다. 로봇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도전과제와 같아서 재밌다. 앞으로도 사람의 Ambient Intelligence에 대해서 종종 다룰 예정이다.


Reference

[1] http://www.segye.com/newsView/20210112507653

[2] https://byline.network/2021/01/4-85/

[3] https://platum.kr/archives/156295

[4] https://platum.kr/archives/155309

[5] https://cm.asiae.co.kr/article/2021010612341898537

[6]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1/47100/

[7] http://www.thespeaker.co.kr/news/article.html?no=4850

[8] https://platum.kr/archives/156130

[9] https://siliconvalleystory.com/2013/04/25/%EC%84%9C%EB%A1%9C-%EB%8B%A4%EB%A5%B8-%ED%88%AC%EC%9E%90%EC%9E%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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